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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전봇대에서 찾은 교묘한 말장난

정금철 기자 기자  2013.07.02 11:5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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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주말 꽃처럼 아름다우면서도 이슬처럼 가볍고 보배로운 후배의 결혼식이 있어 전북 익산에 다녀왔습니다. 올 들어 두 번째로 더웠던 이날, 흥겨운 기분에 예식 후 간단히 반주 몇 잔을 곁들이고 나니 생전 가본 적 없는 아프리카 부룬디(수도 부줌부라)의 고원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찾아 서성이다가 서울로 향하는 차에 오르게 됐고 잠시 후 잠에 빠졌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 엉덩이에 압통이 와 눈을 뜬 찰나 사진의 풍경을 보게 됐습니다.

   = 정금철 기자  
= 정금철 기자
재산상 제약과 유산 및 암 유발 의혹 등으로 지역주민 1명이 분신하는 사태를 겪은 '밀양 송전탑' 문제가 맨 처음 떠올랐지만 일렬로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전봇대를 보니 도미노처럼 넘어뜨리거나 하나쯤 거꾸로 뒤집고 싶은 얄궂은 마음도 들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이윽고 잡념은 이효리에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몇 해 전 한 TV프로그램에서 "내 이름은 이효리, 거꾸로 해도 이효리"라는 방통한 랩을 구사하던 모습이 갑자기 떠오른 거죠.

이처럼 거꾸로 읽어도 변동이 없는 문장이나 낱말을 '회문(回文)' 또는 '팰린드롬(palindrome)'이라고 합니다.

우리말 문장은 △다시 합시다 △다 좋은 것은 좋다 △다 이심전심이다 △나가다 오나 나오다 가나 △다시 올 이월이 윤이월이올시다 △자꾸만 꿈만 꾸자 △생선 사가는 가사선생 △여보게 저기 저게 보여 △다 큰 도라지일지라도 큰다 △지방상인 정부미 부정인상 방지 등이,

영어 단어 및 문장은 △Madam, I'm Adam △race car △abradacadarba △was it a cat i saw? 등이 있는데, 말이야 만드는 대로 얼마든지 재창조가 가능하니까 시간이 남는 독자 분은 국문학 발전을 위해 팰린드롬 양산에 힘을 쏟으시는 것도 유익하겠네요.
  
한편 기네스북에 오른 가장 긴 팰린드롬은 '비누 만드는 사람'이란 뜻을 가진 핀란드어 'Saippua Kauppias'라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