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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美, 아시아나기 사고=조종사 과실? '판단은 시기상조'

노병우 기자 기자  2013.07.10 09: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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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미국 언론과 관계기관이 아시아나항공 착륙사고 과정에서 조종사들의 과실이 있었다는 뉘앙스로 상황을 부각시키는 애국주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 매체들은 아시아나기 착륙사고를 초별로 그래픽으로 재구성해 매시간 자세하게 내보내고 있다. 또 여객기를 조종했던 이강국 기장이 사고 기종인 B777을 9차례(43시간)밖에 운항하지 않은 것을 근거로 조종사 과실에 의한 사고추정에 부채질하고 있다.

언론만이 아니다. 데보라 허스먼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 의장은 지난 8일 비행기록장치(FDR, 블랙박스)를 해독한 결과라며 사고 당시 항공기 속도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블랙박스 기록에 따르면 충돌 3초전 사고기 속도는 103노트(시속 190km 상당)로 비행 중 최저 속도"라며 "조종사 한 명이 속도를 높이라고 주문하자 50%에 머물고 있던 엔진출력이 상승하기 시작해 여객기 속도가 106노트로 올랐다"고 밝혔다.

정상착륙을 위한 속력이 137노트(253km)인 만큼, 그의 발언은 속도가 너무 느려 기체 고도가 낮았고 결국 사고로 이어졌다는 걸 시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분석하는 데 몇 달 또는 몇 년이 걸린다던 블랙박스. 블랙박스를 해독한지 이틀밖에 안된 상황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처럼 NTSB가 즉각적으로 언론에 상세히 알리는 것은 이례적인 행동인 만큼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좀 심한 표현인지 모르겠으나, 미국의 이러한 행보는 마치 블랙박스 안에 포함돼 있을 다양한 내용들 중 조종사 과실로 유추될만한 정황들만 쏙쏙 골라 발표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이와 관련해 우리 당국은 미국 측 발표가 블랙박스 해독에 기반을 둔 것이어서 '사실' 자체의 신뢰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도 미국 언론이 NTSB 발표를 토대로 사고원인을 조종사 과실로 너무 성급하게 몰고 가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조사 내용을 실시간으로 공표하지 말고, 브리핑 시점을 한국 정부와 조율해 달라"고 요청했다.

뿐만 아니라 관제탑의 늑장대응과 함께 착륙 순간을 전후로 샌프란시스코공항 측이 지상 관제사를 교체해 정밀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상황 속에서, 특정한 단면에 집착하는 미국 언론 및 NTSB의 태도는 일정한 선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사고원인으로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자동 착륙유도장치인 '글라이드 스코프(Glide scope)' 고장 역시 지목됐지만, 이는 사전에 고지했었다며 공항의 과실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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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에 관한 모든 내용은 조종사 과실을 비롯해 기체결함, 관제탑 교신 등 다른 정황을 모두 따져본 후 마지막에 최종 판단 할 사항인 만큼, 한·미 공동으로 블랙박스를 비교분석한 다음 최종 결론을 도출해야만 한다.

아울러 우리 당국이나 아시아나항공 역시 NTSB 발표 내용을 정부가 확인해주는 정도에 그쳐서는 안 된다. 미국 정부가 연일 내놓는 내용뿐 아니라 다양한 정황들을 최대한 의혹 없이 제공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