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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산업화 당하다 ③] 세종대 '1만원 장학생'? 장학금 악용 '좀비大'까지

명문대·형편 어려운 학교 모두 본래 의미 잃은 장학금 '잇속 계산'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6.26 15: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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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대학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소리는 외환위기의 시대부터 있었다. 순수학문이 고사한다거나 취업학원화된다는 한탄도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외환위기 15년 세월만에 이제 대학은 완전히 '산업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공공연히 학문연구기관이기를 포기한다는 소리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고, 구성원은 없고 학교의 생존과 발전만 남은 시대. 적자생존 논리가 '이질적이지만 어쩔 수 없는' 현상이 아닌 '자연스러운 뉴노멀'이 된 2013년의 대학가 상황을 살펴본다.

어느 나라든 대학은 '우골탑'으로 불릴 정도로 높은 교육 비용이 드는 제도로 오랜 역사를 이어왔다. 프랑스나 북유럽 일부 국가의 대학 학비 경감 노력이 회자되지만, 미국식 학제나 교육 시스템에 영향을 받은 많은 나라들에서 아직 대학의 높은 학비는 진입 장벽을 형성하고 있다.

다만 인재 육성에 나라의 미래가 걸려 있기 때문에, 또 각 개별 학교들로서도 우수한 인재 유치가 대학의 명예감정은 물론 차세대 성장 동력 확보라는 측면에서 유용하기 때문에 장학 제도를 확충하는 데 무관심할 수 없다. 지식인으로의 편입 통로이자 세속적으로는 화이트칼라 직종으로 진출하는 관문인 대학에서 장학금을 학생에게 주는 게 '시혜적인 조치'인 것만이 아니라 학생과 윈윈하는 투자이자 사회공헌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한국 대학들의 장학금 제도는 지금 이처럼 건강한 윈윈 게임이 되지 못하고 신음 중이다.

"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부실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돈을 푸는 방식으로 그 부실기업들을 끌고 왔기 때문에 이른바 좀비 기업들의 문제가 심각하게 존재하고 있고, 최근에 와서는 특정업종에서의 부실문제는 이제 잠재적인 문제가 아니라 현실화됐다. 이것이 일부 대기업 집단 재벌의 부실로까지 비화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이하 생략)"

이는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이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유동성 문제'를 지적한 발언 중 일부다. 빚으로 버티는 기업들이 우리의 경제 체력 전반을 저하시킬 것이며 잘못된 유동성 체질이 몸에 밴 경우 대기업 집단 소속이어도 문제가 될 것이라는 이 발언은(25일), '경제위기 속에 국가가 돈을 푸는 방식으로'라고 고쳐 읽으면 오늘날의 대학의 왜곡된 장학금 운영 현실과도 거의 흡사하다. 부실한 학교들이 구조조정 등 뼈를 깎는 노력을 보이거나 문을 닫기 전 좀비처럼 됐고, 대기업에 견줄 만한 명문학교들마저 잘못된 돈맛이 취했다는 지적이 될 텐데 기업과 대학의 높은 '싱크로율'이 경악스러울 지경이다.

25일 교육부가 발표한 '2013 OECD 교육지표'는 우리나라 국·공립대, 사립대의 연평균 등록금은 자료를 제출한 국가 가운데 네번째였다고 한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높은 학비 구조를 가진 나라에서 이처럼 장학금 제도들이 잘못 운영된다는 점, 특히 이런 왜곡에 '기업 논리' 그 중에서도 '도덕적 해이 기업의 좀비식 운영'이 개입돼 있다는 점은 상아탑의 산업화가 제대로 된 경영 마인드에 의한 것도 아니지 않냐는 불안감으로 연결되고 있다. 

국가장학금, 학생 구제하려다 보니 구조조정돼야 할 좀비대학교 육성?

근래 장학금 문제의 알파요 오메가는 국가장학금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러 대학 장학금 문제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원인 적어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국가장학금의 운영 시스템의 기본 구조를 간단하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는데, 국가장학금은 성적(B이상)에 따라 소득8분위까지 차등 지급하는 I유형과 대학의 학비부담 경감 노력에 연계해 '매칭펀드 형태'로 지원하는 II장학금으로 나뉜다.

우선 국가장학금 자체가 문제의 간접적 요인이 되는 경우(I유형을 포함)부터 살펴보자.

국회 예산정책처는 '대학 등록금 지원사업 평가' 보고서를 17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재학생에게 지원된 장학금 I유형 규모는 826억원에 달했다. 이는 학교당 약 19억원에 달하고, 지난해 국가장학금 수혜자 중 이들 대학 재학생은 7만여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예산정책처는 보고서에서 이 점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대학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국가장학금 확대가 학생을 매개로 대학에 재정지원을 해주는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예산정책처는 "부실한계대학이 퇴출되지 않고 잔존할 우려가 있다"며 "이들 대학에 대한 국가 장학금 I유형의 지급을 제한해 부실대학이 존속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대 1만원 장학생', 국가장학금+'장학사업 확충에 무관심'한 학교측의 작품

국가장학금이 어느 정도 인지도 있는 대학에 주어진다고 해도 제대로 운영되는 건 아니다. 세종대의 경우나 영남대 케이스 등이 이 장학금을 1/n으로 나눠주는 과정에서 극소량의 장학금을 주는 불합리한 결과로 이어져 빈축을 샀다.

일단 국가장학금을 받게 될 학생 수에 따라서(신청자 중 해당자에게) 나누어 주는데, 개별 대학별로 실무상 나누다 보면 아주 적은 액수가 될 여지가 있다. 너무 적은 액수를 주지 못하게 10만원 미만은 주지 말라는 당국 가이드라인도 있었지만 그조차 지키지 않은 학교들이 많다고 유기홍 민주당 의원은 CBS라디오 '시사자키'에서 말했다(4월28일 방송). 세종대에서 1만원 장학생, 영남대 등 7개 대학에서 1000원짜리 장학생이 등장한 배경은 이처럼 제도적인 부족함에 당국의 지도마저 간과하는 대학들의 무관심이 겹쳐져 있다.
   먹고 살만 하나, 가난하나 장학금이 그렇게 주기 아까웠나요? 대학들이 장학금 확충에 인색한 태도를 보이거나, 오히려 국가장학금 제도를 우회적으로 악용하는 등 사례가 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연세대 교정. 세칭 명문대인 연세대 역시 장학금 제도 운영에 학생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 임혜현 기자  
먹고 살만 하나, 가난하나 장학금이 그렇게 주기 아까웠나요? 대학들이 장학금 확충에 인색한 태도를 보이거나, 오히려 국가장학금 제도를 우회적으로 악용하는 등 사례가 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연세대 교정. 세칭 명문대인 연세대 역시 장학금 제도 운영에 학생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 임혜현 기자
II유형의 매칭펀드 방식도 대학의 '선의'를 지나치게 믿음으로써, 좋은 취지와 달리 문제를 유발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칭그랜트 방식은 원래 '기부 영역'에서 착안, 여러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일정한 액수를 조달하면 그 규모 만큼 지원을 해 준다는 동기부여 및 참여유발의 제도다. 하지만 올해 대학들은 이 방식에 호응하지 않았다. 학비부담 경감 노력에 연계해 지원하는 국가장학금 II유형 지원액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정진후 진보정의당 의원 등의 3월24일 자료 발표 내용).

이유는 대학들이 등록금 인하나 자체 장학금 조성을 게을리하기 때문이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은 작년 전국 4년제 사립대 198개교의 교비회계 예산안을 분석했는데, 이에 따르면 대학들의 전체 예산 수입 중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61.7%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 예산을 학교법인(재단) 전입이나 적립금 등으로 조달을 하는 대신 등록금 받아 메우기(기업으로 따지면 단기 융자로 직원급여를 메우느라 매달 허덕이는 구조에 비유하면 가까울 것이다)에 시달리거나 혹은 이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탄탄한 장학금 지급 시스템 운영을 꾀하는 건 언감생심이거나 사실상 이럴 필요성을 못 느끼는 상태로 연결되는 것이다.

대학이 재단 전입금과 적립금은 활용에 나서야 하는 상황인데, 괜히 매칭펀드 등으로 돈이 흘러나가게 하느니, 간편한 등록금 인상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이 그래서 제기된다. 조선대 등은 아예 II유형 장학금 배정을 당국에 요청하지도 않았다는 점이 정 의원 등의 3월 발표 자료 등에서 드러난 점을 보자. 냉정히 따지면 경영의 논리상 다른 학교들도 이 같은 정책 수립을 할 유혹이 상당히 크다는 점을 방증한다.

세칭 명문대인 연세대에서는 이런 여러 문제에 대해 교내 언론이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세칭 좋은 학교 출신들이라 제도의 맹점을 짚어내는 능력이 탁월한 게 아니라, 명문대생들도 장학금 제도가 나날이 이상해져 감에 따라 고통이 커 분석에 매달리는 현실이라고 보는 게 정확할 것으로 보인다(http://chunchu.yonsei.ac.kr/news/articleView.html?idxno=18650). 

결국 연세대는 II장학금 배정액 중에서 37.5%만 소진했다고 주간지 '연세춘추'는 정 의원 등의 자료를 인용해 지적하는데, 그 대안으로 시민운동가 발언을 인용, 대학 자체적인 장학금 확충과 등록금 인하를 견인할 수 있도록 II유형 예산을 늘리거나, 대락 자체 노력 산정 방법을 개선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보도했다.

살림어렵다, 대학 재정난 이유있다 주장도 일리 있지만 '결국 감시 확대가 답'

물론 대학들이라고 하소연거리가 없는 건 아니다. 정부의 고등교육 지원(예산)이 늘었지만, 막상 이 증대분은 대개 국가장학금에 투입되면서 학교로 직접 지원되는 부분이 제자리걸음을 했다는 소리도 나온다.

이런 점에서 대학 재정난이 오히려 가중되는 역설이 발생한다는 것이고, 그러다 보니 등록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대학측(특히 사립대) 의견도 있다.

하지만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가 지난해 서울 소재 주요 사립대 20곳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2011년 결산'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소재 주요 사립대학 등록금에 20% 가량 거품이 낀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욱이 연세대, 고려대 등 전국 12개 대학원 총학생회가 1월14일 기자회견을 열고 "부족한 장학금과 높은 등록금이 대학원생들에게 연구 활동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는데, 편의상 한 학교를 특정해 보자면, 연세대의 경우 4월에 발표된 '2013년 4월 대학정보 공시'에서 연간 등록금이 전체 2등이다. 그런데 이 학교의 재정 형편이 좋은 점은 이미 상식에 속해 있고(적립금 규모 등), II장학금 소진 노력 부족 의혹 등은 위에서 언급됐던 바와 같다.

결국 학생들이 감시를 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데 대학 등록금 제도를 보면 학교, 학생측 대표 등이 참여하는 '등록금심의위원회'를 통해 결정된다고는 하지만 학생들의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특히 사립대의 경우 외부의 객관적 의견 개진 반영폭을 넓힐 필요가 높다는 비판도 나온다.

결국 대학이 일정한 경영적 마인드와 경영 판단을 하는 것은 불가피한 세태일 수 있지만, 학교와 학생을 위해 돈의 흐름을 모르지 않는 학교, 돈을 잘 활용할 수 있는 학교가 되자던 원래의 순수한 취지에서 점차 기업형 운영 그 자체에 매몰돼 장학금 운영마저도 이런 시각에서 보고 있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다. 이 같은 문제는 결국 아무리 대학이 기업화, 산업화된다 손치더라도, 학생들을 참여자로 볼 것인지 혹은 스쳐가는 손님으로만 볼 것인지에서 전자의 가장 최후의 키워드만 제대로 간직해도 상당 부분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지금 우리 한국의 대학들이 장학금과 관련해 갈짓자 행보를 보이는 것은, 이 최후의 보루마저 내준 산업화에 길들여지고 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작은 예일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