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인사이드컷] '끽연'과의 전쟁, 그리고 '최후의 끽연자'

최민지 기자 기자  2013.06.24 16:48:27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지난 20일 취재차 대전에 들러 택시를 탔습니다. 택시 안에 큼지막하게 붙어있는 '금연' 문구에 눈길이 갔습니다. 서울에서도 시간 관계상 택시를 종종 이용하는데 이 정도 크기로 선명하게 금연을 알리는 택시를 타 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대전지역 총 8856대 택시는 금연택시로 지정돼 운영되고 있다. 금연택시 운동은 강원도 춘천시, 전남 순천시, 경기도 안산시 등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 최민지 기자  
대전지역 총 8856대 택시는 금연택시로 지정돼 운영되고 있다. 금연택시 운동은 강원도 춘천시, 전남 순천시, 경기도 안산시 등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 최민지 기자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올 6월부터 대전지역 모든 택시가 담배냄새 없는 금연택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죠. 총 8856대가 금연택시로 지정됐는데요. 손님 탑승 유무와 관계없이 절대 택시 내에서 흡연할 수 없어 승객들에게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고 하네요.

이를 위해 대전시는 금연택시 스티커를 제작해 해당 차량에 부착하고, 택시 운수 종사자들에게 사전 교육을 실시해 왔다고 합니다.

이와 함께 경기도 부천시도 2501대 개인택시와 981대의 법인택시 기사들이 차량 안에서 끽연하지 않도록 협약을 맺은 바 있죠. 이 뿐인가요. 강원도 춘천시, 전남 순천시, 경기도 안산시 등도 금연택시 운동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금연택시를 시행하게 된 첫 번째 이유는 바로 가시지 않은 담배냄새로 인한 승객들의 불쾌감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흡연하는 택시기사 문제로 한정지을 수 없는데요. 비흡연자 택시기사와 흡연자 승객들 사이 문제도 존재하기 때문이죠.
 
며칠 전, 서울에서 택시기사가 제게 하소연을 하더군요. 담배를 피워도 되냐고 묻는 손님들 때문에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또 운전석 옆자리에 담배냄새로 찌든 승객이 타면 숨도 못 쉴 정도로 곤욕스럽다고도 말했습니다. 

정부도 간접흡연 피해예방과 국민건강 증진 도모를 목적으로 금연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PC방 금연을 시작으로 7월1일부터 150㎡이상 음식점·호프집·커피숍을 비롯해 관공서·청소년이용시설·도서관·관광숙박업소 등에 전면금연을 실시합니다.

전보다 강력해진 금연정책이 실시되는 상황에서 문득 츠츠이 야스타카의 단편 '최후의 끽연자'가 떠오릅니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 중 하나로 지칭한 것처럼, 이 단편 속 사회에서는 흡연자를 사회의 '악'으로 몰아갑니다. 심지어 '개와 흡연자는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붙을 정도니까요. 처음에는 금연운동으로 시작했던 것이 점차 흡연자에 대한 분노로 변해 흡연자를 살해하고 담뱃가게를 불태우는 지경까지 갑니다. 결국 마지막 흡연자인 주인공은 최루탄을 맞게 되죠.

실제 이 단편의 배경지인 일본은 흡연자 권리증진과 함께 흡연자를 배려하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212개 지자체에 943개의 흡연공간을 설치해 운영하고 금연치료에 대해 보험급여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쥐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놓고 몰아야 한다'는 말이 있죠. 혐연권이 흡연권보다 우선인 것은 사실이지만 흡연자 역시 기본권이 보장되는 국민입니다. 비흡연자를 배려하는 흡연에티켓을 시작으로 금연지원까지 나아간다면 '개와 흡연자는 출입금지'라는 팻말은 소설 속 이야기로만 남을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