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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수 스타일 vs 유승희 아이디어, 상법개정안 전국시대

경영판단 보장과 지나친 무리수 M&A 견제 색깔달라 눈길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6.24 14: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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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바야흐로 경제 난국이다. 오랜 불경기를 겪은 데다, 미국의 '출구전략 시작 조짐'으로 금융과 실물경제 모두가 출렁이고 있다. 출구 전략을 짤 정도로 세계 경제가 확실히 좋아진 게 아닌 상황에 유동성 상황에 급변 요인이 떠오르면서 불확실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때일수록 '경영 아이디어'가 더 부각되고 경영인의 지혜가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각도에서 국내 법률 체계는 경영 자율을 보장하고 돕는 데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론이 일찍부터 대두되고 있다.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법 개정안 등이 관심을 모으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경영판단이론' 체계화한 이명수案, 법사위 20일 상정

이 의원 등이 준비한 개정안은 상법에 이중대표소송의 도입을 명시하고 경영판단이론을 법제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중대표소송은 주주대표소송제를 모자관계에 있는 회사로까지 확장하는 제도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단계적 도입을 공약한 바 있는데 선진국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되는 제도로 알려져 있다.

이 의원의 안은 더욱이 현재 활용되고 있는 지주회사제의 현실을 반영하고 실질적으로 사용되는 권한에 따르는 책임을 일치시키려는 노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울러 경영실무에서 보더라도, 탁상공론이 아닌 지주회사와 자회사간 유기적 관계에 따른 손실의 전이 문제에 대해 깊이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현행법상 지주회사의 주주는 주주권자로서 지주회사에 대해 관리·감독할 수 있지만 실질적인 사업의 주체인 자회사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관리·감독을 할 수 없다는 맹점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회사의 손해는 모회사의 손해로 귀결되기 때문에 손해의 궁극적인 당사자인 지주회사의 주주의 이익을 강구하기 위해 이중대표소송이 필요하다는 게 이 의원의 법안에 함께 이름을 올린 이들의 공감대다.

경영판단이론의 법률상 명시 추진은 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요소다.

그간 법학계에서는 모호한 배임 관련 규정과 해석론 때문에 경영행위에 대한 배임죄 처벌이 고무줄 잣대로 적용됐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경영상 불가결한 판단을 했지만, 회사에 손해를 입힐 뻔했다는 식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횡령 혹은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는 기업 오너들이 속출하게 된 것.
   경영판단이론과 기업체의 능력을 넘어서는 무리수 M&A 규제론 등 첨예한 이슈들을 담은 상법 개정 움직임들이 여럿 일어나고 있어 경제계는 물론, 법학계와 일반인들의 눈길까지 끌어당기고 있다. 한국이 처한 경제적 격변 사정에 적합한 상사법 체계를 갖추는 단초가 될지 주목된다. ⓒ 프라임경제  
경영판단이론과 기업체의 능력을 넘어서는 무리수 M&A 규제론 등 첨예한 이슈들을 담은 상법 개정 움직임들이 여럿 일어나고 있어 경제계는 물론, 법학계와 일반인들의 눈길까지 끌어당기고 있다. 한국이 처한 경제적 격변 사정에 적합한 상사법 체계를 갖추는 단초가 될지 주목된다. ⓒ 프라임경제

학계에서는 경영사항에 관한 전문적 지식이 부족한 법원에 경영판단의 당부를 가리도록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는 학자들이 적지 않다. 일부 학자들은 경영판단에 배임 논리를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의 사법권 남용이라고까지 주장한다.

즉 경영판단이론이 선진국에서는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우리나라 형사법상으로는 범죄론의 체계적 위치가 무엇인지 의견이 엇갈릴 정도로 그 위상이 모호한 상황이다. 이를 확실히 정리, 법에 위치를 잡아주자는 것이다.

유승희案, 책임도 못질 무리수 M&A 비켜!

그런가 하면, 경영판단 중에서도 지나친 무리수에는 상법 차원에서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는 구상을 담은 개정안도 제출돼 있다.

유승희 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이 법안은 '회사가 인수 또는 매각하려는 자산의 규모가 일정 규모 이상으로 큰 경우'를 겨냥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한통운 및 대우건설 인수에서 볼 수 있듯이 대규모 인수합병 이후 유동성 위기를 겪은 사례도 실재하는 만큼 인수합병 결정이 보다 신중하게 이루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유 의원 법안의 골자다.

유 의원의 개정안은 양수도하는 자산의 규모가 자산을 양수도하는 회사 자기자본의 50% 이상인 경우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받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대규모 인수합병 결정이 일부 대주주 및 이사진의 이익을 위해 기업이 감당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투자결정 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한편, 인수합병의 추진이 전체 주주의 이익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보다 신중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며, 비록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같은 강제력은 없지만 주주총회를 통해 출자를 제한함으로써 경제력집중을 억제하는 효과도 가질 수 있게 하자는 생각도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렇게 서로 경영판단이론을 확고히 하자는 안과 아무리 경영상 아이디어라 해도 지나치게 기업의 능력을 초과하는 무리한 경우엔 법적으로 제약을 한 단계 걸어놓자는 서로 이색적인 안들이 제출된 점은 흥미롭다. 세간에서는 두 상법의 개정안이 각각 새누리당 소속 의원과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점을 들어 정당간 색깔차이로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안의 내막을 자세히 해석해 보면, 경영판단을 일단 자유롭게 해 주되, 말도 안 되는 기업 수장(주로 오너)의 무리수는 주주에게 제약할 기회를 주자는 '절충안'으로 서로 합쳐질 수 있는 여지도 있다는 풀이도 나온다. 기업과 상인의 활동에 가장 준거가 되는 상법의 손질 문제에 여러 각도에서 이 같은 백가쟁명이 이뤄지는 점은 경영판단이 중요해지는 상황 속에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