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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제각기 따로 간담회 '윤경은'과 '민경윤'

이정하 기자 기자  2013.06.25 16:2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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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4일 현대증권은 윤경은 사장 원톱 체제 전환 이후 처음으로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10월 김신 전 사장과 함께 윤경은 신임 사장을 대표로 맞아들였으며 이후 각자대표 체제로 변경, 투톱 체제를 유지했습니다.

현대증권은 이날 간담회에 대해 윤 사장 단독 대표 취임 이후 향후 현대증권의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고 밝혔습니다. 현대증권은 지난달 말 이사회를 통해 김 사장을 대표이사 및 등기임원서 제외하는 안건을 통과시켰습니다.

김 전 사장의 사퇴는 갑작스럽게 이뤄졌습니다. 취임 1여년 만에 김 전 사장은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물러났으며 증권업계 안팎에서는 "현대증권의 해외법인 설립 문제를 둘러싸고 오너와 갈등을 일으켜 물러난 것"이라는 말이 돌았습니다.

오너 구미에 맞게 일할 수 있는 인물이 자리를 앉을 것이라는 소문과 함께 현대증권은 각자대표로 빠르게 전환됐습니다. 노조는 각자대표 시절부터 줄곧 윤 사장의 선임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민경윤 현대증권 노조 위원장은 "현대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자가 ISMG 코리아의 황두연 대표고 윤 사장은 그와 부정 거래를 해 왔다"며 윤 사장의 해임을 요구했습니다. 황 대표는 현대증권 경영에 부당 개입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으며 현대증권의 윤 사장과는 고교동창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함께 노조는 그동안 수차례에 거쳐 내부 녹취록과 함께 황 대표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높였고 이를 둘러싼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이러한 외부적 상황을 의식한 탓일까요. 현대증권은 간담회에서 저자세를 보이며 긍정적인 면을 봐 달라고 여러 번 부탁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윤 사장은 "오늘 이 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현대증권에 대한 각종 궁금증을 말하겠다"며 싱가포르 투자 및 노조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현대증권은 지난 21일 싱가포르 자산운용사가 설립한 헤지펀드에 1억달러(한화 약 1146억원)를 신규 투자한다고 공시했습니다. 윤 사장은 이는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의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 범아시아(Pan-Asia) 마켓리더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난 것이라면서 올해 영업이익 12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윤 사장은 "지난 3월 싱가포르 트레이딩법인(Hyundai Able Inv. Pte. Ltd)과 헤지펀드운용법인(AQG capital Management Pte. Ltd) 설립을 완료하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운용에 나설 계획"이라며 "현재 1% 이하인 해외수익 비중을 2015년 5%, 2020년 10%까지 늘리겠다"고 제언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날 다른 한편에서는 현대증권 노조가 싱가포르 투자 관련 반대 입장을 내며 본사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는데요. 노조는 "싱가포르 투자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라며 "황 대표가 계획하고 지시한 일"이라고 비난의 화살을 돌렸습니다. 

현대증권 노조는 "조세회피처인 케이만군도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자회사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헤지펀드 투자를 결정했다"며 "국내 사회 유명인들이 조세피난처 관련 세금 탈루 여부에 관심이 고조하는 현 시점에 금융사가 보란 듯이 조세피난처에 회사를 설립, 해외 투자에 나서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더불어 노조는 "이러한 일련의 모든 행위들은 황 대표 지시에 의한 것이고 현대증권 윤 사장은 이러한 불법행위에 동조하고 있다"며 지난해 8월13일자 녹취록을 공개했습니다.

뒤늦게 현대증권도 이날 오후께 노조 입장에 대해 반박 자료를 냈습니다. 즉 케이만군도 헤지펀드 설립은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일이며 외부인의 압력이나 이익을 위해 설립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었습니다.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노조에 대해 윤 사장은 간담회에서 "정상적인 범위 내의 노조활동은 인정하겠지만 허위사실을 노조가 퍼트렸다면 이는 엄정하게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선을 분명히 했는데요. 또한 그동안 고소고발로 일정부분 조사를 받기도 했다고 부연했습니다.

사측과 노조의 갈등이 깊어질수록 결국 피해를 보는 건 그들이 사랑하고 지켜내고자 하는 현대증권일텐데요. 업황 불황으로 증권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이야 말로 노사가 힘을 합쳐야 할 때가 아닐까요. 따로 제각기 열린 기자간담회가 못내 안타까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