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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경제학⑥] 저소득가정, 육아에 빚더미 수두룩

"정부·직장 어린이집 이용, 하늘의 별따기"… 월300만원 안되면 대부분 빚내서 생활

이혜연 기자 기자  2013.07.10 11:2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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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 맞벌이 부부로 지내는 워킹맘 A씨(31세). 결혼생활을 만끽하며 아이를 출산한 지 20개월. 출산 후 가족에 대한 사랑은 깊어졌다. 다만 전보다 육아에 지출하는 비용이 늘고 개인시간은 줄어 주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 부부가 저축하는 비용은 월 소득에 20%도 안 된다.

#2. 4년 전, 국내로 들어온 결혼이주여성 B씨(29세). 그녀는 우즈베키스탄 출신이다. 남편이 무역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월 소득이 일정하지 않아 모국어를 활용할 수 있는 상담사로 근무 중이다. 그녀가 가장 바라는 육아정책은 직장 내 어린이집을 설치하는 것. 30개월도 지나지 않은 아이와 떨어지는 게 가장 고충이다.

#3. '파워블로거'로 활동 중인 C씨(27세). 일반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남편의 월 소득은 200만원 수준이다. 그녀는 20개월도 지나지 않은 아이를 키우며 턱없이 부족한 생활비 때문에 블로거 활동을 시작했다. 물론, 블로거 활동과 아이를 돌보는 일을 병행할 수 있지만 여전히 만만치 않은 육아비용에 시달리고 있다.

주부들이 출산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우울증에 노출되고 있다. 행복한 가정생활보다 예상치 못한 또 다른 고난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육아 생활고는 300만원도 못 미치는 저소득층이 더 심각하다는 게 현실이다. 이들은 회사 내에서도 육아 휴직, 어린이집 이용이 제한됐거나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일을 그만둘 수 없는 상황과 갈수록 오르는 육아 비용에 대한 고충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워킹맘 희망 1순위 '직장 내 어린이집' 이용

"아이를 출산하고, 회사 방침에 따라 6개월간 육아 휴직을 사용했었죠. 몇 달은 쉬었지만 남편의 소득으론 육아비용을 감당할 수 없더군요. 현재 아이를 사립 어린이집으로 보내고 있지만, 회사에도 어린이집이 있어요. 다만 직장 어린이집을 이용하는데 제한이 있죠."

상담사로 근무하는 A씨(31세)는 지난해 대기업 고객센터를 위탁운영 중인 외주업체 정규직원이다. 18개월 아이를 둔 워킹맘이기도 한다. 근무시간은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육아를 전담하는 주부이기에 칼 퇴근이나 단축근로는 가능하다.

   워킹맘 A씨는 사립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데 월 50만원가량을 쓴다. A씨는  
워킹맘 A씨는 사립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데 월 50만원가량을 쓴다. A씨는 "정부·직장 어린이집 들어가는 것이 하늘에 별 따기 수준"이라며 "어린이집 보급률이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 이혜연 기자
하지만 A씨가 한 달간 받는 금액은 120만원. 남편 월 소득과 합치면 300만원도 안 되는 금액이라 A씨는 "아이를 낳기 전보다 생활하는데 경제적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한 달에 300만원도 안 되는 금액으로 주택 대출과 생활비, 육아 비용까지 들면 저축은커녕 빚만 늘었죠. 아이가 아직 20개월도 지나지 않아 돌봄이 필요하지만 형편이 어려워 일을 그만둘 수도 없어요."
 
이 부부가 저축하는 금액은 20만원도 되지 않는다. 오히려 저축보다 대출이자를 갚기 위해 매달 빠져나가는 40만원과 사립 어린이집 비용에 드는 50만원으로 지출하는 비용이 더 크다. 직장 내 어린이집이 설치됐지만, 이것 또한 외주업체 소속 직원은 사용이 제한돼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어린이집 보급과 양육비 지원에 앞장서고 있지만, 어린이집 들어가는 것이 하늘에 별 따기 수준입니다. 그만큼 어린이집 보급률이 심각하다는 게 현실이죠. 회사 측에서도 제한된 어린이집 이용을 확대했으면 좋겠어요."

◆결혼이주여성, 정부 육아 지원 확대해야

"네팔에서 국내로 들어온 지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육아고충은 심해지고 가까운 가족이 없어 외로움은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아이가 언어발달 치료를 받고 있어요. 아이에게 드는 치료비도 만만치 않아 국내에서 결혼이주여성이 할 수 있는 직장을 찾았습니다."

네팔에서 온 D씨(27세)는 어린 나이에 한국으로 들어와 31개월 아이를 키우고 있다. 현재 직장에서 수습기간을 거치고 있는 D씨가 매일 9시부터 6시까지 근무하고 한 달간 받는 금액은 50만원. 적은 금액이지만 아이의 치료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 매일 직장으로 출근한다.

"모국어를 활용해 고객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상담을 맡고 있어요. 주로 네팔에서 온 결혼이주여성들과 대화를 하는데, 동질감과 반가움이 커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하지만 아이 치료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엔 경제적 부담이 커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육아지원이 필요해요." 

D씨와 동료인 B씨(29세) 역시 육아문제에 고충을 앓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B씨는 한국 아이들의 놀림 대상이 될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이 가장 크다.

"10개월부터 아이를 어린이집으로 보내고 있지만, 한국 아이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 걱정이 큽니다. 아이가 자랄수록 한국 아이와는 다른 외모가 뚜렷해지기 때문이죠. 정부에서도 혼혈아이가 한국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한국어 교육제도나 소규모 기업에 대한 직장 어린이집 활성화도 생각해줬으면 해요."

◆경제적 어려움 클수록 육아 우울증 심해

최근 엄마들이 느끼는 육아 스트레스가 갈수록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으로 다른 사람 손에 맡겨야하는 현실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2년 보육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유아 자녀를 둔 여성 50%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도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워킹맘 중 25.2%가 출산 후 경력단절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블로거로 활동 중인 C씨(27세)도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어린이집을 이용하려다 2달째 본인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정부에서 어린이집을 지원해주지만 들어갈 수 없어요. 요즘은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신청하는 경우도 많아요. 아직 아이가 어려 재취업하기도 어려워요. 그렇다고 개인시간도 없고, 경제적 어려움은 늘고 있어 육아 스트레스가 계속 발생합니다."

본인의 블로그 주제를 '육야'로 정하고, 생생한 육아정보 이야기를 전달하는 파워블로거 C씨. 그녀는 본인이 경험한 육아 고충을 블로그에 털어놓는다. 이것 또한 육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다. C씨의 블로그에 방문객만 한 달 평균 1만명. 그만큼 많은 워킹맘이 그녀가 들려주는 육아 고충에 공감하고 육아 스트레스 해소법을 공유하기를 원하고 있다.

"블로거 활동을 하다보면, 많은 여성들이 육아비용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요. 이러한 현실을 보고 독신자로 살겠다는 젊은 여성들도 많아요. 올해 정부 방침이 여성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이들의 육아 스트레스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 마련이 절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