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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한민국이 자랑할 예쁜 여자 '김희아'

'붉은 모반·상악동암·보육원 출신' 진솔한 감사의 힘으로 편견·고통 극복

조국희 기자 기자  2013.06.28 10: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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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얼굴이 함몰돼 재건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이때쯤 '감사'의 의미를 어렴풋이 알게 됐어요. 최악의 상황이었는데 참 신기한 일이죠." 손톱엔 반짝이는 갈색 매니큐어. 자칫 밋밋한 수 있는 민무늬 반팔이지만 큐빅이 장식된 옷을 선택해 탁월한 센스를 보여준 그는 누가 봐도 '예쁜 여자'다. 붉은색 모반·상악동암 때문에 망가진 얼굴로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감사 전도사' 김희아씨의 얘기를 들어봤다.

'럭키 세븐'이 2번이나 들어간 그의 생일 7월7일은 사실 보육원 문 앞에 버려진 날이다. 구세군이 운영하는 보육원 '혜천원'에서 자란 김씨가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르다고 느끼게 된 것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부터였다.

부모의 부재와 왼쪽 얼굴을 뒤덮은 붉은 모반은 그를 고개 들고 다닐 수도 없을 만큼 작아지게 만들었다. 더는 나빠질게 없다는 생각으로 온 힘을 다해 버텨왔지만 애석하게도 멀쩡하던 오른쪽 얼굴마저 '상악돔암'으로 함몰됐다.

◆'감사'란 세상과 자아 이어준 '탯줄'

거리를 걷다가도, 버스를 기다리다가도 김씨는 사람들의 쏟아지는 시선을 견뎌내기 힘들었단다. 심지어 옆 테이블에서 밥을 먹던 사람이 밥맛을 운운한 적도 있었다고. 이런 탓에 행여 지인에게 피해라도 줄까 혼자 영화를 보고 쇼핑을 하는 게 익숙해졌다.

  김희아씨는 안면장애로 받았을 갖은 냉대와 차별을 극복하고 당당히 강연자로서 새 삶에 도전하고 있다. = 조국희 기자  
김희아씨는 안면장애로 받았을 갖은 냉대와 차별을 극복하고 당당히 강연자로서 새 삶에 도전하고 있다. = 조국희 기자
인터뷰 중 카페에 마주한 기자에게 연신 괜찮냐고 물어보는 그에게 애잔함까지 묻어났다.

"지인과 동행할 경우 그 시선을 함께 나눠야하는 게 너무 미안해요. 괜히 저 때문에 사랑하는 이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요.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혼자 생각하고 혼자 판단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글로 써서 생각을 정리했어요."

지난해 11월 KBS 여유만만 '나도 스타강사' 오디션에서 진솔함을 무기로 1위를 거머쥔 그는 최근 '내 이름은 예쁜 여자입니다' 발간을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 '감사의 힘'을 퍼뜨리고 있다.

"나의 얘기를 들어주는 친구 한 명 한 명이 소중했어요. 그들에게 주제넘지만 '당신이 자랑할 수 있는 김희아가 되겠다'고 말했죠. 그런데 지금은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김희아'가 되고 싶어요. 방송 이후 국민들이 내 얘기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는 소식에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김씨는 자신의 저서를 일러 어릴 적 텔레비전으로 봤던 '소공녀'같은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 책에는 역시나 세상을 향한 감사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부모님이 없다는 것에서부터 감사를 찾고, 얼굴에 있는 붉은 모반에서도 감사를 찾았어요. 당연하다고 느끼는 게 나에겐 없기에 다른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죠. 감사란 세상에서 저를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탯줄'과 같아요."

◆세상 향해 등 떠민 가족들 '인생의 버팀목'

보육원 아이들이 1년 내내 손꼽아 기다리는 성탄절. 이날은 아이들이 후원자들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시간이자 아직 기부금을 받는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는 날이다.

  ⓒ 김영사ON  
ⓒ 김영사ON
"진 리그니 구세군교회 사관에게 '사랑하는 희아에게'라는 말을 들었어요. 카드에는 '널 항상 축복하고 널 위해 기도할게'라는 내용도 담겨있었죠. 아무 후원자가 없던 저에게 '감사'라는 감정을 배우게 해주신 분이에요."

감사할게 없다고 여겼던 그의 삶에 기적이 일어났다. 2001년 지인의 소개로 만난 남자와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지면서 그토록 꿈꾸던 '가정'을 이뤘다.

비록 짙은 화장으로 모반을 가리고 시작한 연애였지만 김씨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남편을 만났고, 행복한 가정에서 두 딸과 함께 그의 꿈이었던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암이 발병하기 전까지 늘 제게 있는 것이 최악이라고 생각했어요. 남들이 내가 저 얼굴이면 죽었다라고 속닥거릴 때 가슴이 미어지지만 그들은 잘 몰라서 그런 걸 거예요. 이제 제가 나서서 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요. 감사에는 기적이 있어요.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