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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경제학⑤] 월소득 800만원 가정 육아비 포트폴리오

"육아교육비 일부 장기투자 돌려 노후자금·자녀결혼자금으로 전환해야"

이정하 기자 기자  2013.07.10 11:5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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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 서울 송파구에 사는 자영업자 김범수(38)씨. 그는 요즘 이제 갓 돌을 지난 딸을 보기 위해 저녁 술자리도 피하고 곧장 집으로 향한다. '딸바보'라는 애칭과 함께 놀림감이 됐지만 그런 장난도 그저 즐겁다. 다만 아이가 생기고 자연스럽게 늘어난 지출은 그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다. 변동이 있긴 하지만 대략 월 800만원을 버는 데도 말이다.

#2. 서울 마포구에 사는 박준영(35)씨도 김씨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금융사에 다니는 그는 9500만원 상당의 고액 연봉자이지만, 늘어나는 육아비가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 평소 재테크에 관심이 많고 지출을 줄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곤 있지만, 35개월 된 아이를 둔 가정의 가장으로 쉽사리 육아비에 대한 걱정을 떨쳐버릴 수 없다.

위 사례에서 보듯이 육아비와 이로 인한 늘어가는 가계비 증가가 부담스러운 건 고소득층에서도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수입이 적든 많든 체계를 갖추지 못한 자산관리는 결국 가계 구멍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일선에서 고객 자산을 직접 관리하는 자산관리 전문가 두 명을 만나 그들의 조언을 구했다. 우리 집 육아비, 이래도 될까.

◆과다 육아비 '치명적 독'

홍인호 에이플러스에셋 CFP본부 파트장과 이상호 리더스코인스 유니온지점 지점장은 지출에 있어 육아비가 과하다는 점을 공통으로 지적했다. 그들은 한결같이 "자녀교육비 과다는 결국 장기적으로 은퇴자금을 고갈시키고 자금을 마르게 하는 '치명적인 독'"이라며 "재무적 부분에서 보면 비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홍인호 에이플러스에셋 CFP본부 파트장은  
홍인호 에이플러스에셋 CFP본부 파트장은 "투자한 만큼 성과를 얻기 어려운 시대"라는 점을 강조하고 "특히 초기 육아비로 자금을 다 써버리는 것은 의미없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 이정하 기자
우선 홍 파트장은 첫 번째 사례에 대해 교육비 포함 고정적인 생활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육아비 및 교육비로 현재 월 220만원 정도가 쓰이는 데 20년간 3억3000만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소모되고 있다"며 "차리라 교육비 일부를 장기적인 투자로 돌려 추후 자녀의 결혼 밑천 및 자신의 노후자금으로 전환해야 함은 자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80%에 달하는 교육비를 포함한 고정적인 생활비를 최대 50%로 줄이고 11.3%에 불과한 저축을 40%까지 증가시켜야 한다. 장기적인 적립식 펀드와 노후생활을 위한 변액연금의 준비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교육비를 월 120만원 정도를 절감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이 지점장도 같은 맥락의 충고를 첫 번째 사례자에게 제시했다. 이 지점장은 "김씨가 상당한 고소득자임에도 저축여력이 높지 않다는 점이 문제"라며 "육아비는 170만원으로, 교육비는 20만원으로 줄여 적립적펀드와 변액연금에 더 많은 돈을 넣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10년 후 내다 본 장기투자 필수"

이 지점장은 박씨 사례에 대해 상대적으로 지출과 포트폴리오 구성이 양호한 편이라고 판단했다. 급여생활자는 점에서 수입이 안정적이고 단기 저축 포지션이 높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받은 것이다. 다만 육아비 축소를 통한 은퇴준비 여력 확보는 필요하다는 지적을 잊지 않았다.

이 지점장은 "교육자금은 매년 연 평균 7% 이상 상승하고 있고 이러한 상승률을 이기는 투자가 필요하다"며 "10년 이상을 내다본 투자와 함께 세금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으로, 추후에 은퇴시기와 맞물려 일어나는 자녀의 대학진학은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 파트장도 박씨에 대해 "현 포트폴리오는 그런대로 적정해 보이나, 육아 비중이 높고 소득창출이 가장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에 대출이자를 줄이기 위한 목적자금을 제외하면 저축금액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포트폴리오에 대해 "연금저축의 경우 소득공제 한도를 초과한 투자로 개인연금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단·중·장기 포트폴리오 구성에 있어 수익률이 하락하고 최저이율 보증이 되지 않은 은행 정기적금에 비중이 높은 것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육비, 한국 정서 '비재무적 부분'

앞선 사례를 넘어 전문가들에게 고소득층 포함한 우리나라 가정의 육아·교육비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두 전문가 모두 '개인 자산관리'를 직으로 삼고 있지만, 자녀를 둔 부모이기에 육아비 과대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막상 이를 줄이는 게 어렵다는 점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상호 리더스코인스 유니온지점 지점장은  
이상호 리더스코인스 유니온지점 지점장은 "수입 규모를 떠나 체계없는 자산관리가 우리 사회 전반에 펴쳐 있다"며 "끝(노후)를 생각하는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이정하 기자
이 지점장은 "자녀 육아비를 포함한 교육비 과다는 사실 한국인의 정서와 맞물려 있는 비재무적인 부분"이라며 "부모의 경쟁의식, 자녀수 감소 그리고 학원의 상업적 풍토와 맞물려 비이성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자녀에게 쏟는 돈은 맹목적이지만, 지나고 보면 큰 효과도 없었는데 당시에는 굉장히 중요하게 느껴지죠. 저도 그렇고요. 합리적·이성적·수치적으로는 말할 수 없는 정서적이고 또 뭐랄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돌파구라는 측면도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을 반영하지 않고 도저히 이해 불가능한 거죠."

그는 부모세대와 현 세대를 비교해 보면 양육비가 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비슷하겠지만, 부모세대의 자녀수가 많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에는 한 두 자녀에게 무리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홍 파트장도 이러한 현상에 수긍하며 "자녀교육비의 경우 투자한 만큼 성과를 내기 쉽지 않는 시대"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잠복된 폐해 "당장 몰라"

뿐만 아니라 이들은 현재 자신 포트폴리오 설계에서 노후준비에 대한 재설계와 함께 자녀에게 물질적일 것을 넘어 비물질적인 것에 대한 가치를 물러주는 것에 대한 의견을 제안했다. 더 이상 자녀에게 봉양을 받기 어려운 세대임을 명심하고, 스스로 노후준비를 해야 추후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지점장은 "자녀에 쏟는 비용의 가장 큰 폐해는 단기에 드러나지 않고 잠복돼 있다는 점"이라며 "당장은 소득이 있으니 통증을 느끼지 못 한다"고 답했다. 그는 또 "끝(인생 말년)을 볼 줄 알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데 보지 않으려 한다"며 노후문제는 추후에 사회적으로 더 큰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도 이 지점장은 자녀에게 들어가는 비용의 경우, 장기적 안목을 갖고 생애 초기부터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답했다.

   이 지점장이 조정한 김범수·박준영씨의 자산관리 조정 전후 모습.  
이상호 지점장이 조정한 김범수·박준영씨의 자산관리 조정 전후 모습
홍 파트장도 "출생과 동시에 자녀의 재무적 계획을 가져야 한다"며 "초기 육아비로 다 써버리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생애 주기별로 얼마나 필요한지 미리 생각해야 합니다. 시기별로 목돈이 어느 정도 들지 가늠해서 주머니를 따로 만들어 두는 게 좋습니다. 가령 대학 진학이 예상된다면 등록금 면목으로 출생부터 20만원 정도 월적립식 펀드를 만들어 둔다면 나중에 크게 고민할 일은 없겠죠."

한편, 홍 파트장은 자녀에게 물질적인 자산 외에도 인맥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을 물려주는 게 중요할 것 같다는 의견을 냈으며, 이 지점장 역시 돈에 의한 사교육보다는 주도성·창의성·독립심 등을 키워주는 게 무게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