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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2.0 탐방 ⑩] "우리동네에 이런 협동조합도 있었네" 구로지역협동조합 버스투어

탐방 프로그램, 주민들 만족… 실질적 도움 케이스 보강하면 '금상첨화'

최민지 기자 기자  2013.06.21 16: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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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협동조합 탐방 전날까지도 하늘은 빗줄기를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걱정을 안고 일어난 19일 수요일 아침, 장마는 주춤하고 날씨는 쾌청했다. 구로사회적경제특화사업단이 기획, 진행한 '우리동네 협동조합 투어'는 버스를 타고 구로의 협동조합들을 둘러보는 코스인 만큼 날씨도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모두 18명이 참가한 이번 투어는 구로구 지역 6개 협동조합을 둘러보면서 실제 협동조합의 운영실태와 현장 목소리를 들어보는 체험의 장이 됐다.

구랍 1일부터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됐다. 하지만 아직 성공사례는 물론 실제 케이스를 찾아보는 것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슬로건이 "협동조합은 탐욕(greeds)이 아니라 인간의 필요(needs)에 봉사한다"라지만 협동조합도 조합원과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나가는 '기업' 형태임을 간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섣불리 낭만적으로만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버스투어를 통해 6개 협동조합을 취재하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경험인 셈이다. 투어 참가자들은 △구로시민생협 △지구촌협동조합 △꿈을 품은 광고협동조합 △쿠피 △아이쿱구로생협 △영림중학교 여유 있고 물 좋은 매점을 방문, 운영상황을 살펴봤다.

과거 공단지역의 이미지를 벗고 첨단 벤처와 신주거 중심지로 떠오르는 구로. 그런 동시에 외국인 거주 비율도 낮지 않은 점에서 역동적인 지역경제와 문화상황이 두드러진다. 이번 투어에서 먼저 구로에 둥지를 튼 협동조합들을 둘러보니 이런 지역적 특색이 잘 반영돼 나타난 것으로 보였다.

◆아이쿱구로생협, 지역주민에게 안전 먹거리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인 아이쿱구로생협은 유통까지 관리하는 친환경 독자인증시스템과 수매 선수금 운동을 통해 건강하고 믿을 수 있는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독자인증물품 중 하나인 우리밀로 만든 오가닉 라면은 원재료 95% 이상이 유기농 사양으로 전용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성장호르몬과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한우도 판매한다.

   '구로시민생협'은 어떻게 아이들에게 건강한 음식을 먹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엄마들 모임에서 시작했다. 처음에는 녹색가게를 열고 소박하게 물건을 판매하다 2003년 5월에 창립, 지난해 점포를 열고 현재 조합원 950명을 보유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구로시민생협'은 어떻게 아이들에게 건강한 음식을 먹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엄마들 모임에서 시작했다. 처음에는 녹색가게를 열고 소박하게 물건을 판매하다 2003년 5월에 창립, 지난해 점포를 열고 현재 조합원 950여명을 보유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특히, 수매 선수금을 통해 조합원들이 미리 일정금액을 지급하고 물품을 살 때마다 차감하는 방식으로 카드 수수료를 절약하고 있었다. 이 제도로 가격조정이 가능해 지난 배추파동 때 1만원까지 올랐던 배추 한포기를 3000원에 조합원들에게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

송지현 아이쿱구로생협 사무국장은 "7명 멤버가 직접 시식, 전단지 홍보를 하며 시작했는데 3년 전 점포를 낸 후 현재 2000명 조합원을 확보하고 월 매출 2억원을 달성했다"며 "생협은 조합원들 소속감과 참여로 이뤄져 대형마트의 멤버십카드를 뛰어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생협은 기본적으로 조합원만 이용할 수 있지만 일반인들에게도 1년에 90일은 개방하고 있다.

◆지구촌어린이마을 협동조합, 국내 외국인 위한 '종합서비스'

지구촌어린이마을은 사회적기업 지구촌사랑나눔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 형태의 협동조합이다. 지구촌사랑나눔은 중국동포·외국인노동자 등 국내 거주 외국인들을 위한 병원을 운영, 무료치료 및 진단을 하고 심지어 장례식까지 치러준다. 나아가 지구촌어린이마을을 통해 외국인 자녀 교육과 쉼터를 담당하고 있다.

   김 대표는  
김 대표는 "지구촌어린이마을 협동조합은 많은 분들 헌신 속에서 세워졌다. 5000만원을 선뜻 기부한 분도 계셨고, 우리 어머니는 아버지 조의금까지 기탁했다"고 말했다. (위쪽)영림중학교 여물점에는 이름 없는 과자, 색소 가득한 아이스크림을 찾을 수 없다.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변모하며 친환경제품으로 학생들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아래쪽) ⓒ 프라임경제
지구촌어린이마을을 방문했을 땐 스리랑카인 어머니가 직접 아이들에게 영어, 모국어, 한국어를 통해 교육하고 있었고, 간간이 중국어도 들려왔다. 교사들 역시 외국인, 동포 중에서 교육자격이 충족된 사람들로 선정했다.

김해성 지구촌사랑나눔 대표는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배우자 가정을 다문화가정이라 말하는데, 중국동포, 외국인 노동자, 유학생, 불법체류자 가족은 2만여명으로 추산된다"며 "이들은 자녀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기 힘든 여건"이라고 설립배경을 밝혔다.

이와 함께 외국인들이 주체적으로 자립하기 위한 패러다임 변화에 협동조합 모델은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라고 단언했다. 김 대표는 "병원 역시 협동조합으로 바꿀 예정이며 건설업협동조합, 소비자협동조합, 생산자협동조합 등을 설립해 한국에서 생활하는 외국인에게 질병, 직업, 교육, 장례까지 종합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영림중학교, 아이들 건강은 매점부터

구로구 소재 영림중학교에는 친환경 학교매점이 있다. 바로 사회적협동조합을 준비 중인 '여유있고 물 좋은 매점(이하 여물점)'이다. 제1호 협동조합 매점으로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건강하고 좋은 제품을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여물점의 경우 처음부터 협동조합 매점은 아니었다. 학부모들이 아이가 공부하는 학교를 방문한 김에 찾아간 매점에서 '우리 아이들이 정말 이런 것을 먹나'라는 충격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하게 된 것이 시발점이었다. 그 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매점 물품을 직접 개선하기 위해 시작한 활동이 현재 사회적협동조합 신청까지 오게 됐다.

김윤희 영림중학교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내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라도 안전한 먹을거리를 담보한다는 차원에서 여물점은 존재 자체로 의미 있다"라며 "다른 학교들도 우리 매점을 모델로 협동조합으로 변하고자 문의를 해온다"고 말했다.
   '쿠피'는 성공회대 일반대학원 협동조합 경영학과 구성원 중심으로 대학원생, 학부생, 교수들이 만든 지식생산자 협동조합이다. 이예나 쿠피 이사장은 컨설팅·연구 ·출판을 통해 협동조합 지원조직으로서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조합원 장승권 교수가 투어 참가자들에게 '쿠피'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이다. ⓒ 프라임경제  
'쿠피'는 성공회대 일반대학원 협동조합 경영학과 구성원 중심으로 대학원생, 학부생, 교수들이 만든 지식생산자 협동조합이다. 이예나 쿠피 이사장은 컨설팅·연구 ·출판을 통해 협동조합 지원조직으로서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사진은 조합원인 장승권 교수가 투어 참가자들에게 '쿠피'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 프라임경제

◆수익형 모델 없어… 참가자 "실제 사례 체험만으로도 값져"

구로구 지역 내 6개 협동조합을 모두 방문해 보니 지역 밀착형으로 지역에 가장 급한 수요와 욕구를 해결하려는 자생적 조직으로 협동조합들을 꾸려 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생생함 덕에 참가자들 다수는 이번 프로그램에 큰 만족을 보였다. 협동조합에 관심 있는 소수 참가자로만 구성한 이번 투어를 통해 실제 사례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참가자들은 방문하는 협동조합마다 큰 관심을 보이며 질문들을 쏟아냈다.

구로구에 거주하는 김선희(44)씨는 "마을기업과 협동조합에 대해 공부하고 있어 참가하게 됐다. 직접 협동조합을 탐방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는데 구로구에서 자리를 마련해 줬다는 것만으로도 뜻 깊다고 생각한다"고 참가 소감을 전했다.

상조협동조합을 구상 중인 김승기(54)씨 역시 "구로구에서 협동조합을 준비하는 저 같은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 같아 굉장히 좋았다"고 현장 분위기를 표현했다.

다만 이번에 지역 내 협동조합들을 중심으로 둘러보다 보니 실제로 수익을 창출하는 곳, 성공케이스까지 한꺼번에 보여주기는 어려웠다. 업체들 대부분 사업 초기단계 혹은 발전단계였다. 실제 한 업체는 "매출은 높으나 아직 차입을 갚아야 하는 상태라 이익을 배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조심스레 언급했다.

이와 관련, 이번 프로그램에 참가한 신상수 중장년 일자리희망센터 노사발전재단 컨설턴트는 "협동조합은 은퇴자들 노후 일자리와 연계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지만 아직 초기단계라 협동조합을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많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구로구가 앞으로 노인 등의 활동을 유도,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도구로 협동조합을 활용하기 위해서 일정한 역할을 할 필요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또 구 차원에서의 활성화 지원 등에 대한 필요성도 언급됐다. 골목상권에서 자영업자로 생존하기 어려워 생산자협동조합을 결성하게 됐다는 김홍필 꿈을 품은 광고협동조합 이사장 역시 "협동조합 지원은 사실상 없다. 적자만 아니어도 성공한 조합"이라고 신 컨설턴트의 의견에 동조했다.

이에 이향자 구로사회적경제 특화사업단 행정팀장은 "협동조합 기본법이 제정된 것이 가장 큰 지원이다"라며 "정책적 지원은 공공기관에서 물품 등을 구매할 때 협동조합 제품을 우선하는 권유사항 정도라 실질적 지원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반대로 해석하면, 구로구에서 물품이나 용역 조달을 할 때 협동조합에 대한 배려와 지원을 할 수 있는 여지도 있는 셈이라 이번 투어를 계기로 현장에서 나온 여러 이야기들이 구정 운영에 수렴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