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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 프로젝트 ⑦] 현대모비스, 협력사 요구 '93% OK' 납품가 꾸준히 인상

1·2차 중소협력사에 먼저 협력 제안, 공동 연구개발 속 신기술 국산화 성공

이보배 기자 기자  2013.06.26 16:5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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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원자재가의 작은 시세변동도 90% 이상 대폭 반영. 협력사 납품대금 550억원 인상. 조1000억원 규모의 중소업체 거래대금 100% 현금결제. 경영환경 어려운 중소 협력업체 위한 상생대출 및 연구개발지원에 820억원 출연. 160여건에 이르는 협력사와 신제품 공동개발 및 기술지원. 그리고 100여건의 특허권 무료제공까지. 지난해 현대모비스가 중소협력사들과의 상생을 위해 풀어놓은 통 큰 활동들이다. 그렇다면 현대모비스의 상생경영 점수는 과연 몇 점일까.

자동차산업은 고용 및 생산에서 국내 제조업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전후방 산업 연관 효과도 크다. '동반성장'이 사회적 이슈가 될 때마다자동차산업이 대표적으로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생활동으로 인한 아래로부터의 탄탄한 경영환경은 국내 완성차의 품질경쟁력, 자동차 수출 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대기업 스스로 상생경영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업계 분위기 속에서도 현대모비스가 특히 눈길을 끈다. 중소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상생지원 활동을 펼쳐, 협력사의 경영개선은 물론 현대모비스의 질적 성장을 이끌어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대모비스 역삼 사옥. ⓒ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 역삼 사옥. ⓒ 현대모비스
◆자금·교육·연구 등 협력사 전방위 지원 

먼저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5% 이상 변동된 원자재가격에 대해 협력사 요청의 93%를 받아들여 총 550억원에 이르는 납품가 인상을 지속적으로 단행했다. 자동차업계의 경우, 공정거래협약에서 원자재가 시세가 20% 이상 변동이 있을 때 협력사와 단가조정을 협의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인상분을 전폭적으로 수용한 결과다.

중소협력사에 대한 직접적인 자금지원도 현대모비스가 자랑할 만한 상생활동 중 하나다. 중소협력사들의 연구개발비를 직접 지원하는가 하면, 별도의 자금펀드를 은행에 유치,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이 어려운 중소협력사들이 펀드를 통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해까지 펀드를 통해 조성된 자금은 820억원으로, 이는 중소협력사들의 지급보증과 이자지원에 사용된다. 이와 관련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올해에는 이런 조성자금을 1000억원 수준으로 확대 운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현대모비스는 협력사의 유동적인 자금운영을 위해 거래대금을 100%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으며, 지난해 중소협력사에 지급한 현금만 무려 4조1000억원에 이른다.

이와 별도로 현대모비스는 현재 중견협력사에 발행하는 어음에서 상환청구권을 없애는 방안을 최종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4곳의 중견협력사에 발행되는 어음 규모는 연간 2조8000억원. 어음에서 상환청구권 없애 중견협력사들도 실제로 현금을 지급 받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하려는 복안이다.

그런가 하면 현대모비스의 상생활동은 경영개선을 위한 지원 뿐 아니라 협력사의 기술지원 및 기술보호 부분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현대모비스는 100여개에 이르는 자사의 독자기술 관련 특허권을 협력사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

최첨단 설비가 필요한 품질시험의 경우, 작은 규모의 협력사들이 자체 설비를 갖추기 힘든 점을 고려해 자사의 시험센터를 협력사에 전격 개방했고, 실제 현대모비스 상해기술시험센터를 통해 중소협력사들의 인증시험을 진행한 것만 지난해 1만5000여건에 이른다.

이어 대기업의 상생경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협력업체 인력에 대한 교육 지원이다. '지속혁신을 위한 중심에는 결국 사람이 있다'는 현대모비스의 경영원칙은 협력사까지 연장됐다. 품질경영·생산혁신·설계기술·생산관리에서부터 해외사례 벤치마킹에 이르는 대내외 교육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진 것. 특히 현대모비스가 제공한 각종 교육을 거쳐 간 협력업체 직원수는 지난해에만 1만여명을 넘어설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생각의 전환이 곧 '혁신'이다

현대모비스의 상생경영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또 있다. 중소기업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대기업이 검토하는 'R&D 협력' 관행에서 벗어나 현대모비스가 중소기업에 협력을 역 제안, 독창적 아이디어를 접목한 신기술 국산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의 협력 제안으로 1·2차 중소협력사 에프티앤과 우창산업은 공동 연구개발에 참여, 신기술 국산화에 성공했다. ⓒ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의 협력 제안으로 1·2차 중소협력사 에프티앤과 우창산업은 공동 연구개발에 참여, 신기술 국산화에 성공했다. ⓒ 현대모비스

2010년 1월, 세계 최초로 독특한 전기방사 기술을 통한 나노사이즈 섬유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 '에프티앤'에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수화기 넘어 남성은 "귀사가 보유한 뛰어난 나노 소재 원천기술에 평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훌륭한 기술이 다른 산업 전반에 걸쳐 사용되고 있는데, 지금까지 자동차분야에서는 사용된 적이 없다. 이를 자동차부품에 적용하면 획기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파트너가 돼서 함께 개발해 보는 건 어떤가"라고 물었다.

전화를 걸어온 상대는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 재료연구팀 소속의 이근형 책임연구원이었다. 나노 소재가 자동차부품에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에프티앤 측은 현대모비스의 러브콜에 주저 없이 협력하기로 했다. 자신들의 기술이 어떤 분야로든 확장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 에프티앤에게 또 한 번의 도전 기회가 주어졌다고 판단한 것.

2010년 초부터 현대모비스와 에프티앤 두 회사는 2년의 공동연구개발 기간을 거쳐, 자동차 램프용 벤트캡 국산화개발에 성공했고, 관련 제품을 공동특허로 등록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나노 소재를 공급받아 자동차에 적합한 설계개발에 성공한 현대모비스는 양산화 개발을 통해 제품을 만들어줄 업체를 찾았고, 그때 합류하게 된 파트너는 현대모비스의 1차 협력사인 '우창산업'이다.

1986년부터 현대모비스의 1차 협력사였던 우창산업은 자동차 포그램프(안개등) 전문생산 기업으로, 이 분야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한 업체다.

우창산업의 합류로 라인업을 갖춘 현대모비스는 세 기업의 정확한 역할분담을 통해 공동개발 과정 2년과 양산화 과정 1년을 거쳐 올해부터 관련 제품을 현대자동차에 공급하고 있다.

수입에 의존하던 제품의 국산화 개발이었기 때문에 현대자동차 측에서도 성과공유 차원에서 파격적인 보상이 이어졌다. 바로 구매조건부 계약을 체결한 것. 단독입찰과 동일한 의미인 구매조건부 계약은 일시적인 수익금 분배보다 값진 형태의 보상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따라 세 업체는 한해 평균 700만대에 달하는 자동차에 약 8~10개씩 들어가는 부품을 경쟁 없이 납품할 수 있게 됐다.

   에프티앤, 우창산업과 현대모비스의 공동연구개발 밑바탕이 된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 ⓒ 현대모비스  
에프티앤, 우창산업과 현대모비스의 공동연구개발 밑바탕이 된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 ⓒ 현대모비스

이와 관련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대기업이 먼저 제안해서 1, 2차 협력업체와 함께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해 수입을 국산제품으로 대체했고, 또 그 성과를 아낌없이 공유한 좋은 사례"라면서 "이런 상생협력과 성과가 확산되면 자동차산업의 국가경쟁력이 함께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가 펼친 일련의 협력사 지원활동은 협력사는 물론 현대모비스의 경영환경 개선으로 이어졌다. 중소협력사들의 경우 연평균 70억원 이상의 거래금액을 전액 현금으로 받게 됨으로써 자금회전력이 높아졌고, 어음할인 등으로 인한 손실이 없어졌다.

협력업체의 경영활동 개선은 당연히 품질향상으로 이어졌고, 궁극적으로는 국내 완성차의 글로벌 품질경쟁력을 높였다. 최근 현대 및 기아차의 품질이 미국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실제 지난해 미국 자동차 평가업체인 ALG가 실시한 프랜드인지 품질조사(PQS)에서 혇대차와 기아차의 품질지수가 2008년 이후 지난 4년 동안 가파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두 회사는 각각 12.5%p, 12.7%p 품질지수 상승폭을 보였고, 이는 다른 해외완성차 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최고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