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놀라운 뉴스가 떴다. 의사·시인 25명의 공동시집 '닥터K'가 발간됐다는 것이다. 노동강도와 스트레스가 어느 분야 못지않은, 시시각각 사람의 생명과 싸우는 의사들로서 시(詩)를 쓴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병을 고치는 의사에 앞서 사람을 살리는 의인이 되기 위한 몸부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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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남 |
쑨원은 평소 의사를 세 부류로 나눴다고 한다. 소의치병(小醫治病), 병을 고치는 의사는 작은 의사. 중의치인(中醫治人),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는 중간. 대의치국(大醫治國), 나라와 사회를 고치는 의사는 큰 의사가 그것이다.
의사의 하얀 가운에 인문학이 꽂히면 상황이 그리도 달라지는 것일까. 혁명가 체 게바라와 노먼 베쑨, 문학으로 중국인을 깨우친 루쉰, 신학자이자 철학자, 음악가였던 슈바이처 등이 모두 의사 출신이라는 것이 어째 우연한 일이 아닌 것 같다.
때문에 인문학으로 무장하려는 의사들의 몸짓이 언제든 환자가 될 수 있는 시민들로서는 반갑기만 하다. '태교는 과학이다' 등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스타 강사인 한양대 의과대 학장 박문일 교수 역시 틈만 나면 제자들에게 가운 주머니에 시집을 넣고 다니라고 충고한다고 한다.
'인문학적 소양을 지닌 의사가 환자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돌보면 어떤 병이든지 치료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란다. 박문일 교수뿐만 아니다. 이시형, 박경철 등 의술과 인문학의 융합으로 '더 큰 의사'의 길로 나선 의사들은 언제나 시민들의 격한 주목을 받아왔다.
나남출판사에서 펴낸 '재벌총수는 왜 폐암에 잘 걸릴까?'는 나온 지 1년 된 책이지만 그동안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런데 막상 책 내용에는 그냥 묻히기에는 상당히 아까운 메시지가 있다. 바로 '인문학적 의사'의 부활이다. 그런 만큼 저자 김중산은 의사면서 심리학 공부를 했고, 동서고금의 고전에서 영화까지 사방팔방의 지식을 '건강과 치료'에 융합시키는, 놀라운 광폭 보행의 소유자다.
독자는 책 제목에서부터 멋지게 속고 들어간다. '재벌총수가 혼자 고민하는 시간이 남보다 많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폐암에 잘 걸린다는 말이겠지'라고 넘겨짚기 십상이다. 저자 김중산의 진단은 전혀 그런 쪽이 아니다. 기부나 협찬 등 좋은 일을 많이 안 해서 그렇다고 한다.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부재다. 폐는 알다시피 기(氣)의 출입, 호흡을 통해 공기의 입출을 관장하는 장기다. 무릇 들어오는 것과 나가는 것의 균형이 맞아야 한다. 그런데 재벌은 들어오는 것에 비해 나가는 것이 턱없이 적다. 그것이 폐암에 잘 걸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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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고 귀한 산삼, 동충하초, 웅담이나 혐오스런 곰발바닥, 살모사, 탯줄 이런 거 다 필요 없다. 우리 곁에 널려 있거나 비교적 흔한 먹거리들인 생강, 마늘, 식초, 낙지, 해삼 정도면 '정력' 넘치는, 건강한 삶은 충분하다.
프라임경제 칼럼니스트 최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