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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지원', 협동조합 전문성·중립성 보루될까?

스페인 관청도움 문제없어, 대만 토지훈련소도 교육중요성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7.04 09: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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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협동조합(사회적협동조합 포함) 문제가 여름 태양만큼이나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규모가 크게 팽창하고 있는데다 각종 법개정안이 거론되는 등 관련 이슈들이 모두 화제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설립 붐이 일고 있는 협동조합의 운영 실태에 대한 첫 전수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실태를 들여다 볼 필요를 강하게 느낄 정도로, 불어나는 속도가 너무 빠른 점, 설립 취지와 달리 활동이 미미하게 방치되거나 왜곡 운영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점 등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지금 논쟁거리로 부각되는 대목은 각종 지원 확대와 정치적 중립성 대목이다. 지금 한 번 짚고 넘어가야 앞으로 업그레이드나 더 큰 투자를 통한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점검 필요성이 대두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입법예고안에 백재현 의원안, 부좌현 의원안까지

여러 문제점 및 지원 확대 필요성을 고려한 법안이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우선 기획재정부가 '협동조합기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점이 지난달 초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재부는 우선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이 협동조합 임직원을 겸직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협동조합이 정치 세력화를 위한 도구로 이용되지 않을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당근'도 있다. 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한 인센티브도 고려된다. 취약계층 고용과 사회서비스 제공을 담당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이 생산하는 물품이나 서비스를 공공기관 우선 구매 대상으로 삼기로 했다.

이 밖에 지자체와의 협력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동조합정책심의위원회 등을 설치하는 문제도 추진된다. 협동조합법 제10조 2항 손질 가능성은 이미 한 차례 뜨거운 감자로 부각된 바 있다. 현행 조항은 '국가·공공단체는 협동조합 및 사회적 협동조합의 사업에 필요한 자금 등을 지원할 수 있음'으로 가능성을 열어둔다. 그런데, 공공단체에 지자체가 포함되는지 여부에 논란이 있을 수 있으니 '국가 및 공공단체'라는 표현을 '국가·지자체 및 공공단체'로 분리해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이에 일부 언론이 문제를 제기하는 칼럼 등이 발표된 바 있다.

봄에 등장한 백재현 민주당 의원의 개정안은 지자체도 협동조합에 조합원으로 출자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제22조 6항 신설안). 현행 법령상 협동조합은 지방자치단체가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것이 불가능한데 이를 손질한 것이다.

조합 관련 교육 등의 의무를 당국에 지우는 안이 야권에서 나온 점도 눈길을 끈다. 이달 1일 부좌현 민주당 의원은 협동조합의 조기 정착을 위한 경영·기술·세무·노무·회계 등의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자문 및 정보 제공 지원 문제를 겨냥하고 나섰다. 또 부 의원이 대표발의한 안은 전문적 인력의 육성과 조합원 등의 능력 향상을 위해 교육 훈련을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조세를 감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도 담았다.

◆"지금 이대로는 안 돼" 총론엔 공감대 각론은 동상이몽

시민사회에서도 마냥 협동조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우파에서는 상당한 불안감을 표출한다. 지난달 하순, '협동조합 전성시대의 기대와 우려' 세미나에서는 "작년 말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된 이후 서울시를 중심으로 1200개의 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 속에는 분명 협동조합 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조직이 함께 생겨나고 있다"는 주장(최양부 전 청와대 농수해양수석)을 내놨다. 보수우익세력은 협동조합과 지자체의 밀착을 특히 경계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등에 의해 협동조합 바람이 분 점이 자칫 정치적으로 연결되면 어떻게 되느냐는 우려인 셈이다.

물론 정치적으로 중립을 유지하도록 하는 문제와 운영이 가능, 조직을 유지할 수 있는 자본 잠재력을 지자체가 받쳐줄 가능성을 열어줄 필요성 등을 함께 조화시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협동조합들이 지금처럼 운영해서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수요에 부응하기 어려운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상황과 지역밀착적일 수밖에 없는 특성 모두를 고려할 필요 또한 높다. 즉 지자체와의 유대를 완전히 배제하는 현재의 모델은 어떤 형태로든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정부안이나 부 의원 대표발의안 등이 교육이나 홍보의 근거 마련 등 교육 지원에 눈길을 주는 대목은 특별히 관심을 가질 만 하다.

◆西 '지방정부는 시드머니만'? 臺 '미국 연구소와 공공의 협력'?

즉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관점에서 협동조합을 주로 바라보는 점을 부인하기 어려운 당국이나, 이보다는 더 사회적경제의 본래적 의미에 가까운 야권에서 협동조합을 보는 관점이나 모두 교육을 일정 수준으로 지원할 필요를 높게 보는 의기투합이 이뤄지는 점이 흥미롭다.

이는 어떤 식으로든 교육을 통해 협동조합의 조기정착률을 제고하지 않고서는 앞으로 2000년대 초반 '벤처 거품 붕괴' 같은 악몽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인식이 식자층에 있다는 해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 해외의 경우는 어떤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조합 관련 교육을 관에서 주도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 제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스페인의 협동조합 교육과 연구개발 관련 투자 경우를 보자. 김재진 매일경제경제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협동조합의 모범으로 꼽히는 스페인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연구 관련 상황에 대해 "몬드라곤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축적을 협동조합 방식으로 해결한다"고 소개했다('국회보' 2013년 7월호). 이 소논문에 따르면, 몬드라곤은 '이켈란'이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이켈란은 공업협동조합을 지원하고 다시 공업협동조합의 지원을 받는다.

   해외 연구소 케이스들을 보면, 당국의 도움을 받더라도 나중에는 민간의 역량 강화 등으로 큰 정치적 중립성 문제나 독립성 침해 없이 잘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몬드라곤도 자체적인 연구기관이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대만 같은 경우 미국 민간기구와 대만 행정원이 협력해 국제적인 연구기구를 탄생시킨 바 있다. 사진은 대만 국제토지정책연구훈련중심에 교류나온 각국 연구생들. ⓒ국제토지정책연구훈련중심  
해외 연구소 케이스들을 보면, 당국의 도움을 받더라도 나중에는 민간의 역량 강화 등으로 큰 정치적 중립성 문제나 독립성 침해 없이 잘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몬드라곤도 자체적인 연구기관이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대만 같은 경우 미국 민간기구와 대만 행정원이 협력해 국제적인 연구기구를 탄생시킨 바 있다. 사진은 대만 국제토지정책연구훈련중심에 교류나온 각국 연구생들. ⓒ국제토지정책연구훈련중심
초기 이켈란연구소는 몬드라곤의 지원에 의존했지만, 차츰 바스크 지방정부의 예산을 받았다. 사기업에도 문호를 개방하는 등 연계 회원 범위를 넓혔다.

협동조합과는 좀 다른 경우지만, 관변 도움을 받는다고 연구나 훈련의 공신력이 떨어지지 않는 예는 또 있다.

중화민국의 토지개혁훈련소는 중화민국 정부와 미국의 링컨연구소가 합작해 세운 기관이다. 1968년에 설립돼 많은 토지 문제 등 관련 연구를 진행했고, 자국 공무원 등은 물론 해외 연구생들까지 다수 배출해 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김상용 연세대 로스쿨 교수 같은 석학이 토지개혁훈련소와 인연이 있다.

그런데 이 링컨연구소는 미국에서도 토지의 소유에 세금을 많이 물리고 공공적이고 효율을 극대화한 토지 사용을 주장한 연구에 뿌리를 둔 곳으로 관심을 모은다. 그래서 이 연구소가 내세운 연구의 성과를 그대로 실행한 곳은 미국, 호주 등의 일부 지자체에 한정된다.

중화민국의 경우 공산당에 패주한 후 대만섬에 정착하고 토지의 효율적 이용과 공공적인 정책 수립, 집행 등에 극히 관심이 높아져 미국의 민간 연구진과 손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런 연구 모델은 오래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자생적으로 또다른 생명력을 부여받을 수 있는 것이다.

서울에 주재하고 있는 주한타이페이대표부 설명에 따르면, 이 연구소는 '국제토지정책연구훈련중심'으로 개편돼 있다. 결국 이렇게 여러 연구와 훈련의 기구 설치 사례들을 보면 민간과 당국(공공)이 함께 도모해도 공적인 역량과 관변단체로 변질될 우려는 적은 셈이다.

이런 여러 나라의 사례를 참고하면, 정치색 문제점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할 최후의 보루로 오히려 교육이 가장 핵심적 역할을 떠맡을 수도 있어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