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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경제학⑨][르포] 서울·수도권 전철 모유수유실 현장

위치정보·표지판·홍보·필수품구비 등… 고쳐야 할 것들 많아

이혜연 기자 기자  2013.07.10 11:5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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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서울 지역을 대표하는 서울역. 수많은 사람들이 왕래하는 이곳에는 산모와 아이를 위한 '수유실'이 총 2곳이다. 2층과 3층에 각각 설치된 서울역 수유실은 누구나 쉽게 보이는 곳에 위치했다. 분홍색과 노란색으로 온화하게 벽면을 도배한 2층 수유실에는 이제 막 모유를 먹인 한 산모가 아기를 재우고 있었다. 유아용 침대, 정수기, 기저귀 교환대 등이 설치된 것이 눈에 띈다.
 
강남역(2호선)도 별도의 공간에 수유실이 마련됐다. 서울역과는 다른 분위기다.

강남역 수유실에는 친환경 소재의 벽지와 바닥재뿐 아니라 의자, 기저귀 교환대, 전자레인지 등이 갖춰졌다. 특히 가습기를 설치해 서울역 수유 실처럼 습하지 않고, 산모와 아이가 쾌적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젊은 주부들은 모유수유에 대한 관심을 갖고, 주로 이용하는 지하철 수유실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사진 속 수유실은 서울역, 고덕역에 배치된 수유실. = 이혜연 기자  
젊은 주부들은 모유수유에 대한 관심을 갖고, 주로 이용하는 지하철 수유실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사진 속 수유실은 서울역, 고덕역에 배치된 수유실. = 이혜연 기자
강남역 수유실을 찾은 김씨(31세)는 "지하철을 이용하다 갑작스레 아이가 보채서 급하게 수유실을 찾았다"며 "잘 꾸며진 수유실을 보니 이용하는데 불편함은 없어 다른 역에 있는 수유실도 방문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수도권 역사 내 배치된 모유수유실은 100여곳이 훌쩍 넘는다. 역사 내 수유실에는 기저귀 교환대, 수유쿠션, 화장대, 냉장고, 정수기, 유아용 침대 등이 대부분 배치됐다.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잘 꾸며진 수유실. 지하철 수유실 서비스를 대폭 개선하면서 산모와 아이가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신경 쓴 것이 느껴진다.

   최근 모유수유하는 산모들이 증가하면서 지하철 수유실도 늘고 있다. 현재 지하철 수유실은 총 192곳으로 신설 지하철에는 의무적으로 설치되고 있다. ⓒ 프라임경제  
최근 모유수유하는 산모들이 증가하면서 지하철 수유실도 늘고 있다. 현재 지하철 수유실은 총 192곳으로 신설 지하철에는 의무적으로 설치되고 있다. ⓒ 프라임경제
서울메트로(1~4호선)에따르면 수유실 이용은 △2009년(3071명) △2010년(3214명) △2011년(6411명) △2012년(2만1명) 등으로 매년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삼성역(월 212명) △강남역(월 150명) △대림역(월 131명) △강변역(월 121명) △동대문역사공원역(월 111명) 등 2호선에 배치된 수유실을 방문하는 이용객들이 많다.

그러나 늘어나는 수유실 이용객에 비해 가습기, 선풍기, 히터 등 쾌적한 환경 유지엔 여전히 부족함이 많다. 수유실 개방에 제한이 있거나 작은 표지판으로 수유실을 찾아야 하는 점 역시 이용객의 불편함을 초래, 개선될 부분으로 지적되고 있다.

동대문역사공원역 수유실을 이용한 김씨(28세)는 "생각했던 것보다 수유실이 좋아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었다"며 "하지만 표지판이 없어 수유실을 찾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들어가는데도 '콜폰'을 눌러야 하는 상황이 많다"고 토로했다.

   앙.  
수유실 개방에 제한이 있어나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도 여전히 문제점으로 남고 있다. = 전지현 기자
지하철 수유실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산모들도 많았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지하철 노선도에 그려진 수유실 픽토그램을 찾으면 된다. 하지만 산모가 보채는 아이를 안고 수유실을 찾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역마다 배치된 수유실 위치가 개찰구 안팎으로 차이나 산모들의 혼란을 가중시킬 뿐더러 픽토그램을 이용해 수유실을 찾아가는 길에는 표지판조차 없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송파구 거주하는 고씨(29세)는 "집과 가까운 잠실역을 이용하는데 수유실이 있는지도 몰랐다"며 "차가 없는 산모들이 지하철 수유실을 활발히 이용할 수 있도록 정확한 위치 정보를 알려 줄 수 있는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코레일 수유실을 담당하는 이용재 차장은 "최근 모유수유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관심이 높아 코레일에서도 수유실 관리에 신경 쓰고 있다"며 "올해부터 신설될 역사 내에는 의무적으로 수유실을 설치하고, 홍보활동에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