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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경제학①] '등골 뺄까 말까' 선택해야 하는 육아공포

불황에도 육아용품 판매 '쑥쑥'… 육아비 '프리미엄'만 포기해도 훨씬 수월한데

전지현 기자 기자  2013.07.10 10: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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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 결혼 4년차 부부. 최근 들어 아이를 가질 결심을 했지만 3개월 전까지만 해도 둘이서만 잘 살자고 생각했다. 늦깎이 결혼을 한 탓도 있지만 결혼 후 두 사람이 서로를 맞추는 데만도 꼬박 3년 걸렸다. 연애도 했지만 결혼생활은 또 다른 사람을 만난 것 같았다. 이제 서로 적응했는데 아이라는 변수가 생기면 또 다툼의 원인이 생길 것 같아 두렵다. 더구나 3년 동안 두 사람이 여유롭게 여행과 취미생활을 즐기며 살았다. 그런데도 한사람 월급을 모두 저축할 수 있었고 그러고 나니 서울권 전세도 얼추 모았다. 아이만 없다면 곧 집도 살 것 같았다.

#2. 40세 미혼 남성. 결혼은 하고 싶지만 대를 이어야 한다는 부담이 없다. 어차피 정년까지 20여년. 지금 부지런히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다 해도 대학갈 때까지 학자금에 육아 비용 생각만하면 암담하다. 서둘러 결혼하고 싶지도 않다. 남은 생을 같이 하고 싶은 반려자를 만날 때까지 지금처럼 여유롭게 생활을 즐기며 운명의 상대를 기다리고 싶다. 5년 혹은 10년 뒤, 둘이 살다 외롭다 느껴질 때 아이를 입양할 생각이다.

   현대 부부들은 자식을 낳아 슈퍼맨처럼 일하고, 그렇게 번 수입 상당 부분을 자식 교육에 투자한다. ⓒ 프라임경제  
현대 부부들은 자식을 낳아 슈퍼맨처럼 일하고, 그렇게 번 수입 상당 부분을 자식 교육에 투자한다. ⓒ 프라임경제
2013년 육아. 갈수록 많이 드는 비용에 허리 펼 날이 없다.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국내 소득 수준이 높아진데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새마을운동 영향으로 성별 구분 없는 자식 교육 열풍과 함께 여성의 경제 참여도가 증가했다.

하지만 역반응일까. '골드미스'란 용어가 탄생할 정도로 늦깎이 혼인 인구가 늘며 신생아 비율까지 낮춰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현대 부부들은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자식을 낳아 슈퍼맨처럼 일해야 하고, 그렇게 번 수입의 상당 부분을 자식 교육에 쏟는다. 20~30대 부부들은 오늘도 부모에게 자식을 맡기고 일터에 나간다. 이러한 탓에 요즘 결혼적령기 남녀들의 가치관도 변했다.

결혼하고 아이 낳아 '돈을 벌며, 아이 키우는 기계'가 되기보다는 자아실현을 위해 더 결혼을 늦추는 이들이 늘고 있다. 자식을 낳고 기르며 노후를 대비하기까지 이 시대 부부들이 사는 모습을 살펴봤다.

◆ 내가 결혼 안하는 이유? "힘들게 시작하고 싶지 않아서"

지난해 무직 상태로 결혼한 여성은 12만8426명, 전년보다 8.6%(1만2025명)나 줄었다. 비중으로는 39.3%로 통계 작성 이후 처음 40%선이 무너졌다. 과거 결혼을 일찍 할 때는 취업준비생이라도 서로 미래를 보고 결혼했지만 초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경제적 여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 현 추세다. 지난해 평균 초혼 연령은 남, 여 각각 32.1세, 29.4세로 1년 전보다 남자는 0.2세, 여자는 0.3세 늦어졌다.

결혼정보회사 '노블레스 수현'이 지난 6월17일부터 30일까지 미혼남녀 792명(남 390명, 여 402명)을 대상으로 결혼을 안 하는 이유에 대해 설문조사 한 결과 남성은 '준비부족(53.7%)'과 '싱글생활을 더 즐기고 싶어서(21.4%)'를, 여성은 '운명적 상대에 대한 기다림(36.7%)'과 '심적, 물적 준비가 아직 부족해서(24.4%)'를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정서상 남성은 보통 거주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돼야 결혼한다는 의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직장인 김소연(32세, 가명)씨는 "서울시내에서 빚을 내가며 전세 얻고, 그 전세 자금 대출 이자까지 갚아가며 힘들게 시작하고 싶지 않다. 최소한 남자 측이 전세금의 70%가 마련될 때까지 서로 싱글생활을 즐기다 결혼하기로 했다"며 "아이 낳아 기르면서부터 나를 위한 시간과 소비는 전혀 없다고들 하니 최대한 이 시간을 즐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송파구에 사는 직장인 최은철(40세, 가명)씨 역시 "어차피 막내라 집에서도 별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주변 친구들이 아이 키우랴, 집안 돌보랴 월급 다 아내에게 맡기고 용돈 받아 사는 모습이 처량하게 느껴진다"며 "마음 잘 맞는 사람 나타나면 둘이서만 살 계획"이라고 전했다.

◆육아비용, 왜 그렇게 많이 드나?

실제 국내 중산층의 평범한 가구에서는 육아비용에 대한 경제적 고충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강원도 춘천시에 사는 최나연(35세, 가명)씨는 현재 보육 교사 자격증을 취득해 아이 3명을 돌보고 있다. 1인당 20만~30만원선의 금액을 받아 손에 쥐는 총 8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용돈 및 아이 교육비를 댄다. 주중 12개월 정도의 아이를 돌보는 것에 지쳐 저녁 때면 곯아떨어지기 일쑤지만 아이가 36개월이 넘어가면서 엄마 손을 많이 타는 기간이 지나자 경력 단절의 우울함을 경험했다.

최씨는 "처음에는 아이를 떨어뜨리고 직장에 출근하는 것이 마음아파 그만둘 것을 결정했는데, 아이가 커갈수록 사설기관 등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다"며 "지금은 경력 단절로 인한 우울증을 극복하고 아이 학원비라도 벌고 있다는 생각에 힘들지만 즐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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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에 사는 2살, 4살 아이 엄마 손소영(35세, 가명)씨는 "어느 날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원해 주니 한번 가 볼까 하는 마음에 한 달만 아이를 보냈던 어린이 집에서 석 달까지 이름만 등록한 상태로 유지할 것을 요청해 왔다"며 "이렇게 유령 등록을 해 놓으면 나중에 보조금이 어린이집으로 나올 때 반반씩 나눠준다 했다. 나쁜 짓인 것을 알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기저귀값 생각이 앞섰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부부들이 지출하는 육아비용을 지적한다. 혼자 살 때보다는 가정이라는 굴레가 생기면서 지출하는 비용이 많아질 수밖에 없지만, 지출 내역을 상세히 들여다보면 프리미엄급만 고집하는 욕심이 지출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11번가의 올 상반기 해외매출 동향에 따르면 '유아‧생활용품(26%)'이 패션 카테고리를 제치고 매출 비중 1위에 올랐다. 비(非)패션 카테고리가 가장 높은 매출 비중을 차지한 것은 해외쇼핑11번가가 개설된 이후 처음이다.

아울러 지난 4월 소셜커머스 티몬은 지속된 경기불황에도 육아용품 부분이 급속한 성장을 보이면서 3월 기준 월 판매액이 100억원선을 넘었다고 밝혔다. 특히 육아용품 부분을 별도 판매 카테고리로 독립해 매출집계를 시작한 작년 3월 판매액이 약 3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년만에 5배 성장을 한 셈이다.

업계 전문가는 "저출산 영향으로 고품질,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 부모들의 욕구가 강해지고 있다"며 "불황임에도 하나뿐인 아이에게 기왕이면 가격이 높더라도 좋은 품질과 안전성에 대한 신뢰로 입소문이 난 상품을 찾는 경향이 크다. 이를 줄이고 자기 개발이나 취미 활동, 노후대책 등에 관련된 지출 항목을 늘린다면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도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