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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창문 열고 에어컨 빵빵… 규정상 괜찮다?

최민지 기자 기자  2013.07.04 14:4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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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서울시는 지난 30일 7월1일부터 에어컨을 켠 채 문을 열어놓고 영업하거나 실내 냉방온도 26℃를 지키지 않으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집중단속 과정에서 잇따른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2일 점심시간, 광화문에 위치한 한 커피숍은 창문을 열어놓은 채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었다. 서울시가 7월1일부터 개문냉방 영업 단속을 실시하겠다고 선언한 지 고작 하루 뒤에 일어난 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해당 커피숍은 단속 대상에 속하지 않는다. 출입문이 아닌 창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 2일 광화문 근처 한 커피숍은 창문을 연 채 에어컨을 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개문냉방 영업 점검은 '출입문'만을 규정대상으로 명시해,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 최민지 기자  
지난 2일 광화문 근처 한 커피숍은 창문을 연 채 에어컨을 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개문냉방 영업 점검은 '출입문'만을 규정대상으로 명시해,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 최민지 기자

서울시가 올 여름이 사상 최악의 전력수급 위기상황이라며 민간부문 냉방전력 과소비를 집중 단속하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미흡한 세부규정으로 에너지사용제한 조치가 발목을 잡히지는 않을지 걱정스럽다. 이번 개문냉방 영업금지가 '출입문'에만 한정돼 일부 영업장들이 꼼수를 사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비닐문이다. 일부 상점들이 출입문을 열어놓은 상태로 비닐로 만든 가림막을 사용하고 있어 단속대상으로 규정해야 하는지 애매하다. 산업통산자원부 관계자는 "비닐로 외부차단 효과가 있을 때만 허용하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가이드라인이 없는 현 상황에서 결국 현장 단속반의 자율에 맡기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창문, 테라스를 열고 에어컨을 틀어놓는 상황에 대한 제한규정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점검은 출입문에 대해서만 진행하고 있고, 창문이나 테라스에 대한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단속범위를 넓히려면 산업통산자원부와 협의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규정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은 현장 단속반이 유동적으로 자체결정을 통해 권고할 수밖에 없다. 현장 단속을 실시하는 지자체에서 판단했을 때, 특성과 위치를 고려해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는 있지만 규정에 정해진 사항은 출입문뿐이라는 것이다.

에너지절약을 외치며 현재 서울시는 산업통상자원부, 자치구와 명동, 강남대로 등 상가들이 밀집해 있는 대형상권 8개소를 주 2회 이상 단속을 실시하고 적발된 영업장에 경고장을 발부하고 있다.

이러한 단속정책의 본질은 에너지절약에 있다. 에어컨을 틀어놨을 때 출입문은 불가하고 다른 문은 괜찮다는 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규정의 '허점'을 바로잡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장의 자율권보다 원칙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정확하고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만 단속을 하는 입장도, 받는 입장도 모두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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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을 실시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다.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더위와 원전 가동 중지로 유례없는 전력난이 예상되는 올 여름, 시민들이 블랙아웃 공포를 맞지 않도록 서울시와 각 관계자들은 지체 말고 세부규정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