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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2.0 탐방 ⑪] 친환경에너지 열혈고수…'전환기술 사회적협동조합'

홈페이지도 없이 입소문… 연구 매진, 전국각지서 교육문의 쇄도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7.05 12:3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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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청와대에서도 에어컨을 켜지 않고 더위를 견디는 시대. 바야흐로 걱정했던 에너지 위기 사정이 한국을 짓누르고 있다. 근래 우리를 괴롭힌 상황은 원전 관련 비리로 드러나기는 했지만, 한 번 지나갈 해프닝이라기보다는 에너지 낭비의 한국 경제의 모델이 지속가능한가를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한다는 죽비(竹篦)라는 풀이다.

이런 상황에 에너지 전환의 적정 기술을 전문으로 하는 모임이 날개를 펴 주목된다. 참여자들 간에 마음이 잘 맞지 않으면 하기 어렵다는 협동조합을 표방했고, 더욱이 이익을 사회에 일정 부분 환원, 기여해야 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의 깃발을 들었다.

전라북도 완주군에 자리잡은 '전환기술 사회적협동조합'은 홈페이지 없이 입소문을 타고 있는 특이한 곳이다. 서류의 보완제출을 마쳐 공식적인 사회적협동조합 인가는 당국의 심사를 8월경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에 따라 홈페이지 개통 등 여러 대외적 알리기 절차는 그 이후에 이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적정기술 등을 연구해, 실생활에 접목하는 전환기술 활성화 행보는 이미 상당 부분 진척됐다.

박사급 연구자 등 40여명 모여 '전환기술' 연구해 사회환원
 
우선 '적정기술'이라는 말이 생소하기 때문에 잠시 설명이 필요하다. 에너지 위기의 해결책으로 등장한 적정기술은 1970년대 영국의 적정기술센터와 미국의 국립적정기술센터가 국제 석유파동 이후 에너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노력한 데서 출발했다.

제3세계에서 원조의 일환으로 기술력을 제공하는 것에서 출발하다 보니, 빈곤에 처한 지역의 상황에 맞춰 개발한다는 점과 맞닿는다. 따라서 비교적 큰 자본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간단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고 친환경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물론 경제적으로 처음 이 같은 전환기술 노력이 등장했을 때와는 다른 사정에 처해 있지만, 기후변화·에너지 위기·자원고갈·식량부족 등 범지구적인 고민을 해결함에 일조한다는 측면에서 친환경에너지 운동을 펼 필요는 우리에게도 있다. 더욱이 지속가능한 생태사회로의 전환을 꾀하는 움직임이 지역에서 펼쳐지고, 또 지역별로 자립적 순환이 가능한 경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전환 적정기술의 확산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친환경에너지 관련 아이템을 개발, 기술을 전파하고 적정기술 전문가 양성이나 대중교육을 통한 사회적 인식 전환 등을 꾀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40여명의 전문가, 아마추어 연구자나 귀농인 등이 모여 다양한 적정기술 발굴과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에어컨처럼 시원한 바람잡이탑, 효율성 최고인 태양 굴뚝 아나요?

   건축물 상부 높은 곳에 설치된 친환경 냉방시스템인 바람잡이탑.  자연만 잘 활용해도 별도의 에너지 활용 없이 냉방이나 난방 등에서 효율높은 삶을 꾀할 수 있다. ⓒ 김성원 전환기술 사회적협동조합 적당연구소장  
건축물 상부 높은 곳에 설치된 친환경 냉방시스템인 바람잡이탑. 자연만 잘 활용해도 별도의 에너지 활용 없이 냉방이나 난방 등에서 효율높은 삶을 꾀할 수 있다. ⓒ 김성원 전환기술 사회적협동조합 적당연구소장
김성원 전환기술 사회적협동조합 산하 적당연구소장은 "냉정하게 얘기하면 (우리가) 현재 수준까지는 발명가 정도지 연구자는 아니다. 이미 전환기술 등에 대해서는 기술 공개가 돼 있다"고 겸손한 표현을 하고 있다. 그저 한국의 현실에 맞게 현실화, 적용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기술들이 다 공개돼 있는 건 아니니 실험도 하고 시행착오도 겪는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또 그런 지루한 과정 때문에 현실적으로 노력이 결실을 맺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이 사회적협동조합은 이미 상당히 재미있으면서도 효율적인, 또 상품성이 높은 아이템들을 여럿 세상에 제안하고 있다.

몇 가지만 살펴보자면 △비전력 수격펌프 △개량 화덕 △바람잡이탑 △태양 굴뚝 등이 유망하다.

비전력 수격펌프는 높은 곳에서 원형의 관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의 낙하 에너지만을 사용해 그 물의 일부를 좀 더 높은 곳으로 양수하는 것이다. 가솔린이나 전기 등의 에너지를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 펌프로 눈길을 끈다. 보수·점검에 드는 비용이 저렴하며 구조가 간단하기 때문에 환경에 부담을 주지도 않는다.

버려진 드럼통을 활용해 만든 개량 화덕은 연료가 들어가는 입구를 좁게 만들어 밖으로 에너지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시골 가마솥 화구보다 연료를 적게 소모하면서도 고효율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바람잡이탑은 영국이나 호주 등에서 의사당 등 관청에 사용한 전례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우선 건물 외벽에 설치해 자연바람을 냉각한다. 내부에 환기가 가능한 4개의 칸막이를 설치해 더운 공기는 위로 올라가고 시원한 공기는 아래로 내려가도록 설계한다.

태양굴뚝은 건축물 실내 온도가 외부 온도보다 높을 때 내부 공기가 위로 올라가는 현상을 활용한 것이다. 즉 건물이 태양열을 받아 내부가 데워지면 이 뜨거운 공기가 굴뚝을 통해 밖으로 빠져 나가는데, 굴뚝 통로에 설치된 풍력 터빈이 밖으로 빠져 나가는 바람의 힘을 빌려 발전한다.

◆한국에 가장 절실한 중간지원조직 모델 자임… 맏형 역할 기대

   고효율 기술을 적용한 난로 사진. ⓒ 김성원 전환기술 사회적협동조합 적당연구소장  
고효율 기술을 적용한 난로 사진. ⓒ 김성원 전환기술 사회적협동조합 적당연구소장
이런 여러 기술들과 노하우를 갖고 있고, 앞으로도 해외 개발 사례 등을 들여오고 참고해 더 나은 기술을 만들 능력이 있지만, 본업으로 이들을 생산, 큰 이익을 추구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져 더 눈길을 끈다.

김 소장은 처음에는 몇 가지를 직접 생산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다른 협동조합 등을 위해 인력과 기술을 훈련, 전수하는 중간지원조직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너지의 전환 문제라는 적정기술 분야에서 전문인력·지식정보·실용기술은 물론 협동생산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많은 전문인력을 육성하는 것을 추진한다.
 
이 사회적협동조합은 이미 전북 완주군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사업 추진에 순조로운 흐름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전주대 또한 전환기술 사회적협동조합과 협력하고 있다. 친환경 적정기술 창업보육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하순, 전환기술 사회적협동조합은 농림축산식품부가 공모한 2014년 창조지역사업에 응모한 '로컬 愛너지 장인·핵심리더 양성 프로젝트' 사업에 선정됐다.

이렇게 적정한 에너지의 사용과 절약을 모토로, 앞으로 전환기술 장인·지역 활동가·지도자 양성에 어떤 결실을 맺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완주를 넘어서서 전국 각지에서 교육 프로그램 등을 듣고 자문을 얻기 위한 방문이나 연락들이 쇄도하고 있다. 전환기술 사회적협동조합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