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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순천농협 '제안왕' 기지넘친 보이스피싱 대응 '화제'

경찰사칭 전화받고 700만원 인출하려던 할아버지 설득

박대성 기자 기자  2013.07.05 15:3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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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용현 팀장(오른쪽)과 이수정 주임. ⓒ 농협  
서용현 팀장(오른쪽)과 이수정 주임. ⓒ 농협
[프라임경제] 농협은행 직원들이 '보이스피싱(전화사기)'에 걸려 현금을 인출하려던 70대를 설득, 피해를 막은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특히 피싱을 막은 농협 직원은 800여건의 내부제안을 올린 '제안왕'으로도 알려져있어 관심을 끈다.

5일 농협은행 순천시지부에 따르면 화제의 주인공은 농협 북순천지점에 근무하는 서용현 팀장(41)과 이수정주임(33).

이들이 전화사기범에 속아 급전을 인출하려던 최모씨(70)와 대면한 때는 지난 4일 오전 11시께다.
 
북순천지점 단골고객인 최씨는 불안한 기색으로 은행을 찾아 "내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며 다짜고짜 여직원(이수정)에게 통장재발급과 함께 인출용 현금카드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평소 최씨를 잘 알고 있는 여직원은 통장재발급과 함께 병원할인 혜택이 주어지는 체크신용카드를 권유해서 발급했다.

그러나 20분 후 은행창구로 되돌아 온 최씨는 "여직원때문에 헛걸음했다"며 체크카드 대신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현금카드'를 발급해 달라며 재촉했다.

최씨의 불안하고 초조해 하는 모습을 이상이 여긴 이 주임은 '낌새'를 채고 보이스피싱을 의심, 평소 교육받은대로 뒷좌석의 서 팀장에게 전말의 상황을 사내메일로 보고했다.

"발급을 안해주면 다른데서 발급받겠다"며 고집을 피우며 옥신각신하는 상황을 지켜본 서 팀장은 최씨를 지점장실로 안내해 최씨를 안심시킨뒤 현금카드와 699만여원을 인출하려는 이유에 대해 물어봤다.

이에 최씨는 '서울경찰청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전화를 받았다'며 급히 통장을 재발급받아 현금인출기 앞에서 비밀번호와 함께 699만여원을 인출하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토로한 것.

이에 서 팀장과 직원은 전화 앞글자가 '070'으로 착신된 번호로 전화를 걸어본 결과 경찰관을 사칭한 남성이 당황한 목소리로 "당신이 뭔데 참견이냐"며 전화를 끊었다.

이후 서울경찰청에도 사후확인한 결과 '070'으로 시작되는 관공서 번호는 없을 뿐만 아니라 경찰관을 사칭했던 그런 남성은 없다는 확인전화를 받았다.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은 물정을 모르는 노인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다 노련한 행원에 들통난 것. 보이스피싱범들은 진짜인양 속이기 위해 10원단위까지 입금토록 하는 등 날로 지능화되고 있다.

서 팀장 등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최씨 명의의 통장에 대한 지급정지와 함께 회원 조합에 긴급통신을 보내 이같은 사실을 고지했다고 한다.
 
하마터면 699만여원을 털릴뻔한 최씨는 "통장에 잔고가 700만원이 있었는데, 농협이 이를 막아줘 어찌나 고마운지 모른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