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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수능과목으로 경찰선발, 과연 최선일까?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7.08 11: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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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내년부터 경찰 임용시험에서 필수과목이던 형사소송법과 경찰학개론, 형법 등이 선택과목으로 바뀔 것이라는 안건이 결국 현실화되는 양상이다. 경찰청은 고교 졸업생들에게도 공무원 진출 기회를 넓혀 주기 위해 형사소송법과 경찰학개론, 형법 등을 선택과목으로 교체하고, 국어와 수학·과학 등을 선택과목에 추가했다.

이에 따라 법률 과목을 빼면, 대부분이 대입 관련 과목이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일반행정직 공무원 채용에서도 이 같은 이야기가 이미 나온 바 있는데,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치안을 유지한다는 사회의 보루를  뽑는다는 점에서 이 같은 개악은 행정직 공무원보다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선 경찰이 법을 제대로 모르는 채 현장에서 일하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일하도록 하자는 셈인데 이는 불가능하다. 오늘날 경찰 근무 여건에서 가능한지 실무의 업무 부담상 도저히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

더욱이 경찰이 대민 행정만 하는 게 아니고, 사법 제도 등 다른 영역과도 연관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이 제도는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사법 시스템은 현재 독일식 성문법률 체제에서 영미식 판례법 체제로 변화하고 있는데, 이게 기본 지식의 일정한 채용상 검증 없이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현장에서 머리에 우격다짐으로 넣으면 오히려 더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

법률 시스템 변화에 왜 경찰이 이 같은 채용을 하면 안 되는지, 더 적어 보자. 경찰의 인사 문제는 사법 문제가 영미식이냐 독일식이냐는 문제와도 관련되나, 로스쿨 제도로의 변화, 변호사의 다량 배출 등과도 연관을 지어야 할 필요가 있는 문제다. 지금처럼 변호사들이 쏟아져 나오면, 법률 서비스의 염가 제공이라는 순기능도 있지만, 어느 유명 변호사의 지적처럼 관리를 잘못하면 "이제 우리도 변호사 출신 강도 나오는 세상이 될 수도 있다"는 수준과 윤리 저하의 문제점도 잉태하고 있다.

변호사 윤리감 실종으로, 각종 말도 안 되는 잡범은 물론이고 각종 거대 범죄에 봉사하는, '법률가 아닌 자격증 소지자들'이 대거 민사는 물론 형사 체제에까지 발을 담글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터에 더욱이 법률적인 기본 소양마저 하향 조정된 신규 인력들이 투입되는 경찰 조직이 대응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경찰 시스템을 시정 잡배와 몸싸움하고 연행하는 데 그친다고 이해한다면 모를까, 이는 참으로 문제가 있다.

또 아니할 말로, 이번 제도를 대체 몇 년 앞이나 내다 보고 그린 그림인지 묻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앞으로 장기적으로 경찰대가 폐지된다면, 또 고시 특채가 사라져 간다면 그런 상황에 영국처럼 순경으로 같이 들어온 중에서도 일부 인재를 특별히 관리해 속진을 시키는 제도를 도입한다고 할 때(일각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 같은 개혁안을 언급한 바가 있음), 지금 이런 수능 과목으로 경찰을 뽑는 제도를 열어 둔 게 겹친다면 이는 수능 과목으로 '경찰미래간부고시'를 고교 졸업 예정자들이 치게 해 주는 문제로도 연결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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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폐해는 어쩔 것인가. 그때 가서 과목을 또 바꿀 것인가.

오히려 가난한 경찰 지망 고졸 학생의 길을 열어주면서도, 각종 문제점을 일으키지 않을 방법은 많다. 가까운 예로는 학원비를 지원해 주거나 공부에만 한 1~2년 전념할 수 있게 '학숙' 같은 데를 운영해 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