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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누구나 찾는 유명한 언덕의 그것

정금철 기자 기자  2013.07.05 11:3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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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 이름 모를….' 인사이드컷에 사용할 사진을 고르던 중 큰 아이에게 문자메시지가 왔습니다. 안방에서 기르던 미모사가 다 시들어버려서 어떻게 하냐는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과 함께 사진이 첨부돼 있었습니다.

톡 건드리면 스스로 잎을 닫아 '신경초'라고도 불리는 미모사는 모기 등 해충을 쫓는 효과까지 있어 아이들 있는 집에선 한 번쯤 키울만한 매력이 충분합니다. 이러한 메리트에 호감을 느껴 구입한 미모사가 이렇게 시든 것을 보니 아이들 못지않게 제 맘도 아렸습니다.

   특유의 냄새로 해충을 쫓는 '신경초' 미모사가 적절하지 못한 재배 탓에 시들어가고 있다. = 정금철 기자의 큰 아들 정병현  
특유의 냄새로 해충을 쫓는 '신경초' 미모사가 적절하지 못한 재배 탓에 시들어가고 있다. = 정금철 기자
"멀쩡히 잘 살고 있는 생명을 괜히 우리 터전으로 불러들여 잡초처럼 방치했나 보구나." 한숨과 동시에 내뱉은 푸념에 문득 질문이 섞여 나왔습니다. "그런데 잡초는 다 같은 잡초일까? 잡초는 진짜 소용없는 풀들일까?"
 
궁금함에 이런저런 관련 자료를 뒤지고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까지 연락해 많은 정보를 얻었습니다. 우리가 잡초라고 묶어 부르는 수많은 풀들이 나름의 독특한 이름과 함께 개성적인 효능까지 갖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됐습니다.   

'야관문'이라는 풀의 경우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천연 비아그라라고 하네요. 야관문(夜關門)은 그 이름처럼 밤에 닫힌 문을 열 수 있게 하는 효능을 가져 양기부족, 조루, 음위증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또 기침, 설사, 안구 충혈, 혈액순환 등을 완화하고 보조하는데도 기능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논농사를 지을 때 주적(主敵)으로 꼽히는 '피'도 쓸모가 있답니다. 과거 구황작물로 키웠던 피는 우리나라에서 배척당하는 분위기지만 현재 미국, 아프리카에서 재배 중이라고 하네요. 쌀, 보리와 비슷한 영양분을 가진 피는 소화율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으나 단백질, 지방은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밥에 섞거나 떡·엿·빵·된장 제조, 소주 양조 등에 쓰입니다.

이 외 류마티스에 효험이 있는 '쇠비름'과 거담제로 쓰는 '방동사니'를 비롯 △꽃다지 △꽃마리 △며느리밑씻개 △방아풀 △새삼 △쇠무릎 △박주가리 △털별꽃아재비 △까마중 △강아지풀 △미국자리공 △개여뀌 등 수많은 잡초들이 영향과 풍미를 꼭 감추고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잡초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전국 야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경이는 생명력이 강한 것으로 유명한데요. 강력한 항암성분이 있어 암세포 성장을 80%까지 억제한다는 학계 연구보고도 있습니다. 풀 전체를 먹기도 하는 질경이는 특히 씨앗의 약성이 높으며 간경화 등 간질환과 고지혈증 등 혈관질환, 만성위염에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죠.

한편 악동들이 산적한 인터넷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에서도 어지간하면 건드리지 않는 섹터가 있는데요. 연륜 있는 어르신들이 포진한 식물갤러리가 바로 그곳입니다.

철없는 한 디씨갤러(갤러리 이용자)가 정체를 알 수 없는 풀을 기르고 있다며 잡초 운운하는 게시물을 올리자 한 식물갤러가 이 갤러리의 수준을 한 번에 알려주는 답글을 달아 경건함이 더해지기도 했습니다.

"키우기 시작한 순간 잡초가 아닙니다."

'같이'의 가치는 물론 '거처'의 가치까지 되새길 수 있게 하는 훌륭한 단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