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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생명, ING인수 위해 '최저보증이율' 읍참마속?

'영업적선택' 추측 불구하고 하락 방향 넓게 보면 '자금문제'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7.02 09:4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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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비행기 날개가 공기의 흐름을 비스듬히 타게 되면 날개는 비행기동체를 수직으로 들어올리려는 힘, 즉 양력(揚力)을 받게 된다. 반대로 유선형 물체가 공기나 물같은 유체내에서 운동할때 받는 저항력이 항력(抗力)이다. 비행기의 양력은 날개와 공기와의 경사각이 커질수록 증가하지만 갑자기 지나치게 커지면 오히려 배후에 소용돌이가 발생, 양력이 없어지고 항력이 증가하게 된다. 비행기가 갑자기 고도를 높이면 급격하게 통제 불능 상황에 빠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조종 불가능 위험을 '실속(失速)'이라 한다. 동양생명은 그간 크기 문제로 상대적으로 가려져 왔으나, 근래 날개를 본격적으로 펴려는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그런 와중에 동양생명이 '실속 위험'의 관리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돼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저측성보험의 고객들에게 시장의 금리에 상관없이 신규 고객에게 보장해 주기로 최저금리를 갈수록 낮추고 있다.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풀이도 나오지만, 근래 미국연방준비제도에서 '출구전략' 추진 발언이 나온 상황에 이는 지나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같은 예로, 지난 2분기 국제 금값이 93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해 온스당 1200달러 수준으로 떨어진 바 있다. 안전자산인 금에 대해 사람들이 흥미를 잃는다는 점은 경제의 회복 가능성을 의미하고, 경기 회복 독려를 위해 내려놓았던 금리가 다시 오를 가능성으로 연결될 수 있다.

   동양생명 컨소시엄이 ING 대어를 건 쟁탈전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상황이다. 이런 국면에서 동양생명이 각종 위기를 미리 단속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급격한 상승에 따른 실속 추락 방지로 비유할 만한 상황이라 눈길을 끈다. ⓒ  동양생명  
동양생명 컨소시엄이 ING 대어를 건 쟁탈전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상황이다. 이런 국면에서 동양생명이 각종 위기를 미리 단속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급격한 상승에 따른 실속 추락 방지로 비유할 만한 상황이라 눈길을 끈다. ⓒ 동양생명
동양생명 역시 1일자로 경과기간 5년 이하 저축성보험의 최저보증이율을 연 2.75%에서 연 2.5%로 0.25%포인트 낮출 방침인 것으로 일찍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2013회계연도(2013년 4월~2013년 12월)가 시작되면서 연 3%에서 연 2.75%로 내렸지만 3개월 만에 또다시 조정 카드를 만지는 셈이다.

이런 동향은 일부 보험사들이 금리의 재조정을 앞두고 가열찬 영업전쟁 재개막을 위해 최저보증이율을 높일 것이라는 관측에서 빗나간 것이다. 더욱이 보험사들의 이런 움직임에 시장 일각에서는 보험사들이 사업비 등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 노력보다 최저보증이율 조정 등 손쉬운 방법을 선택한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다만, 동양생명의 이런 움직임은 오히려 올릴 것으로 봤는데 아니었다는 '반전' 문제나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 문제 외에도 아픈 사연이 숨어있다는 점에서 더 관심을 모은다.

실속 추락 위험 무조건 관리 필요한 'ING 쟁탈 공중전'

KB금융이 인수를 포기했던 ING생명 한국법인이 동양생명의 품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 시점이다. 지난달 말 네덜란드 ING그룹이 한국법인의 매각 문제에서 동양생명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눈길을 끄는 이슈가 있다. 주된 것으로는 자금 조달의 능력 문제가 있다. 자금을 모을 능력을 제대로 과시하지 못하면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는 불안하고 교체 가능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 '실탄'을 얼마나 쌓고 있는가, 또 얼마나 조달을 더 할 수 있는가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다른 여러 문제를 조화롭게 운영할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게 바로 이런 시기다. 이른바 '위기관리능력'의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지급여력(RBC)비율이 우선 관심 대상이 된다. RBC비율이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것으로, 보험사가 예상하지 못한 손실이 생겨도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자본이 어느 정도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값이다. 금융감독원은 최소 요건인 100%보다 높은 150%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이 RBC비율 관리 문제가 생보사들에게 큰 짐이 되고 있다. 지난 3월의 지표를 보면 생보사들의 RBC값이 하락세였다는 점은 근래 생보사들이 펼쳐온 영업전이 내실을 깎아먹는 방향으로 전개된 게 아니냐는 풀이가 가능한 대목이다.

같은 최저보증이율 리스크 부담 크기를 안고 있다고 해도, 운용자산이익률과 RBC비율이 부실하면 펀더먼탈에 문제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관리 고삐를 늦출 수 없다.

그런데 동양생명은 과거 2조9412억원의 만기보유금융자산을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변경해 RBC비율의 조정 효과를 얻은 바 있다. 회계적으로는 여러 의미가 있으나 결론적으로 강조할 대목은 자본이 증대되는 것처럼 처리되고, 이는 RBC비율 대폭 제고 효과로 이어진다. 

이런 카드를 쓰면 금리가 오르는 경우가 특히 문제다. 막대한 평가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경제가 미국이 아무리 출구전략의 칼을 바로 뽑는다 할지라도 동참 대열에 따라붙을지에 대해서는 경제학자들의 반대 의견도 존재하기 때문에 단언하기는 어렵다. 

신현송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한 대담에서 "위기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금융기관 건전성이 악화되면서 자본이 더 빠져나간다"고 우리의 사정과 금리의 인상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한 점이 한 언론에 보도됐고, 성태윤 연세대 교수도 "1992년 영국 위기 당시, 자금이 독일로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영란은행이 자본 이탈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렸는데, 결과적으로 영국 주택시장만 붕괴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다만, 이런 견해가 채택될 가능성보다 결론적으로 금리의 상승 방향 추세로 점치는 입장이 더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동양생명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 당연히 지금과 같은 최저보증이율의 시스템을 고집할 필요가 '원래는' 없는 것이다. 저금리라는 기조 문제를 왜 다른 노력은 안 하고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냐는 비판은 어느 회사에게도 달갑잖다. 하지만 금리가 오를 경우엔 부담이 더 무거워지는 구조라면, 최저보증이율 등은 눈을 질끈 감고 유행에 동참하는 듯 처리해 놓을 필요성이 높아 보인다.  

동양생명, 실속 위험 막으려 적당한 시점 골랐나 

작년 회계연도(FY2012로 흔히 표기함)에 금리연동형 실적이 대폭 늘어난 이유 등을 보면 이 동양생명의 최저보증이율 문제가 더 흥미롭고, 이해가 빠를 것이다. 

금리에 연동되지 않는 상품들을 대거 팔았다가 역마진 위험에 보험계가 처한 점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그래서 보험사들은 금리연동형의 상품을 팔기 위해 애썼고, 소비자들도 금리역마진에 대한 위기의식 고조 움직임을 보이고 즉시연금 등 일시납 저축성보험 구매에 급격히 관심을 가졌다.

이런 점이 작용해 지난해 금리연동형 실적이 크게 오를 수 있었다는 풀이다. 그런데, 금리연동형이 대폭 증가했지만 역마진 리스크의 제대로 된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따라 붙는다. 금리연동형 상품의 최저보증이율 역시 생보사로서는 부담되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최저보증이율은 시중금리에 연계돼 매월 조정되는 공시이율과 달리, 1년에 한 번 정도 회계연도가 바뀌는 시점에 조정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런 점에서도 워낙에 보험업이 '경기후행성'이지만 더더욱 최저보증이율을 보수적으로 관리하고 매만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그런 점에서 동양생명으로는 업계의 강자 대열에 동참하기 위해 필요한 ING 인수 문제를 앞두고 생각이 가능한 모든 위기의 시나리오들을 단속할 필요가 있다. 어느 때보다 치열한 M&A 공중전 와중에 실속해 추락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근래 동양생명이 보인 최저보증이율 조절 카드의 검토 문제는 그 자체만으로 슬프게 볼 게 아니라 위기를 대응하는 지혜라는 점에서도 긍정적으로 해석해 볼 여지가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