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육아경제학②] "아이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 있다" 치솟는 육아 부담

아빠·미취업엄마 대다수 '한숨'… 36개월미만 아이 키우는데 월120만원

전지현·전훈식 기자 기자  2013.07.10 10:36:33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맞벌이요? 하고 싶어 하나요. 경제적 부담이 크니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죠. 아침마다 우는 아이 달래고 출근할 때면 이렇게까지 모질어도 되나 싶어요. 남편 소득 월 500만원만 된다면 집에서 아이돌보며 출근 안하고 싶어요."

월 500만원. 36개월 이하의 아이를 둔 가정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적정 소득이다. 25~40세 중 36개월 이하의 아이를 둔 40가구를 대상으로 육아비용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아이를 위해 지출하는 비용이 최소 50만원에서 최대 2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주택마련 대출이자 및 재태크, 노후대비 저축, 보험 등으로 나가는 금액도 평균 80~150만원.

특히, 대부분의 가구는 수입의 30~70%가량을 순수한 육아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평균 100만원가량으로, 직장인 평균 월급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자녀 보험 및 재태크 등 미래 대비 지출 비용까지 더하면 육아지출 부담은 더 많아진다.

   월 수입별 1가구 육아 비용 지출 평균 현황. 단위는 원. ⓒ 프라임경제  
월 수입별 1가구 육아 비용 지출 평균 현황. 단위는 원. ⓒ 프라임경제
소득별로 살펴보면 월소득 800만원 이상의 경우 30~40%에 해당하는 150만~200만원을 육아비용으로 쓰고 있었고, 월소득 500만~600만원의 경우 월 소득 50~60%에 해당하는 100만~150만원을, 뒤를 이어 소득의 30~40%에 달하는 70만~100만원을 지출했다. 월소득 300만원 이하 가구에서는 50~60%에 해당하는 '70만~100만원을 사용한다'는 답이 제일 많았으며, 30~40%에 해당하는 '50만~70만원을 사용한다'는 답이 두 번째로 많았다.

서울 분당시에 사는 김나연(35세, 가명)씨는 "육아휴직 후 두 달 뒤에 퇴사했는데, 그 당시 월급이 180만원 정도였다"며 "부모에게 아이를 맡기면 최소한 100만원을 드려야 하는데 그 외 기저귀, 분유값 등 아이를 위한 지출도 최소한 60만원이다. 엄마를 항상 기다리는 아이를 떼놓고 오는 일도 힘들었고 둘째 낳을 계획도 있어 남편과 상의 끝에 그만뒀다"고 말했다.

◆육아비 월 118만2400원… 유아기로 접어들면 더 늘어

이는 서울시에 거주하는 일반 가구 지출 현황과도 일치한다. 지난해 육아정책연구소가 서울에 거주하는 월 가구소득 350만원 이상 450가구를 대상으로 영유아자녀를 위한 지출 비용을 조사한 결과 소비지출 총액은 소득의 41.9%에 해당하는 192만원. 이중 월평균 육아지출 총액은 소득의 23%에 해당하는 118만2400원이었다. 자녀가 유아기로 접어들수록 교육·보육비와 같은 서비스 비용이 늘어났다. 

소득이 낮은 가구의 경우 아이가 자랄수록 교육·보육비가 부담스러웠다. 육아에 들어가는 지출 금액이 소득수준별도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300만원 이하 소득 설문 참여자 A씨는 "유모차, 옷, 장난감, 교재 등은 친구나 친척한테 눈에 보이는 대로 달라 해서 물려받았다. 그러나 분유, 기저귀, 과일, 고기 등과 어린이집, 보육비 등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하는 항목의 경제적 문제가 육아에 가장 영향 받고 있다"며 "경제적 여건이 충족치 못해 그만 둘 수도 없다. 양육비용이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영유아기 어머니들은 취업 유무를 떠나 자녀를 양육하면서 다양한 어려움을 경험한다. 특히 외벌이 가정은 남성이 양육을 여성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경우가 많아 아버지의 양육 참여가 소원하는 경향을 띄기도 한다. 출처는 육아정책연구소. ⓒ 프라임경제  
영유아기 어머니들은 취업 유무를 떠나 자녀를 양육하면서 다양한 어려움을 경험한다. 특히 외벌이 가정은 남성이 양육을 여성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경우가 많아 아버지의 양육 참여가 소원하는 경향을 띄기도 한다. 출처는 육아정책연구소. ⓒ 프라임경제
맞벌이 가구는 친척 및 부모에게 자녀를 맡길 경우 50만~100만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었다. 소득이 300만원 이하 가구의 경우는 조부모 육아 양육비가 아예 없거나 있을 경우 평균 20만원으로 친정 및 시어머니의 희생을 통해 가구 현금 흐름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들 소득층의 경우 기저귀나 분유값 역시 조부모가 대신 내주는 편이었다.

교육비는 자녀의 개월 수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났다. 12개월 미만일 경우 거의 0에 가까웠으나 12개월 이상이 됐을 경우부터는 어린이 집과 사설기관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교재비 포함 월 평균 40만~60만원 정도로 나타났다. 생후 6개월 무렵부터는 홈쇼핑 교재 및 사설 교육기관, 학습지를 통해 교육을 시작하는 가구도 설문 대상 중 10%나 달했다.

육아정책연구원은 "취업모의 자녀 양육비와 보육료·교육비 지출이 미취업모에 비해 크다"며 "2012년 서울 영유아가 있는 가구 육아품목조사에 의하면, 소비지출 대비 비중이 미취업모 43.0%, 취업모 38.5%로 미취업모에서 다소 컸다"고 말했다.

◆남성 실제 육아, 고작 3시간…여성 양육 참여도 높아

설문 내용 중 특이한 것은 '아이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남성과 가정에서 전적으로 양육을 담당하는 미취업모 상당수가 ‘예’라고 답한 반면 취업모는 '아니오'라고 답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영유아 발달 시기별로 육아 품목 지출 비용. 출처는 육아정책연구소로, 단위는 원. ⓒ 프라임경제  
영유아 발달 시기별로 육아 품목 지출 비용. 출처는 육아정책연구소로, 단위는 원. ⓒ 프라임경제
전문가는 "영유아기 어머니는 자녀를 양육하면서 다양한 어려움을 경험한다"며 "가정에서 전적으로 자녀 양육을 담당하면서 종일 영유아 자녀와 함께 지내는 일하지 않는 어머니의 양육스트레스가 일하는 어머니의 경우보다 월등히 높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하지 않는 어머니 경우 영유아 자녀로 인해 외출이 어렵고, 친구나 친지 같은 사회관계로부터 소원해지면서 자녀 양육 상황에서 파생되는 사회적 고립감을 경험하기 쉽다"며 "외벌이 가정의 경우 남성은 양육을 여성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경우가 크기 때문에 아버지의 양육 참여가 소원한 경향이 많다"고 설명했다.

육아정책연구소의 맞벌이 부부 양육참여도 보고서 역시 아버지의 양육참여는 어머니에 비해 평일 2~3시간, 주말 4시간 정도로 매우 짧았으며 이는 외벌이 일수록 더욱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취업중인 어머니의 자녀양육 참여 시간은 평일 3.5시간, 주말 7.5시간이었고 전업 주부 어머니의 경우는 평일 6.9시간, 주말 7.5시간이었다.

◆아버지 양육, 발달과 정서적 안정에 긍정적

육아정책 연구소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버지가 자녀 양육에 적극 참여한 경우 자녀의 발달과 정서적 안정, 인지 능력 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됐다. 아버지가 양육에 적극 참여한 자녀는 초등학교의 읽기와 수학에서 높은 성적을 보였고, 생후 13개월 영아시기 아버지가 양육에 많이 참여했을 경우 3세가 됐을 때 아이와 아버지 간 긍정적인 애착관계가 나타났다.

아울러 4∼5세경 아버지가 많이 돌봐 준 아이들은 인지 발달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에서도 높은 점수를 보였다. 청소년기에는 우울이나 불안 정도가 낮고 삶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버지가 자녀 양육에 많이 참여할수록 어머니의 양육 스트레스는 낮아지고 부부간 관계가 좋아지며 결혼만족도가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육아정책연구원은 "아버지의 근무시간이 양육 참여 정도를 결정한다"며 "아버지의 근무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녀 양육에 참여하는 빈도와 시간이 줄어들었다. 이는 한국인의 자녀 양육에 대한 가치관도 영향을 주는데 양육 부담을 부부가 동일하게 나눠야한다는 의식이 아버지에게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