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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골프에 등 떠밀린 당구의 무시 못 할 내공

최민지 기자 기자  2013.07.05 16: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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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영화 '토이스토리'에 등장한 주인공, 카우보이 '우디'를 기억하십니까. 여의도에 우디가 등장했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한 손에 잡히는 장난감이지만, 여의도에 나타난 우디는 몸집이 집채만큼 거대했습니다.

   한 남성이 개업한 당구장을 홍보하기 위해 자신보다 2배 이상 큰 인형을 짊어진 채 횡단보도 앞에 서 있다. = 최민지 기자  
한 남성이 개업한 당구장을 홍보하기 위해 자신보다 2배 이상 큰 인형을 짊어진 채 횡단보도 앞에 서 있다. = 최민지 기자
어찌된 일일까요. 신기한 마음에 자세히 살펴보니, 한 남성이 이 커다란 카우보이 인형을 메고 있었습니다. 바로 당구장 개업 마케팅 중이었던 거죠. 직장인들이 점심시간, 일과 후에 당구를 즐기는 모습은 익숙한 풍경입니다. 더군다나 직장인이 밀집한 여의도라면 당구장 운영에 승산이 있을 것도 같은데요.

하지만, 직장인 취미생활에 변화가 온 듯합니다. 이제 직장인들은 당구 큐대 대신 골프채를 집어 들고, 당구장 대신 스크린골프장, 실내 골프연습장 등에서 '나이스 샷'을 외치곤 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전국 등록·신고 체육 시설업 현황'을 확인해보니 확실히 당구는 '지는 해', 골프는 '뜨는 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전국 골프연습장 수는 △2010년 8186개소 △2011년 9033개소 △2012년 9575개소로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반면 당구장 수는 △2010년 2만5317개소 △2011년 2만5159개소 △2012년 2만3855개소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취미생활로써 당구가 이전보다는 하향세로 평가되고 있는 대목인데요. 하지만, 당구는 생각보다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확신됩니다. 당구는 한국 근현대사를 거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이죠.

한국에 당구가 도입된 시기에 대해 여러 설이 있지만, 순종 때 일본인을 통해 창덕궁 동행각에 당구대 2대를 설치한 것이 시초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순종국장록'에 당구대 사진이 담겨있습니다. 당시 순종이 찍어치기(마세) 기술을 구사할 정도로 '당신(당구의 신)'이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죠.

해방 후에는 당구가 고급 사교오락으로 여겨졌지만, 자유당 정권에 들어 소위 깡패라 불리는 집단의 놀이로 치부됐죠. 영화 속 조폭들이 등장하거나 패싸움이 일어나는 장소로 당구장이 자주 애용(?)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제 당구는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엄연한 스포츠입니다. 자넷 리, 차유람 등 스타 당구선수들 이름도 각종 뉴스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습니다.

왕의 스포츠에서 직장인 취미생활까지, 당구의 인생은 '당구 한 판'만큼 역동적이고 재밌는데요. 당구만큼 열정적으로 사는 우리네 직장인들, 넘치게 즐기지 마시고 건전한 여가생활로 건강한 '한 게임'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