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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그래피티' 낙서인가 예술인가…미묘한 경계선

노병우 기자 기자  2013.06.28 10: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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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피티'는 사회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의 저항 섞인 낙서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시각을 통해 '거리의 예술'로 발전돼야 할 때이다. = 노병우 기자  
'그래피티'는 사회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의 저항 섞인 낙서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시각을 통해 '거리의 예술'로 발전돼야 할 때이다. = 노병우 기자
[프라임경제] 요즘은 홍대, 신촌, 압구정 등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이러한 낙서(?)를 흔히 볼 수 있는데요. 누가 언제 했는지 잘 알 수 없는 이 낙서들은 그저 누군가의 스프레이 장난이라고 하기에는 완성도가 전혀 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비단 벽뿐만 아니라 지하철, 기차 등 낙서처럼 긁거나 휘갈겨 쓴, 나름의 가치를 지닌 글자 및 그림을 통칭해 '그래피티(graffiti)'라고 부릅니다.

'긁다, 긁어서 새기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graffito'와 그리스어 'sgraffito'에서 유래된 그래피티는 분무기(스프레이 페인트)로 그려진 낙서와 같은 문자나 그림을 뜻하는 말로, 'sparycan art', 'aerosol art'라고도 합니다. 아울러 유럽과 미국에서는 '거리의 예술(street art)'의 한 분야로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현대적 의미의 그래피티는 지난 1960년대 후반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미국의 흑인 젊은이들이 뉴욕 브롱크스를 중심으로 건물 벽이나 지하철 등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구호와 그림을 그리면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이후 그래피티는 흑인 특유의 즉흥성과 직접적인 대면 접촉을 중시하는 힙합(hip-hop) 문화와 결합하면서 확대 및 발전됐습니다.

그래피티를 다른 말로 '태깅(Tagging)'이라고도 하는데요. 이유는 당시 행위의 불법성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자신들의 실명을 공개할 수 없었던 그들은 이름 대신 일종의 서명(별명)으로 자신들의 그래피티를 채우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초기 그래피티는 △인종주의 △고립 △환경오염 △정체성 상실 등과 같은 사회비판에 그 뿌리를 뒀는데요. 최근에는 각종 페스티벌의 특성에 맞춰 관객들에게 직접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라이브 페인팅을 비롯해 방송·행사·공공벽화 작업 등 다양한 분야로 작품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은 낙서쟁이라고 불리는 등 범죄 형태, 또는 미술계의 아웃사이더로 취급당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안티 그라피티(Anti-Graffiti)까지 있을 정도로 예술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한국에서도 역시 그래피티 문화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아 소수 마니아에 의해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그래피티는 공공시설물이나 누군가의 소유물을 캔버스 삼는다는 기본적인 전제로 인해 법과 충돌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합니다.

이처럼 그래피티는 법적으로 처벌받고 금지돼야 하는 '낙서'라는 시선에서 하나의 예술 분야로 인정해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상반되는 견해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만큼, 이를 재능으로 보고 긍정적이고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려는 시각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