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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광고회사 이사, '적당' 에너지 연구자로 변신 까닭은?

저술가로도 명성, 김성원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 적당연구소장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7.05 17:5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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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전라북도 완주군에 자리잡은 '전환기술 사회적협동조합'. 홈에너지 위기의 해결책으로 등장한 적정기술을 한국에 소개, 접목시키려는 고급인력과 귀농운동가 등이 모인 곳이다. 전기며 기름을 더 많이 활용하는 상품들이 쏟아지는 세상에서 이를 장만하고 사용하는 게 미덕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데, 에너지를 아껴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자는 기구는 괴짜들의 집합소쯤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1970년대 영국에 적정기술센터가 생겼고, 미국도 국립적정기술센터를 만들어 국제 석유파동 이후 에너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노력한 점을 상기해 보면 이들의 노력은 오히려 만시지탄의 감이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 시급한 대목이다.

더욱이 지속가능한 생태사회로의 전환을 꾀하는 움직임이 지역에서 펼쳐지고, 또 지역별로 자립적 순환이 가능한 경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전환 적정기술의 확산이 필요하다.

다만, 친환경에너지 관련 아이템을 개발, 기술을 전파하고 40여명의 박사급 연구자, 각종 운동가나 귀농인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전환기술 사회적협동조합 산하의 4개 기구 중에서도 '브레인'격인 적당연구소를 이끄는 김성원 소장은 그런 점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 중 하나다.

빈민 주택 문제 가슴아파하던 철학도, 불혹에 주택연구가로

원래는 사회운동에 관심을 가진 철학도였다. 1967년생인 그는 빈민층의 주택 문제에 관심이 많아 서울시 철거민협의회, 전국철거민연합에서 활동했다.
   적당연구소라는 다소 엉뚱한 이름을 내건 연구조직에 몸담고 있는 전환기술 운동가 김성원씨. 한때 경영 컨설팅이나 광고 등 날카로운 영역에서 이름을 날렸던 인물이다. 하지만 낙향 후 흙부대집을 짓고 저서를 펴내는 등 활발히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 임혜현 기자  
적당연구소라는 다소 엉뚱한 이름을 내건 연구조직에 몸담고 있는 전환기술 운동가 김성원씨. 한때 경영 컨설팅이나 광고 등 날카로운 영역에서 이름을 날렸던 인물이다. 하지만 낙향 후 흙부대집을 짓고 저서를 펴내는 등 활발히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 임혜현 기자

한 동안 평범한 직장인으로 지냈다. 사실 평범이라고 하기엔 적절치 않을 정도로 성공한 범주에 속했다. 이윤을 창출하는 게 목적인 기업 사회에서 가장 샤프한 직종인 비즈니스 컨설턴트로 유명세를 날렸다. 광고회사에서 전략 분야 이사까지 지내는 등 여러 분야의 회사에서 승승장구했다. 이른바 전략과 기획통으로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그러던 중 홀연히 귀농, 대안에너지 정책을 연구했다. 흙부대집을 지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건축을 공부한 건 아니었지만 건물과 에너지 문제를 계속 공부했다. 농사를 지으면서 주경야독을 한 셈이다. 결국 생태건출 확산을 위해 노력하는 준전문가로 인정받았고, '이웃과 함께 짓는 흙부대집' 등 책도 여러 권 집필했다.

적당연구소라는 이름에 대해 물어보니 "적당이라는 표현은 부정적인 뉘앙스로 보통 사용되지만, 적절하고 당당하게 연구하겠다는 (본래의) 뜻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아울러 "과학이나 기술이나 어려워서는 안 된다"면서 "지나친 전문가주의를 배격하기 위해서도 적당연구소라고 지었다"고 말했다. 과학이든 기술이든 현실과 접목하고 활용될 때 값어치가 더 높아진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전환기술 사회적협동조합이 이미 상당히 재미있으면서도 효율적인 여러 아이템들을 사람들에게 소개(예를 들어 △비전력 수격펌프 △개량 화덕 △바람잡이탑 △태양 굴뚝 등)하고 각종 프로그램들을 전주대나 완주군과 협력, 진행하고 있는 점 등을 상기해 보면, 김 소장이 이 조합에 가장 적합한 인재 중 하나라는 확신을 얻을 수 있다.

적당? 연구소지만 전문가주의 배척한 즐거운 과학기술 추구 뜻

김 소장은 "우리는 사실 냉정하게 말하면 연구자라고 보기 아직 어렵다"면서 그간 공개된 기술 등을 연구하고 보완하는 정도라고 자평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나온 각종 전환기술이 세부 내역까지 모두 공개된 것도 아니고 매번 이 빠진 연결고리를 규명하려고 많은 실험과 고민을 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 조합 특히 적당연구소의 노력은 충분히 짐작할 만 하다.

김 소장은 아마추어 연구자, 발명가로서 지금 하는 일에 흥미를 갖고 있는 한편으로 이를 널리 교육하고 전파하는 역할에도 상당히 사명감을 갖고 있다.

김 소장은 "은퇴한 연구자들, 기업에 있는 분들 등등을 모두 연계해 연구자 네트워크를 구성하려고 한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기술교육과정을 통해서 각종 전환기술을 접목한 상품들을 만들고 수익으르 내는 생산협동조합들이 다량으로 생겼으면 좋겠다는 뜻도 갖고 있다.

에너지 과잉 소비의 시대를 배격한다

김 소장은 "전국적으로 이렇게 네트워크를 갖추면 이들 개개인이 하나의 유통망도 되고 A/S망도 되고 (또다른 전환기술을 같이 공부하고 전파할) 교육망도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전환기술 사회적협동조합 그 자체가 몸집을 키우기 보다는 전환기술이라는 공감대를 가진 많은 조직, 많은 사람들이 무한한 확장을 했으면 좋겠다는 구상을 시사했다.

김 소장은 "지금은 화석연료 등 각종 에너지를 과잉으로 쓰는 시대"라고 일갈하고 과거 30~400년 전만 해도 한 가구에 전기를 이용하는 도구가 3~4개밖에 안 됐는데 이제는 한 가구가 20~40개 전기 사용 도구를 쓴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이런 점을 볼 때 전환기술을 통한 에너지 절감 노력이 절실하다며, 세계 각국의 전통을 살펴 보면 비전력 도구나 비전력 장비 등이 의외로 많은데 이를 새롭게 찾아내고 재해석하는 데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