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사회적기업 탐방 36] 고기반찬에 수익 제로 '즐거운밥상'

지역사회 확고한 인정 '대표도 조리원처럼 메뉴공부'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6.28 15:07:50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수익은 꼴찌, 고객을 생각하는 마음은 1등입니다." 한 홈쇼핑업체의 광고카피다. 그런데 운영 내막을 알면, 이 광고 문안이 절로 연상되는 도시락업체도 있다.

충청남도 천안시에는 '즐거운 밥상'이라는 회사가 있다. 도시락 사업뿐만 아니라 출장뷔페 요리 등도 하는 업체다. 1년 매출은 작년 결산 기준 약 15억원, 직원 14명(사무직 4명, 조리원 10명)에 아르바이트 등으로 구성된 배달원을 포함해도 20명의 인원으로 올린 액수치고는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막상 지난해 수익을 들여다 보니 이익은 제로(0)였다는 설명이다.

수익성 0을 만든 원흉은 바로 결식아동 사업에서 난 손해가 다른 영역 이익을 상쇄해서다.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원래 계약 당시 예상보다 실제 발주량과 단가에 오차가 생겼는데, 한 번 짠 식단을 다운그레이드시킬 수는 없다며 그대로 밀고 나가서 그렇단다. "일반사업으로 번 돈 모두 털어 결식아동들 고기반찬해 준 것인가"라고 묻자, "그런 셈이다"라며 박찬무 대표는 겸연쩍은 미소를 짓는다.
   즐거운 밥상의 일반 사업 중 하나인 급식. 이렇게 수익을 내고 그것을 결식아동 지원 등 공헌성 행보의 소요금으로 소진한다. ⓒ 즐거운 밥상  
즐거운 밥상의 일반 사업 중 하나인 급식. 이렇게 수익을 내고 그것을 결식아동 지원 등 공헌성 행보의 소요금으로 소진한다. ⓒ 즐거운 밥상
   즐거운 밥상의 출장 뷔페. ⓒ  즐거운 밥상  
즐거운 밥상의 출장 뷔페. ⓒ 즐거운 밥상

◆91학번 경제학도, 농협 계열사 관두고 사회적기업 올인 

박 대표는 '마지막 전대협세대'에 들어가는 91학번이다. 더욱이 경제학을 전공했다. 미국식 경제학 이론이 지배하는 우리나라에서 경제학이나 경영학을 전공한 이들은 대체로 시장경제주의 신봉론의 세례를 받는다.

박 대표는 그런데 운동권으로 활동했던 점에서 대다수 동기생들과 인생관의 결을 달리한다. 그 시절부터도 '사회적경제영역'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얼마 전 경제학과 교수가 된 동기생을 만나 서로 어떻게 사는지 안부를 교환하고 나니 "넌 그때도 비주류더니 지금도 비주류냐"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박 대표는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일하던 중 "인생의 지향점과 사는 방식이 달라선 안 된다"는 생각에 사직하고 대전으로 삶의 무대를 옮겼다.

지역 자활센터에서 일하던 중 2005년 언론 사회면을 달궜던 일명 '건빵 도시락' 사건으로 충격을 받고 관련 영역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실제 돈을 주는 곳(당국)과 실제로 물품을 수령하는 쪽(결식아동)이 다르다 보니 제대로 된 고객대접을 안 해주는 정도가 아니라 건빵을 반찬인 양 구성한 푸대접 도시락이 전달되기에 이른 이 사건으로 많은 이들이 경악했는데, 박 대표도 당시 누구보다 가슴 아파했다.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HACCP 인증도 받고 싶고, 새 메뉴 개발은 문닫는 그날까지 계속할 것입니다." 박찬무 즐거운 밥상 대표가 포부를 소개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도시락을 제작, 배달할 업체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사회적 소외계층에 고용창출 효과를 주자는 구상까지 더해 각 동의 사회복지사들에게 제안을 했다고 한다. 지금은 규모가 커져 시나 구와 상의를 하지만, 그때만 해도 각 동사무소별로 설득을 하고 계약을 따냈다는 회상도 들려줬다.

"그때 반응이 너무 폭발적으로 좋았다"고 떠올린 박 대표는 이에 용기백배해 메뉴 개발과 각종 포장 등의 노하우를 익히는 등 과잉열정으로 오늘날까지 사업을 펼치고 있다.

◆도지사도 배달시키는 공인된 맛 "문 닫는 날까지 메뉴개발"

이 업체의 도시락 사업과 급식(뷔페) 등 사업은 "사회적기업이니까" "좋은 곳에 수익금을 쓸 것이니까 맛이 좀 떨어져도 감수해 달라"는 식으로 간단히 볼 것이 아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천안 쪽에 와서 회의를 하는 경우에는 이 곳에 발주를 해 배달받아 먹는다고 한다. 
   수익은 꼴찌, 고객을 생각하는 마음은 1등-즐거운 밥상의 운영 철학은 천안에서는 이미 익히 소문나 있다. 사진은 천안 원성동 즐거운 밥상 도시락제작센터. ⓒ 프라임경제  
수익은 꼴찌, 고객을 생각하는 마음은 1등-즐거운 밥상의 운영 철학은 천안에서는 이미 익히 소문나 있다. 사진은 천안 원성동 즐거운 밥상 도시락제작센터. ⓒ 프라임경제

"메뉴 개발은 어떻게 하는가?"를 묻자, 원래 시작할 때부터 상당한 맛의 수준으로 승부를 걸자는 생각으로 나섰다고 한다.

박 대표는 "유명 패밀리레스토랑 조리장을 초빙해다가 전직원이 뷔페 전코스를 두달간 배웠다"면서 "문을 닫기 전까지는 메뉴 개발은 지속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기업 관계자 같은 답이라기 보다는 맛집 오너 같은 자존심마저 느껴지는 답이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고급화 전략'까지 추진 중이다.

  직원들과 늘 스터디를 하고 민주적인 운영을 하려고 노력하자는 게 박찬무 즐거운 밥상 대표의 지론이다. 직원들이 경영 현안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직원들과 늘 스터디를 하고 민주적인 운영을 하려고 노력하자는 게 박찬무 즐거운 밥상 대표의 지론이다. 직원들이 경영 현안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박 대표는 "'오요리'라는 업체와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포장을 하는 것과 메뉴 개발 등을 협력한다"고 고급화의 체계적 추진과정 중 일부를 공개했다.

이런 일반적 사업과 함께 천안의 결식아동 1200명, 독거노인 120명에 도시락을 배송하거나 중식을 제공하는 등 사회적 행보를 하고 있다.

박 대표는 "기자님처럼 '지금도 밥 굶는 애가 있느냐?'고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실제 정말 그런 아이들이 많고, 정말 비참한 상황에 있는 아이들도 있다"며 더 도움을 많이 주기 위해 관공서 발주 도시락 배송 외의 채널을 만들어 보고자, 기업들에게 컨택(지원요청)을 하기도 했다고 얘기한다.

다만, 진정성을 의심하는 기업들이 많아 그런지 실질적인 효과가 나온 것은 아직 없다면서 "우리(즐거운 밥상) 이름은 빠져도 좋으니, 기업에서 재정 지원을 해서 결식아동 사업에 나서 줬으면 한다"고 말을 보탰다.
    
"사장님, 만날 바쁘고 매출도 이렇게 많이 오르는데, 정작 이익은 왜 0원일까요?" 박찬무 즐거운 밥상 대표가 직원과 일정과 경영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이렇게 보람을 먹고 사는 업체지만, 실제로 복리 후생만 놓고 봐도 상당히 매력적인 직장을 만들고 있다.

박 대표는 큰 기업과 바로 견줄 바는 아니고 동종업계와 비교하자면, 이라는 단서를 달고 "매년 꾸준히 연봉을 인상해 와서 같은 규모나 업종의 회사들 중에는 최고수준의 급여를 제공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다만 이번에는 사무직원에 한해 동결을 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글 초입에서 언급한 고기반찬의 무리수 때문이다.

"1800식 기준으로 메뉴 보완을 요청받아서 진행을 했는데, 고기를 더 해 달라는 소리에 그렇게 짰다. 그런데 결국 1200식이 됐고, 메뉴를 바꿀 수는 없고 해서 누적적자를 감수하기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한 그는 "앞으로 (관청에서) 내년에 단가 인상을 검토한다고 했으니 그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며 너털웃음을 보였다.

2014년에 즐거운 밥상의 도시락 선물을 받는 결식아동들이 얼마나 더 즐거워질지 기대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