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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스킨 아이스크림 케이크 특공대, 남다른 제품 만들어야"

[인터뷰] 현정섭 비알코리아 제품개발 본부 개발2팀 과장

조민경 기자 기자  2013.07.08 13: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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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아이스크림 케이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있다. 바로 아이스크림전문점 배스킨라빈스다.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조차 생소했던 90년대 후반 국내 처음으로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선보이며 아이스크림계의 신세계를 열었다. 초창기에는 점포당 하루 3개를 겨우 판매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단일 제품으로 7개월간 70만개 누적판매를 기록할 정도로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배스킨라빈스의 아이스크림 케이크가 누리는 인기의 뒤에는 연간 수천개의 제품을 구상하며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하는 SPC Inno Lab 제품개발실의 노력이 있다. 그 중에서도 아이스크림 케이크 개발을 총괄하는 현정섭 비알코리아 제품개발 본부 개발2팀 과장을 만나 아이스크림 케이크 개발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대략 1년에 3000~4000개 정도 아이스크림 케이크 신제품을 구상, 디자인하는 것 같아요. 이중 출시되는 것은 100~200개 정도죠. 소비자들의 니즈와 취향에 맞춰 지속적으로 새로운 제품을 개발, 선보이고 있어요."

◆"남들과 다른 제품"…수천개씩 개발해 '괴물' 별명도

히트제품에 만족하지 않고 또 다른 신제품을 내놓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현 과장의 말에서 아이스크림 개발자로서의 자부심이 전해졌다. 사실 현 과장을 지금 이 자리에 있게 한 것도 남들과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겠다는 그의 소신이다. 

현 과장은 어릴 적 우연히 먹은 케이크 맛에 반해 베이커리 업계에 발을 들여놨다. 케이크 디자이너로 남들이 만들지 않는 다양한 케이크를 선보이며 최연소 대한민국 제과 기능장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후 개인 베이커리를 운영하다 2007년 비알코리아와 인연을 맺게 됐다.

   현 과장은 '와츄원'과 '해피큐브'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연달아 히트시키며 다음 신제품에 대한 기대를 부풀게 하고 있다. ⓒ 비알코리아  
현 과장은 '와츄원'과 '해피큐브'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연달아 히트시키며 다음 신제품에 대한 기대를 부풀게 하고 있다. ⓒ 비알코리아
"케이크 디자이너로 다양한 케이크를 개발해낸 점을 인정받아 아이스크림 케이크 개발 제의가 들어왔죠. 이후에 실기 테스트를 거쳐 비알코리아에 들어오게 됐어요." 

현 과장의 입사는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케이크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이전까지만 해도 연간 출시되던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10~15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 과장이 입사하면서  제품화만 100~200개, 구상하는 제품까지 포함하면 수천종에 달해 내부에서는 '괴물'로 통한다고.

"우리나라 소비자처럼 싫증을 빨리 느끼는 고객도 많지 않은데요. 때문에 소비자 니즈에 맞춰 제품이 계속 변해야 해요. 저 역시 기존에 없던 창의적인,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백지에 점찍듯' 어렵지만…해피큐브 등 손대면 모두 '히트'

전에 없던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그는 동화책이나 그림이 많은 책을 찾아본다. 케이크 디자인 연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판매현장에서 소비자와 직접 부딪히며 니즈를 파악하기도 하고, 마케팅팀이나 타 부서와의 협력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로 제품을 만들어낸다. 

"사실 아이스크림 케이크 개발은 아이디어부터 제품화까지 '백지에 점을 찍는 일'이에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제품을 만들어내기 때문이죠. 이 일을 하는 아이스크림 케이크 개발팀 인원은 저를 포함해 모두 3명으로 적지만, 제품 아이디어부터 개발까지 해내는 '특공대 조직'이에요. 물론 다른 부서와의 협력도 큰 역할을 하고 있어요."

현 과장이 개발해낸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연신 히트를 치며, 아이스크림 케이크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2011년 출시된 4~8가지 조각 아이스크림 케이크로 구성된 '와츄원'은 1년7개월 만에 누적판매량 210만개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9가지 맛의 큐브형태 아이스크림 케이크로 구성된 '해피큐브'는 7개월 만에 70만개가 판매되며 아이스크림 케이크 단일제품으로 최단기간, 최다판매량을 자랑하고 있다.

    
"혁신적인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은 조각 아이스크림 케이크 '와츄원'(좌)과 '와츄원 바람개비'. ⓒ 비알코리아
"'와츄원'과 '해피큐브'는 혁신적인 제품인 만큼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각각 다른 맛의 조각 아이스크림 케이크로 하나의 케이크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아이스크림 맛에 따라 비중이 달라 높이를 맞추고 모양을 만드는데 어려움이 많았어요. 시행착오가 있을 때마다 그 과정에서 허영인 회장님께서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각 브랜드 제품 개발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케이크 역시 예외가 아니다. 허 회장은 현 과장으로부터 아이스크림 케이크 개발과정을 보고받고 필요한 조언이나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이러한 허 회장의 관심과 기대는 현 과장에게 든든한 힘이 되고 있다.

"항상 '고객보다 한걸음만 앞서 나가라'고 하세요.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미리 파악해 만들어서 고객 앞에 내놓으라는 것이죠. 그외에도 많은 조언을 해주시는데요. '와츄원' 개발 당시 마주보는 조각 아이스크림 케이크끼리 같은 맛으로 구성했었는데요, 모두 다른 맛 케이크로 구성해보라고 하셔서 4~8가지 맛의 '와츄원'을 출시하게 됐어요."

허 회장의 조언을 받아 모두 다른 맛으로 구성한 작품이 나오게 된 것. 실제 이후에 경쟁사들은 '와츄원'과 비슷한 조각 아이스크림 케이크로 구성된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기도 했다고 하니 일선의 노력과 경영진의 감이 만나 새로운 성공 분야를 만든 셈이다.

배스킨라빈스는 최근 아이스크림 케이크 신제품 '와츄원 바람개비'를 선보였다. 조각 아이스크림 케이크로 바람개비 모양을 만든 이 제품 역시 현 과장의 히트제품 대열에 합류할 전망이다.

◆'한 땀 한 땀' 장인정신으로 만들어내  

한참 아이스크림 케이크 개발 얘기를 나누다 보니 실제 아이스크림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현 과장의 말을 빌자면,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정성과 장인정신'으로 만들어진단다.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자동생산이 가능한 부분은 자동화로, 사람 손이 필요한 부분은 수작업으로 생산하고 있어요. 특별한 날 찾게 되는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그냥 기계로 다 찍어낸다고 하면 소비자 입장에서 기분이 좋지 않을 거 아니에요. 저희 공장에서는 수백 명의 셰프가 한 고객 한 고객을 위해 만든다는 정신으로 작업하고 있어요."

   털과 수염 등을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표현해낸 '희망호랑이' 아이스크림 케이크. ⓒ 비알코리아  
털과 수염 등을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표현해낸 '희망호랑이' 아이스크림 케이크. ⓒ 비알코리아
자동화 기술력이 달려서가 아니다. 고객에게 보다 더 정성이 담긴 제품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이스크림 케이크 생산 과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봤다.

"속에 여러 가지 맛으로 구성된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각각의 맛 아이스크림을 넣어 냉각해서 만들어요. 조각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네모난 모양의 아이스크림 덩어리를 자체 개발한 특수 커팅 칼로 삼각형 모양으로 자른 뒤 각각의 맛을 한데 모아 조합해서 만들죠."

만들어 온 제품 중 만들기가 까다로웠던 제품이 있는지도 물었다. 

"2010년 '백호의 해'를 맞아 호랑이 모양의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출시했어요. 호랑이 털을 한 가닥 한 가닥씩 표현해낸 제품인데요. 말 그대로 생산직원들이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만든 제품이죠. 그 만큼 소비자 반응도 좋았어요."

이처럼 정성과 기술을 쏟아 매번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배스킨라빈스를 경쟁사들이 벤치마킹해 유사한 제품을 선보이는 것도 다반사다. 또 현 과장에게도 경쟁사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경쟁사 연구원들과 모임을 가지면 '배스킨라빈스와 똑같은 제품을 만들라'고 지시가 내려진다고 해요. 하지만 저희는 경쟁사 제품을 보고 개발하지 않아요. Inno Lab 이름에 걸 맞는 혁신적인 제품, 특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상상 이상의 맛, 보게 될 것"

그렇다면 현재 그가 개발하고 있는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무엇일까. 아이스크림 케이크 성수기인 크리스마스를 대비해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준비하고 있단다.

   이번 신제품 '와츄원 바람개비'도 그의 작품이다. ⓒ 비알코리아  
이번 신제품 '와츄원 바람개비'도 그의 작품이다. ⓒ 비알코리아
"'특별하지 않은 제품은 안 된다'는 생각으로 특별한 크리스마스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만들고 있어요. 자세히는 말씀 드리지 못하지만 무엇을 상상하시든 그 이상의 것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의 말에서 뭔가 모를 자신감이 느껴졌다. 경쟁사들의 미투(me too) 마케팅 때문에 미리 얘기해줄 수 없다고 하지만 연이어 혁신 제품으로 히트시킨 그의 전적을 미뤄봤을 때 이번 크리스마스 케이크도 벌써부터 기대를 부풀게 했다.

"만화책을 보면 스시를 먹고 맛을 상상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파도가 치고 바람이 불고하는. 이런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만들고 싶어요. 모양과 맛, 있는 그대로가 감동인 제품, 또 먹고 난 후에 그 의미까지도 감동이 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