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 이름 모를….' 인사이드컷에 사용할 사진을 고르던 중 큰 아이에게 문자메시지가 왔습니다. 안방에서 기르던 미모사가 다 시들어버려서 어떻게 하냐는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과 함께 사진이 첨부돼 있었습니다.
톡 건드리면 스스로 잎을 닫아 '신경초'라고도 불리는 미모사는 모기 등 해충을 쫓는 효과까지 있어 아이들 있는 집에선 한 번쯤 키울만한 매력이 충분합니다. 이러한 메리트에 호감을 느껴 구입한 미모사가 이렇게 시든 것을 보니 아이들 못지않게 제 맘도 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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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냄새로 해충을 쫓는 '신경초' 미모사가 적절하지 못한 재배 탓에 시들어가고 있다. = 정금철 기자 |
'야관문'이라는 풀의 경우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천연 비아그라라고 하네요. 야관문(夜關門)은 그 이름처럼 밤에 닫힌 문을 열 수 있게 하는 효능을 가져 양기부족, 조루, 음위증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또 기침, 설사, 안구 충혈, 혈액순환 등을 완화하고 보조하는데도 기능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논농사를 지을 때 주적(主敵)으로 꼽히는 '피'도 쓸모가 있답니다. 과거 구황작물로 키웠던 피는 우리나라에서 배척당하는 분위기지만 현재 미국, 아프리카에서 재배 중이라고 하네요. 쌀, 보리와 비슷한 영양분을 가진 피는 소화율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으나 단백질, 지방은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밥에 섞거나 떡·엿·빵·된장 제조, 소주 양조 등에 쓰입니다.
이 외 류마티스에 효험이 있는 '쇠비름'과 거담제로 쓰는 '방동사니'를 비롯 △꽃다지 △꽃마리 △며느리밑씻개 △방아풀 △새삼 △쇠무릎 △박주가리 △털별꽃아재비 △까마중 △강아지풀 △미국자리공 △개여뀌 등 수많은 잡초들이 영향과 풍미를 꼭 감추고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잡초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전국 야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경이는 생명력이 강한 것으로 유명한데요. 강력한 항암성분이 있어 암세포 성장을 80%까지 억제한다는 학계 연구보고도 있습니다. 풀 전체를 먹기도 하는 질경이는 특히 씨앗의 약성이 높으며 간경화 등 간질환과 고지혈증 등 혈관질환, 만성위염에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죠.
한편 악동들이 산적한 인터넷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에서도 어지간하면 건드리지 않는 섹터가 있는데요. 연륜 있는 어르신들이 포진한 식물갤러리가 바로 그곳입니다.
철없는 한 디씨갤러(갤러리 이용자)가 정체를 알 수 없는 풀을 기르고 있다며 잡초 운운하는 게시물을 올리자 한 식물갤러가 이 갤러리의 수준을 한 번에 알려주는 답글을 달아 경건함이 더해지기도 했습니다.
"키우기 시작한 순간 잡초가 아닙니다."
'같이'의 가치는 물론 '거처'의 가치까지 되새길 수 있게 하는 훌륭한 단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