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맹패'부터 '지속가능'까지… 신한금융그룹 지배구조의 힘

지배구조 우수기업, 성공적 포트폴리오 분산 등 산-학 모두 눈길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6.25 16:29:37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6월 하순, 금융권에는 몇 가지 상반된 분위기의 소식이 전해졌다. 이른바 지배구조 담론에 관련된 이 뉴스들은 고 노무현 대통령 NLL 발언록 문제에 밀려 곧 세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훗날 한국 금융사에서 한 전환점으로 받아들여질 요소들로 해석되고 있다.

24일 여러 매체는 금융권 관계자들을 인용, 금융감독원이 최근 금융지주와 은행을 대상으로 성과 보상체계 모범기준 준수 실태를 살펴본 결과, 일부 금융지주와 은행에 문제점이 발견되면서 내달부터 전수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보도를 내놨다.

이보다 조금 앞선 21일, 한국거래소에서는 '2013 지배구조 우수기업 시상식'이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신한금융지주가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신한금융그룹 정도면 몰라도" 세미나 등에서도 공공연히 언급되는 '뭔가 다른 금융기업'

  서울 숭례문 근처에 자리한 신한금융그룹 본사 및 신한은행 본점. ⓒ 프라임경제  
서울 숭례문 근처에 자리한 신한금융그룹 본사 및 신한은행 본점. ⓒ 프라임경제

지배구조 우수기업이란 무엇인가? 이를 이해하려면, 금융회사 특히 은행권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여러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점, 위에서 언급했듯 우리의 감독기구도 이런 문제점 수술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메스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점 등을 먼저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다만,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에 대해 FT가 구성되는 등 여러 검토가 진행돼 왔으나, 이를 바라보는 학계와 금융권 실무자들의 의견에서는 색깔차가 완연히 표출되고 있는 점도 주지의 사실이다. 학계에서는 주로 지배구조의 현재 문제점을 개선할 제도적 틀 손질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고, 반면 민간금융회사 고위인사들은 지배구조 개선 논의가 지나친 CEO 권한 제약과 이로 인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한다.

이런 과정에서 특정 금융그룹이 지배구조의 우수 케이스로  언급되는 점은 한국 금융이 서로 전반적으로 아이디어들과 실제 실험의 결과를 '캐치볼'하면서 상호 발전해 나가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근래 신한을 바라보는 시선은 일단 포트폴리오 면에서든, 지배구조의 인적인 운영이라는 면에서든 상당히 호의적인 관점에서 이뤄지고 있다. 근래 어느 세미나장에서 "신한 정도로 포트폴리오가 분산돼 있지 않은 우리나라 금융그룹 상황에서는"이라는 발언이 나왔을 정도로, 은행에 지나치게 무게를 둔 가분수형(무늬만 금융그룹인) 구조가 아닌 모범적인 분산, 그리고 지주와 각 계열사간 융합과 조율 노력이 잘 가동되는 편인 상황 등은 후한 점수를 받을 만 하다는 공감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분산된 포토폴리오는 한동우 현 그룹 회장의 취임 첫해인 지난 2011년 신한금융그룹이 3조1000억원이라는 전대미문의 순이익  실적을 기록하는 바탕이 됐다. 비은행 부문을 잘 관리하고 육성해 서로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면서 캐시카우 역할을 어느 쪽에서 떠맡아야 하는 부담감을 경감하는 데 성공한 것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의 변화된 금융지형 속에서도 버틸 힘을 줬다는 풀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13년 지배구조 우수기업 시상식에 참석한 소재광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등 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번 평가에서 지배구조(G), 사회책임경영(S), 환경경영(E)의 평가영역에서 골고루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 신한금융그룹  
21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13년 지배구조 우수기업 시상식에 참석한 소재광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등 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번 평가에서 지배구조(G), 사회책임경영(S), 환경경영(E)의 평가영역에서 골고루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 신한금융그룹

무엇보다 신한은 일본에서 자수성가한 교포들이 고국에 선진 금융문화를 이식하겠다는 꿈과 조국 사랑의 원초적인 향수를 바탕에 깔고, 라응찬 전 회장이 초석을 닦고 적절한 시기에 지도부가 교체되면서 새로운 정신적 긴장감을 불어넣으면서 '한동우 체제'하에서 노력을 경주해 왔다는 점에서도 지배구조의 모범적 진행이 불가피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이런 체제에서 각 계열사간 협력과 그룹 전반의 미래에 대한 의사 교류가 진행되여야 할 필요성이 더 높아졌고 신한은행이 문을 연 1980년대 초반부터 자리해 온 '맹패'의 도전적 정신이 되살아나는 계기가 됐다는 풀이도 나온다.

신한 갈 길 아직 멀다? 해외로 가는 길 결국 지배구조가 관건

다만, 이런 상황에서 현재에 안주하기 보다는 더 큰 미래를 꿈꿔야 한다는 주문도 제기된다. '신한웨이'의 창조성과 옛 조흥은행을 성공적으로 품에 안은 화학적 결합 유도 능력을 앞으로 신사업 등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해야지, 국내 금융시장 레드오션 경쟁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우려론이다.

실제로 신한은 2015년까지 순익의 10%를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조달하겠다는 구상을 추진 중이다. 해외 금융식민지 건설론으로까지 볼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금융중심지인 미국이나 일본, 중국 등에서 내공을 길러온 만큼 해외 네트워크 차별화를 통해 해외 금융그룹들과 경쟁하도록 체급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런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문제는 다시 지배구조의 우수성 강화 문제와 순환, 연결된다. 차별화 전략의 핵심이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현지화하는 것인데 이는 지배구조의 선진적이고 유기적인 경영 없이는 서울(본국)에서의 지원과 관리가 불가능하다.

신한의 지배구조 우수성 구축 노력은 이런 점에서 앞으로 우리 금융 전반이 풀어야 할 공통의 과제라고 할 수 있어 지속적으로 시선을 당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