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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경제학⑦] 3개월짜리 육아휴직, 산후 4개월부터 모유수유 포기하라는 압박

모유수유율 36.2%… 육아휴직지원 확대 모유수유실 설치 등 모유수유 이끌어야

전지현 기자 기자  2013.07.10 11:4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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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여성의 교육수준 향상은 경제활동참가율 증가로 이어지며 결혼 연령을 늦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만혼의 증가로 출산연령도 덩달아 높아졌다. 국내 사회 분위기는 평생 기틀이 되는 영유아의 건강보장을 위한 관심과 책임이 강조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로 모유수유 실천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따라서 현재 국내 모유 수유율은 36.2%로 저조한 상태에 머물고 있다. 모유수유, 좋다는 것은 알지만 실천에 옮기기 어려운 국내 상황을 들여다봤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4월10일 발표한 '2012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모유수유율은 1970년대 90.0%였다. 하지만 1982년 68.9%, 1985년 59.0%, 1988년 48.1% 1994년 11.4%, 1997년 14.1%로 지속적인 감소추세를 보이며 2000년 10.2%로 최저점을 찍은 후 2003년 16.5%, 2006년 24.2%로 2009년까지 지속적인 증가세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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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모유수유율은 지난 1982년부터 2000년까지 감소세를 보이다 2003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현재 국내 모유수유는 36.2%. 지난 1997년 한국 기록인 14%에 비하면 2배를 웃도는 수치며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3.4%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증가하는 여성의 경제 참여도와 늦어지는 결혼연령으로 모유수유율이 증가세를 지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상태다.

전문가들은 여성이 출산 후 모유수유에 전념할 여유가 없다는 점과 각종 시설과 배려, 직장내 유축 시간할애 등 환경적 요소 자체가 모유수유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모유수유 감소는 여성 취업 증가 때문?

우선, 모유수유율이 감소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직장여성의 증가와 직장에서의 열악한 수유환경이 꼽히고 있다. 특히 육아휴직이 3개월로 한정된 국내 직장 환경상 휴직 후 복귀 시점인 산후 4개월부터 여성들은 모유수유를 포기하는 경향이 짙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0년 1월 이후부터 2012년 7월까지 출생한 출생아 95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생후 1개월~2개월 미만 시점의 모유수유율은 56.7%. 그러나 아기의 생후 3개월~4개월 미만은 50.0%, 생후 4개월~5개월 미만 40.5%, 생후 5개월~6개월 미만 32.3%, 6개월~7개월 미만 11.4% 등으로 계속 감소했다.

모유수유율은 유아의 개월수가 늘어날수록 낮아졌고, 영아의 월령 증가와 함께 급속히 줄어들었다. 출생 후 6개월 시점의 완전 모유수유율은 11.4%로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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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44세 여성이 전혀 모유를 먹이지 않는 이유. ⓒ 한국보건사회 연구원
12개월 된 딸을 둔 직장인 이연화(가명)씨는 "그나마 육아휴직 때는 수시로 아이에게 젖을 물렸지만, 복귀 후 덥고 습한 불결한 공간에서 모유수유를 하고 싶지 않아 포기했다"며 "3개월의 산후휴가 기간이 너무 짧다”고 토로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출산 후 취업상태와 모유수유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며 "육아휴직 및 비취업상태에 비해 엄마가 취업상태일 경우, 모유수유율이 현저히 낮았다"고 지적했다.

모유를 전혀 먹이지 않은 이유로는 51.0%가 '모유량부족'을, 이어 '엄마의 취업' 16.3%, '유두 및 유방통증' 10.2%, '아기가 모유를 싫어하거나 젖을 빨지 않아서' 8.2% 등이 꼽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모유수유의 지속적인 증기를 위해서는 취업여성의 모유수유를 뒷받침할 수 있는 육아휴직 지원 확대, 직장내 모유수유실 설치와 모유수유 지원시책의 추진 등 환경 조성이 개선돼야 할 것"이라며 "병의원에서 모유수유 실천을 위한 산전 후 교육 강화와 모자동실제 채택 등의 조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보험수가 보상, 모유수유권장 정책 강화, 모유수유 교육과 기술이 제공되도록 관련 시책 등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제분유에 대한 정보원으로 분유회사 광고나 다양한 경로 판촉활동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조제분유 판촉활동에 대한 규제 강화 필요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가구소득 200~300만원미만이거나 300~300만원 미만인 중간 소득층에서 모유수유율이 다소 높고 가구소득이 낮거나 높은 부인에서 모유수유율이 낮은 경향을 보였다.

◆모유수유, 저비용 그러나 높은 효과

#1. "전 한 달에 6통. 처음엔 거의 30만원 들여 A사의 고급 분유를 먹었어요. 그러다 가격이 부담스러워 한 단계 낮췄더니 20만원 조금 못되네요."

#2. "잘 먹을 때는 한 달에 7통도 먹었어요. 한통 가지고 5일. 지금은 하루 두 번 먹이지만 우유 안 먹으니 밥값에 간식 값이 많이 들어요."

#3. "한 번에 6캔씩 사는데 40일 정도 먹죠. 26만원. 어차피 1년 정도 먹을 테니 좋은 것 먹이자는 마음에 최고급형으로 골랐었죠. 그런데 둘째 때 저렴한 것 먹였다가 두 돌 지난 지금 아토피 때문에 고생중이에요."

2008년 의학정보지인 'The Lancet'에 수록된 전문가들의 주장에 따르면 모유수유는 비용에 비해 효과적인 직접개입(Direct interventions) 방법 중 하나로 꼽힌다.

모유가 아기 성장에 최고로 적합한 영양소들로 이뤄져 아기 면역력과 신체, 지능 발달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엄마가 아기에게 직접 젖을 물려 교감을 나누는 것은 아기의 안정적인 정서 발달에도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모유수유는 칼로리 활용이 높아 저절로 이뤄지는 다이어트의 일등 공신으로 꼽히며 효과가 입소문을 타기도 했다.

그러나 여러 장점 중 무엇보다 관심을 두는 것은 아기 감염성 질환을 줄여 상대적으로 의료비를 감소시키고 분유 및 관련 기구(젖병, 소독기구 등)를 준비함에 있어 경제적 이점에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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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국내 분유 제조사 대상 대형마트 판매가. ⓒ 각사
현재 국내에 시판중인 4대 국내 분유 제조사를 대상으로 대형마트 판매가를 살펴보니 분유 한 통의 가격대는 최저 1만5300원에서 최대 5만6000원. 일반 가정에서는 아기가 돌이 지나면 분유를 끊고 생우유로 바꾸는데, 많게는 하루 6번, 분유 1통을 4~5일 혹은 7일 가량 먹였다. 이를 한 달 기준으로 계산하면 최소 6~7통을 구입하는 꼴이었다.

6개월 동안 아기가 같은 양을 먹는다고 가정하고 6개월 분유 소비량을 계산한 결과 총 36~42통. 이는 최저 55만800원에서 최대 234만3600원으로 추산됐다. 설문에 답한 가정에서도 한 달에 최소 15만원에서 많게는 30만원이 분유값으로 소비된다고 답했다. 더구나 분유수유 시 필요한 젖병과 소독기구 등 관련 물품 구입비까지 더할 경우 분유수유를 함으로써 들어가는 비용은 더욱 높다.   

◆모유수유 설치 지원사업에도 불구하고…

"직장생활을 계속 할 계획이신가요? 수유실 설치가 되어 있습니까? 없다면 회사에 요구할 시 만들어 줄 여유 공간이 있나요?."

지난 6월18일 서울시청에서 진행된 '모유수유 패스티발'에 참여했을 당시 담당 간호사가  먼저 던진 질문이었다.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워킹맘의 경우 생후 6개월까지 완유를 하려면 3개월의 육아휴직 후 복귀했을 때부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시간호사회 전문 간호사는 "아이가 먹어야할 모유라는 점에서 무엇보다 청결을 우선시하는 엄마들이 많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제대로 모유를 짤 공간이 없을 때 심각하게 고민하곤 한다"며 "회사내부에 크기가 작더라도 모유수유실이 설치 유무가 아주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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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44세 여성의 출생아 월령병 모유수유율 추이. ⓒ 한국보건사외연구원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 5월말 인구보건복지협회와 한국도로공사는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164곳에 모유수유실 '아기와 엄마가 행복한 방'을 설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구보건복지협회 서울지회 역시 모유수유실 설치운영사업을 통해 공공시설 및 직장 내 모유수유실 및 착유실 설치를 지원함으로써 모유수유 실천율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지하철이나 백화점 등 다중시설 수유 관련 시설은 협소하거나 불편하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특히 일반 기업체의 경우 출산 휴가 자체를 아예 1년 정도로 늘리거나 중소기업의 경우 길어진 육아 휴직을 틈타 퇴직을 종용하기도해 수유실 사용빈도가 낮다는 것이다.

인구보건복지협회 서울지회 관계자는 "2008년부터 모유수유 설치 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나 육아 휴직이 보편화되면서 1년이상 휴직에 들어가기 때문에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경우가 많아 기업체 수유실 설치 비율을 줄어드는 편"이라며 "대신 사용 빈도가 낮은 기업체보다 보육정보 센터, 도서관 등 여성 이용 비율이 20%이상인 곳에 설치함으로써 사후관리까지 돌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큰 아이가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있을 때, 작은 아이에게 수유하고자 하는 엄마들이 있는데 이같은 엄마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곳에 수유실을 설치하면 이용율도 높다는 점 때문에 설치를 원하는 곳이 증가하고 있다"며 "모유수유에 대한 정확한 교육이 제대로 안 돼 끝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가임기 여성의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한 정보 및 기술 부족은 모유수유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또 하나의 원인"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