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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금융' 새 정부와 금융권, 드디어 제대로 손발?

하우스푸어 역할분담 안착조짐, 전세 '마이너스대출'시장주도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7.03 08:3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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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새 정부가 들어선 첫해, 상반기가 끝났다. 부동산 특히 주택과 관련한 금융영역 지원에서 많은 이슈가 있었던 만큼 기대감과 현장에서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실망 역시 수시로 교차했다. 다만 하반기에 접어든 시점에 새로운 역할 분담이나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적용하려는 시도가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경제침체 상황이 장기화 늪을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대출 관련 상황에 경고등이 켜진지 오래다. 임계점을 넘어서 관리 불가능 상태로 빠지지 않을지 당국이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2일 한국은행의 자료만 봐도 지난 4월 현재 은행과 제2금융권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총액은 650조원대를 이미 가볍게 넘어섰다. 이 가운데 주택 관련 대출은 401조원대로 전년동월 대비로도 1.62% 증가했다. 한편 기타대출은 255조원선으로 전년 동월 대비 4.29%나 늘었다.

전체 가계대출에서 기타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제 40%에 육박(38.90%)할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시작된 이래 사실상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기타대출이 늘어나는 점은 경제 전반에서 가계 주체들이 한계를 느끼는 심리적 위축 문제로 연결된다. 

기타대출은 주택대출에 비해 이자율이 높기 때문에 원리금 상환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단순히 가계 관련 부채의 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이상으로 심각한 이슈다.

서민전세지원+시장논리=마이너스대출 

더욱이 미국의 '출구 전략' 검토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출 금리가 일제히 오르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와중에 돌파구는 하나다. 기존의 대출 혹은 대출이 필요한 추가수요 중에 가급적 관리가 용이하거나 정책적으로 포기하기 어려운 부분부터 대출 숨통을 틔워 주는 '제 3의 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다만 정책적 필요에 의해 금융상품개발 사정을 주도적으로 독려하는 것은 자칫 '관치 금융의 재등장'이라는 우려와 외국인 투자자들의 비판을 살 수 있어 문제가 된다.

또 시장에서는 당국 압박으로 혹은 제안에 따라 즉 하달식으로 받아들여 처리하다 보면 자칫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달갑지 않을 수 있다. 결국은 기존에 검증된 프로그램을 활용 혹은 응용해 가장 가려운 영역에 새로운 금융 수요를 일으키거나 기존의 대출을 전환케 하는 게 가장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전세라는 특수한 제도를 갖고 있는 우리로서는 서민주거안정이라는 면과 함께 가계대출의 전체 그림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이 문제를 관리해 여타 대출영역에도 선순환 효과를 끼칠 수있다는 점에서 전세 관련 대출 손질의 필요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시중은행에서 마이너스통장 방식으로 손쉽게 전세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하는 안이 추진되는 점은 상당한 파급력과 효과를 기대해 볼 만 하다. 우리·신한·국민·하나·기업·농협은행 등 6개 국민주택기금 수탁은행들이 저리로 마이너스 전세 대출상품 출시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으로 경제 침체가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그간 끼었던 주택 관련 거품이 큰 한국은 더 큰 고통을 겪고 있다. 다행히 이번 정권이 첫번째 반기를 넘기면서 민간 금융회사들과 '주택 금융' 영역의 역할 분담이 자연스럽게 진행될 싹이 보이고 있다. ⓒ  프라임경제  
세계적으로 경제 침체가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그간 끼었던 주택 관련 거품이 큰 한국은 더 큰 고통을 겪고 있다. 다행히 이번 정권이 첫번째 반기를 넘기면서 민간 금융회사들과 '주택 금융' 영역의 역할 분담이 자연스럽게 진행될 싹이 보이고 있다. ⓒ 프라임경제

전용 85㎡ 이하 주택 전세금의 70%까지 연 3.4%의 낮은 금리로 빌려주는 게 아이디어의 골자로 현재 당국과 조율 중이다. '근로자·서민 전세 자금 대출' 금리(연 3.3%)보다 0.1%포인트 높은 데 불과해 상당히 매력적인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마이너스 통장 방식인 만큼 대출금을 조금씩 갚아가면서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시중은행들은 이 같은 마이너스 대출상품을 관리해 본 노하우가 두텁게 쌓여 있고, 대출금을 갚아 이자 부담을 덜었다가 필요하면 다시 돈을 더 빌릴 수도 있는 등 탄력성을 부여하면 가계대출 전체 크기가 좀처럼 크게 줄지 않는 현재의 경직된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높다.

그간 나온 전세 대출상품들이 모두 만기에 일시상환하는 방식이어서 중간에 자금 여력이 생기더라도 만기까지 이자를 계속 내야 했던 모순을 해소하는 것이다.

이번 문제는 더욱이 국토교통부 등 당국과 조율을 하지만 세입자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전제와 시장 이익추구를 모두 조화하는 선에서 민간 중심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우스푸어, 은행 대신 LH 쪽으로 교통정리

이번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 주택금융 영역의 가장 큰 화두는 하우스푸어였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가동, MB정부와 업무적 인수인계와 국정 구조 파악을 하던 무렵에도 우려감이 계속 높아져 왔다. 급기야 박근혜정부에서는 금융위원회와 은행권 등이 합동으로 하우스푸어 구제책을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이 구제책을 보면 △방치시 장기 연체자가 될 우려가 있는 사람에게 채무를 조정해 주는 '프리워크아웃'(사전 채무조정) △주택연금을 미리 받아 부채를 상환케 하는 '사전가입 주택연금' △고금리의 대출을 저금리로 바꿔주는 '적격전환대출' △연체된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정부에서 대신 사 주는 '부실 주택담보대출 채권 매입' 등이 있다. 하지만 모두 이용 실적이 기대만큼 나오지는 않고 있다.

이런 각개격파 노력 중에 가장 선전하는 것으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의 '하우스푸어 주택 500호 매입 제도'가 있다. 이미 1100가구가 넘게 신청, 두 자릿수 이용을 헤아리는 여타 제도들보다 경쟁력이 입증된 것으로 보인다. 하우스푸어 주택을 LH공사에서 매입하는 것으로, 공시가격 9억원 이하를 조건으로 한다.

금융권에서 실시된 하우스푸어 대책들은 신청 기준이 대부분 주택가 6억원 이하여서 정말 아쉬운 사람 중에도 요건을 벗어나 배제되는 경우도 많다는 비판론이 일고 있는 점과 달리 범위가 넓다. 전용면적 85㎡ 이하인 아파트를 소유한 1주택자면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고, 안 팔리는 내 집을 정부에서 사 준다는 점도 정서적으로 소비자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로 보인다.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 두 날개를 모두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제대로 날지 못하고 추락할 수밖에 없는 주택금융의 특성상 전체적인 밑그림 그리기나 운영이 쉬운 것은 아니다.

다만 위와 같은 수정과 개량이 진행되는 것을 보면 시장(민간)의 감각과 능력, 당국의 공공성 등이 어느 비율로 조율되고 역할을 서로 어떻게 분배하는지(혹은 주도적인 역할을 어떻게 하는지) 암중모색 끝에 일정한 자리잡기가 진행되는 상황이 바로 지금인 것으로 보인다.

당국이 관치 만능에서 벗어나 노젓기를 시장에 일정 부분 맡기고 방향설정에 더 치중하는 효과적 역할 분배가 가능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