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인사이드컷] "차 급발진, 없다고 봐야 합리적" 이게 무슨…

전훈식 기자 기자  2013.07.04 17:50:33

기사프린트

   후진하던 한 차량이 뒤쪽에 있던 택시와 충돌사고가 나면서 차량 운전자가 나와 사고 현장을 지켜 보고 있다. = 전훈식 기자  
후진하던 한 차량이 뒤쪽에 있던 택시와 충돌사고가 나면서 차량 운전자가 나와 사고 현장을 지켜 보고 있다. = 전훈식 기자

[프라임경제] 며칠 전 늦은 귀가길. 배는 고프고 마땅히 갈 데는 없어 주전부리 구매를 위해 집근처 편의점으로 향하던 중 '쾅'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한 차량이 후진 도중, 뒤에 있던 택시와 충돌한 것이죠.

택시가 순전히 피해 차량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택시도 후진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택시기사는 후진 여부를 부인했지만, 결국 택시에 부착된 블랙박스에 의해 진실이 밝혀졌죠.

이처럼 최근 차량에 부착된 블랙박스는 차량 앞뒤에서 벌어지는 모든 순간을 선명하고 깨끗한 영상으로 녹화해 불의 사고시 사고의 과실유무를 판단하는 소중한 증거자료로 쓰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급발진 현상에 대해서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자동차 급발진은 아직 어떠한 방법으로도 설명하지 못하는 미제 현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사실 자동차 급발진이란 자동차가 운전자 제어를 벗어나 의지와 관계없이 가속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정지 상태나 저속, 정속 주행 상태에서 모두 일어날 수 있으며 대개 제동 장치 작동 불능을 수반하죠. 하지만 이러한 현상 원인이 운전 미숙인지, 자동차 결함인지에 대해 논쟁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여론을 의식한 탓일까요. 최근 국토해양부가 "현재 기술로는 급발진 현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단정지고야 말았습니다. 인위적으로 상황을 조성해 공개실험을 해보기도 했지만, 엔진출력 이상 급등과 같은 현상을 규명하지 못했다는 것이죠.

미국 항공우주국(NASA) 소속 과학자들까지 동원된 조사(2010년)에서도 확인되지 않았던 급발진 현상에 대해 정부가 다른 방법도 없는 채 무리하게 나서 제조사에 면죄부만 준 꼴이 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결과를 소비자들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수만 분의 일 확률로 일어나는 희귀현상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과학적으로 재현해내는 실험 역시 수만 번 진행하는 게 상식이지만, 멀쩡한 차로 몇 번의 재현으로 증명하겠다는 생각부터 무리였다는 지적입니다.

급발진 현상은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체계적인 조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모처럼 급발진에 대한 관심이 달아오른 지금, 성급하게 문제가 해결하지 말고 근본적 해결책을 도모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