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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삼성과 애플, 리커노믹스와 한국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7.01 14: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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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경제 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IT업계의 두 거성 삼성전자와 애플의 관계에 대한 흥미로운 전망을 내놨다. WSJ은 지난달 말 보도에서 애플이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결별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을 제시했다.

WSJ는 애플이 최근 대만의 TSMC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공급 계약을 맺는 등 주요 부품 공급 업체를 바꾸고 있지만 삼성과의 결별이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참고로, AP는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의 두뇌에 해당하는 부품이다. 아이폰5에 들어가는 A6 모델까지는 삼성이 애플에 독점 납품해 왔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이 있다. 애플이라고 삼성에 대한 의존도 낮추기에 이미 나서지 않은 바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삼성이 스마트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서, 아니 그 이전부터 애플은 삼성에 대한 의존 문제가 자신들의 협상력과 다른 신기술의 채택을 제한한다는 점을 인지해 왔다. 하지만 애플의 '탈삼성 전략'은 일부 부품을 제외한 대부분 영역에서 불안정한(미완성) 상황에 머물렀고 WSJ는 이를 추적, 날카롭게 지적했을 따름이다. WSJ은 애플의 딜레마는 프로세서·메모리 칩·고해상 스크린 등 자신들을 만족시키는 정교한 부품을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업체가 삼성이라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이를 보면, '원천기술', 그리고 그 '원천기술'의 '실행 능력'의 중요성이 새삼 중요하게 느껴진다.

일부 아이폰팬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아이폰이 승승장구하는 와중에도 이건 무슨 새로운 기술로 세상에 없던 파천황의 물건이 나온 건 아니라는 점이 회자돼 왔다. 즉 어딘가 있는 기술과 어느 구석엔가 있는 상품의 기능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이들을 결합하는 식으로 등장시킨 새로운 무엇인가가 아이폰이었다는 것이다. 훌륭하다는 평가가 아닌 건 아니지만, 애플의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열광하는 그 정서와는 좀 결이 다른 평가였던 셈이다.

그렇게 보면, 애플이 주요 부품을 이리저리 부탁해서(발주해서) 만드는 생산의 방식은 이미 언젠가는 그 화려한 정점에서 미끄러져 내려올 가능성을 예비하고 있었던 셈이다. 애플 입장에선 불행히도 주요 거래처 중 하나가 삼성이어서 그 문제가 좀 빨리 닥쳐온 게 아닌가 한다. 이제는 '강력한 경쟁자이면서도 결별하기 어려운 상대'를 바라보는 애플의 속내는 어떨지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이 문제를 보면서, 원천기술 혹은 자기 나름의 필살기를 갖추지 못한 집단(크게는 국가)의 말로가 어떤가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옆의 거대한 국가, 중국이 이제 긴 잠에서 깬 것도 모자라 본격적인 질주를 시작할 모양새다.

그간 성장세만으로도 모자라, 그 성장 와중에 낀 각종 거품을 걷어낼 '리커노믹스'까지 시도할 상황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중국은 이제 싸구려 물건을 생산해 세계 시장에 파는 걸로 돈을 벌던 위치를 스스로 탈피, 제대로 된 고부가가치 상품들만 수출하고 웬만해서는 국내 시장(고른 성장을 유도해 새로 형성, 강화될)으로 내수를 유도해 살아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 

큰 시장의 문이 닫히는 상황인 셈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 같은 부존자원은 없고 무역으로 먹고 사는 국가들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어설픈 중간재 수출이 이미 타격을 받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방법은 있다. 중국이 아무리 노력해도 추격이 (당분간만이라도) 어려운 고부가가치나 서비스업에 명운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달러화 경제권에 속할 것이냐, 팽창하는 위안화 경제권에 들어가는가를 결정하는 문제보다 중요하다. 돈을 잘 벌면서 살아남아야 어디로 갈지 결정할 일이 생기는 것이지, 언젠가 우리가 급격히 추락하면, 양쪽 어디에 속하든 말든 그야말로 상관없는 그런 시대가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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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우리 경제에 대해 샌드위치 경제니 뭐니 해서 위기 진단이 많았다. 결론적으로 그 결정판이 리커노믹스 시도가 될 것 같다. 우리만 할 수 있는, 한국인만 만들 수 있는 뭔가를 많이 찾아 미래의 먹거리로 비축해 놓지 않으면 안 된다. 애플의 아이폰처럼 '신박한' 그러나 언제고 다름아닌 바로 자신의 부품 공장에게 추월당할 수 있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중국이 싫은가? 그렇다면 언젠가 중국과 위안화와 결별할 때를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중국인이 매달릴 정도로 좋은 물건과 기술력이 없다면, 그런 완전한 결별조차도 버거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