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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탐방 35] 할머니 얘기보따리 같은 역사산책 '백제문화원'

향토사학 매력 빠져 2005년 12월 차린 재단법인서 발돋움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6.28 08:4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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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다시 오고 싶다고 느끼게 해야 합니다. 가르치려고 하면 안 됩니다. 절대로 많은 걸 얘기하려고 하지 마세요. 이게 중요합니다. 외우라는 식으로 얘기하지 마시구요."

대전 목원대학교 사회과학대 건물에서 27일 진행된 '대전문화관광해설사 보수교육'에서 초청강사로 나선 서오선 백제문화원 대표는 문화재를 소개하는 법을 '천천히 둘러보게 해 주는 것, 한 박자 쉬고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서오선 백제문화원 대표가 27일 목원대에서 열린 교육에 강사로 나섰다. = 임혜현 기자  
서오선 백제문화원 대표가 27일 목원대에서 열린 교육에 강사로 나섰다. = 임혜현 기자
백제문화원은 2005년 12월 설립된 재단법인 백제문화연구원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백제문화원을 이끌고 있는 서 대표는 박물관 연구사로 시작, 여러 박물관들에 두루 근무했다. 국립부여박물관 학예연구실 관장 등을 역임하는 등 학자로서, 직장인으로서 모두 성공을 이뤘던 그는 이제 향토사학자로 사람들을 만나고 문화재와 역사학, 고고학 지식을 전하고 있다.

보수교육 과정에서 일선 문화관광해설사들에게 당부한 서 대표의 말에서 감지할 수 있듯, 백제문화원은 열린 교육, 즐거운 체험에 주안점을 둔다. 

백제문화원은 정규프로그램과 방학프로그램 등을 편성, 시민들이 원하는 일정에 따라 자유롭게 역사를 만나고 문화재와 대화할 수 있게 돕는 도우미 역할을 자임한다. 여기에 특별프로그램 등이 준비된다. 목원대와 관련 업무협약(MOU) 체결 등 각종 특별한 목적을 수행하는 작업도 진행할 필요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백제문화원은 '문화재청 예비사회적기업'이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표시한다. 사회적기업이나 사회적협동조합은 세부 관할 업무에 따라 접촉해야 할 유관부처가 다르게 마련이다. 그런데 반만년 역사를 가진 나라에서 문화재청과 대화채널을 가동해야 하는 사회적기업(및 지정을 희망하는 곳)은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도 이 같은 사명감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문화재 알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백제문화원은 할머니 얘기 같은 재미있는 역사 알리기를 모토로 한다. 백제문화원이 진행하는 현장 학습 프로그램에 나선 어린이들. ⓒ 백제문화원  
백제문화원은 할머니 얘기 같은 재미있는 역사 알리기를 모토로 한다. 백제문화원이 진행하는 현장 학습 프로그램에 나선 어린이들. ⓒ 백제문화원

원래 수익을 많이 올리려고 차리는 게 아니라는 점, 이익의 사회적 환원은 사회적기업들의 공통 지향요소다. 백제문화원은 그런 점에서 △지역민에게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엮어내 제공하겠다는 점을 목표로 하며 △사회소외계층도 문화적 사각지대에 방치되지 않도록 교육서비스를 배려, 제공하겠다는 각오를 내세운 바 있다.

역사학, 그리고 고고학은 끈기를 요하는 분야다. 섬세하게 "왜 이게 여기 있지? 왜 이렇지?"라고 물어가면서 가설을 세우고 답을 찾는 길이다. 많이 공부하고(서 대표는 박물관에 근무하면서 공부를 계속, 박사과정까지 수료했다) 오래 일하면서 그런 점을 성급하게 주입식으로 말해서는 사람들이 잘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

다음은 서 대표와의 간략한 일문일답이다.

-박물관에서 오래 근무하다가 '민간'에 나왔다. 아무래도 시각차라든지 피부로 느끼는 차이점이 있을 것 같은데?

▲박물관이 가진 여러 기능 중에 사회교육기능이 있다. 근래 많이 강화되는 추세지만, 아무래도 한계를 느꼈다. 더 많은 사람들과 더 이야기를 하기는 어렵겠구나 싶은 느낌이랄까. '저변 확대'를 꿈꾸다 이렇게 밖에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물론 박물관에 모인 유물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것도 의미있지만, 밖으로 나가서 실제로 접할 수 있는 더 넓은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차이가 있다. 유적지나 건조물, 나는 이를 '부동산 문화재'로 부르는데, 이런 건축물이나 고분 등을 답사하면서 얘기하는 게 좋다.

-쉽고 재미있는 역사교육을 너무 강조하면 대신 깊이를 희생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을 텐데?
   27일 목원대에서 열린 대전문화관광해설사 보수교육. = 임혜현 기자  
27일 목원대에서 열린 대전문화관광해설사 보수교육. = 임혜현 기자

▲직접 나가기 전에 '사전교육'을 하는 등 준비도 한다. 이렇게 진행하면 더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역사, 역사 공부를 얘기할 때 가장 강조하고 싶은 점은 '알아야만 사랑하게 된다'는 것이다. 흥미를 강조하는 것은 주입식으로 교육하지는 말자는 이야기다. 가령 도요지(도자기를 굽는 곳) 유적을 보러 갔다고 생각해 보자. 분청사기니, 뭐니 해 가면서 설명을 장황하게 하면 피곤해한다.

그렇지만 '왜 여기 도자기 파편이 이렇게 많을까?'라든지, '보통 우리가 아는 도자기랑 다른데?' 이런 식으로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진행되면서 답을 찾다 보면 쉬우면서도 의미있게 기억에 남는다. 역사도 일종의 '탐정놀이'처럼 재미있을 수 있다.

그런 탐정놀이를 하는 과정을 조언하고 돕는 역할이다.
   서오선 백제문화원 대표가 강의 중 잠시 쉬는 시간에 질문을 받고 대답해 주고 있다. = 임혜현 기자  
서오선 백제문화원 대표가 강의 중 잠시 쉬는 시간에 질문을 받고 대답해 주고 있다. = 임혜현 기자

-근래 학생들의 역사 인식이 희박해져 문제라는 여론이 일고 있다. 역사를 알리고 있는 역할을 최일선에서 맡고 있는 입장에서 생각하는 역사교육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은?

▲우리 것에 대한 바탕이 없어서 이런 상황이 빚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역사 공부를 지나치게 상급학교 진학 시험 대비 위주로 시킨다. 단편적으로 답을 찾아내고 답만 외우는 교육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할머니 엣날 얘기는 참 재미있지 않았나? 그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역사를 접하게 하는 기회를 많이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