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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산업화 당하다 ②] 인천대·경북대 일반학생 눈물로 '인재 현질?'

장학금부담에 조바심 '조금 하다가 안 되면 폐지론', 실효성 논란도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6.21 15: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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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대학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소리는 외환위기의 시대부터 있었다. 순수학문이 고사한다거나 취업학원화된다는 한탄도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외환위기 15년 세월만에 이제 대학은 완전히 '산업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공공연히 학문연구기관이기를 포기한다는 소리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고, 구성원은 없고 학교의 생존과 발전만 남은 시대. 적자생존 논리가 '이질적이지만 어쩔 수 없는' 현상이 아닌 '자연스러운 뉴노멀'이 된 2013년의 대학가 상황을 살펴본다.

대학에 비인기학과와 인기학과가 있었던 건 비단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간판학과나 유망전공을 대학 당국이 적나라하게 챙기는 것은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일부 학부에 장학금 혜택을 많이 주는 것으로 외환위기 무렵 선을 보인 이 같은 제도는, 자유전공제 등과 결합하면서 여러 변형된 틀을 보이며 한국 대학 사회에 바람을 일으켰다. 다만 바람을 일으켰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그 파장에 비해 언제고 사라질 수 있는 제도로 받아들여지면서 여전히 뿌리를 내리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이중성 때문이다.

자유전공제, 통섭인재 위한 것? '로스쿨 진학용 **학부' 적나라

자유전공으로 대학에 들어가는 제도는 도입 초기, 대학 생활을 경험해 보고 갈 길을 정한다는 점에서 학생들에게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성균관대가 자유전공 모집을 시행했는데 이런 시도를 한 학교 중엔 빠른 축에 속한다. 중앙대의 경우도 자유전공을 시도하다가 공공인재학부로 시스템을 변경시켰다.

자유전공은 매력적인 제도긴 하지만, 짧은 기간 내 성과를 내야 한다는 대학들의 조바심이 작용하면서 완전히 성패를 판가름하기 전에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 빈 자리를 '특성화 학부'라는 개념이 차지하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모호한 자유전공이 아닌 특성화로 변주에 나선 케이스로는 한국외대도 함께 언급할 수 있다.

'통섭형 인재 육성'이라는 거창한 개념 대신 학교 발전의 '동량 확보'라는 현실적 이유가 더 크게 작용하는 점은 전국 어느 학교나 마찬가지다. 세칭 명문대 외에도 이 같은 특성화의 욕구 저변은 넓게 퍼져 있다.

중앙대가 공공인재학부를 통해 행정고시나 로스쿨 진학 등을 할 미래 인재를 받아들이는 모델을 진행하고 있다면, 지방으로 갈 수록 세칭 '학교인지도'에서 밀릴 수록 이 같은 추진은 더 직접적이고 경제적인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막대한 지원 만큼 안달복달 '지원·폐지' 오락가락 냄비근성

이 같은 문제는 지역의 거점 명문대가 사실상 힘을 잃으면서 형성된 여러 문제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즉 현재의 학교 서열화 국면이 기본적으로 세력이 약화되지 않는 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풀이다.

과거 70년대 지방 거점 국립대의 위상과 80년대 위치, 그리고 오늘날 받는 평가가 뚜렷하게 하향 곡선을 그려오고 있는 것처럼, 그럴 수록 인적 자원 확보에 열을 올리려는 지방 소재 학교들의 열의는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대구가톨릭대는 2009년 CU인재학부를 만들면서 파격적 장학금 혜택을 약속하고 운영해 왔다. 로스쿨 진학이나 행정고시 등을 통해 고위공직으로 진출 또는 의학·치의학·약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할 우수학생 유치를 통해 학교 위상을 제고한다는 포석으로 읽혀졌다. 유사한 케이스로 경북대 글로벌인재학부, 영남대 천마인재학부 등을 들 수 있다.
   일부 대학들이 목돈을 들여 학교 발전을 선도할 인재를 유치하는 데 나서고 있다. 세칭 명문대는 지속적 발전을, 비인기대학은 인지도 제고의 레버리지로 이에 열을 올린다. 하지만 과도한 투자만큼 효과를 거두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일반 학생들의 복리를 빼내 몰아주기를 한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사진은 영남대의 천마인재선발제도 관련 홈페이지. ⓒ 영남대학교  
일부 대학들이 목돈을 들여 학교발전 선도 인재를 유치하고 있다. 세칭 명문대는 지속적 발전을, 비인기대학은 인지도 제고의 레버리지로 이에 열을 올린다. 하지만 과도한 투자만큼 효과를 거두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일반 학생들의 복리를 빼내 몰아주기를 한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사진은 영남대의 천마인재선발제도 관련 홈페이지. ⓒ 영남대학교

하지만 이런 운영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우선 목돈을 들여 운영에 나서지만 신입생 모집의 어려움과 당초 취지의 변질 논란 등이 따라붙는 경우가 많다. 학부에서 우수한 자질을 닦고 로스쿨로 진학해 모교를 빛내달라는 기대를 받는 인재들이 일반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거나, 기존 의대 패러다임에 익숙한 교수 등의 지속 반발에 따라 의전원 등이 대부분 제도 환원으로 내몰리는 등 위상과 입지에 변화를 맞은 이유에서다.

우수한 인적 자원을 잡기 위해 대학들이 큰 돈을 쓰는 모양새는 기업들이 우수 인재를 초빙할 때 고액의 연봉을 제시하는 것도 모자라, 아예 일종의 스카우트비 명목의 보너스(Signing Fee)까지 주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게임용어를 빌려와 '현질(아이템을 오랜 게임 즐기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얻는 게 아니라 실제 화폐를 써 비정상적으로 얻음)'이라 해도 할 말이 없는 구조다.

그런 한편, 매년 반복되는 100% 모집완료 실패는 그만큼 비정한 약육강식 논리가 사회 못지 않게 교육계에서도 고스란히 가동되고 있는 징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구가톨릭대는 CU인재학부 신입생 선발을 중단할 방침을 밝혔다가 재학생과 부모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경북대 역시 폐지카드를 만지작거린 사정은 마찬가지다.

돈의 힘으로 영재 모시기? "뒤엔 일반학생 희생 있어" 논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명의 천재가 10만명의 직원을 구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제 논리가 교육 현장에서 그것도 비슷한 인재들이 모인, 또 입학 때엔 차이가 좀 있다 치더라도 단순암기, 단편적 지식보다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지식인을 육성해야 할 대학에서 이런 논리를 그대로 차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이런 논쟁 여부는 차치하고, 순수히 경제적 논리로 보면 '현질'이든 '간판'이든 기초 자산이 있는 상태에서 뭔가를 도모해야 그래도 버틸 만 하다는 쪽으로 대학 간 우수 인적 자원 유치전이 귀결된다. 그나마 우수 인재들을 유치,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한 학교들 중에 상대적으로 존재의 이유를 충족하고 있는 곳들은 '인 서울'로 불리고 학교 인지도가 그전에도 좀 있는 편이었거나, 수도권 소재로 상당한 지출을 유지하는 체력이 받쳐주는 곳 정도다.

인천대의 동북아국제통상학부는 특정 학부를 학교의 대표 선수로 키우기로 한 선구적 사례에 속한다. 바꿔 말하면 몰아주기를 한 케이스로 볼 수 있다.

위에서 잠시 언급한 경북대의 경우는 경제적 부담 탓에 특정 학부의 인재 유치전 포기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인천대 사례와 약간 차이가 있다.

인천대 동북아학부는 설립 당시부터 교육부와 인천광역시, 대우그룹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케이스다. 종잣돈으로 100억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어 그 이자로 막대한 지원의 총알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는 풀이가 나올 수밖에 없다.

다만 현재는 그런 수익 모델이 유지되지 않는 경제 사정이므로 학교가 상당한 예산지원을 해 지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대보다는 인천대의 경우가 좀 여유가 있고 특성화 사업에서도 앞으로 미래가 더 밝지 않냐는 시선이 그래서 존재한다.

그런데 경북대나 인천대의 이 같은 투자는 공통된 의문에 자유롭지 못하다. 여윳돈을 갖고 하는 게 아니다 보니 일반 재학생들에게 두루 돌아가야 할 장학금 등 혜택이 특정 학부에 몰리는 모델로 운영된다는 비판이다.

경북대의 경우 국회에서 근로장학금 경쟁률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유은혜 민주당 의원이 2012년 10월 교육부에서 자료를 받아 분석, 공개한 바에 따르면, 근로장학금 경쟁률이 8.07대 1로 국립대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 의원은 이에 대해 "근로장학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수혜학생과 지원금액을 늘리기는 커녕 오히려 줄이는 것은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인한 고충에 대한 배려 부족"이라고 비판했다.

인천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같은 해 인천시의회에서 비판론이 불거졌다. 인천시의회에 제출된 자료에서 보면, 인천대의 '학자금대출 이용학생 비율'은 15.5%로 전국 18개 국·공립대학 중 가장 높았다. 서울시립대의 경우 학자금대출 이용학생 비율은 2011년 1학기가 3.6%, 2학기가 8.6%로 인천대(1·2학기 15.5%)보다 낮은 수준으로 파악됐다.

학자금 대출 비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형편이 좋지 않은 학생이 많다는 증거지만, 이들을 위한 인천대의 장학금 혜택은 전국 국·공립대학 중 최하위권이었다는 점도 드러났다(2011년 인천대 재학생의 1인당 평균 장학금 지급액은 97만2000원으로 18개 국·공립대학 중 꼴찌 수준).

물론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거액도 아까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 자체를 전혀 무익하다고 할 수 없고 또 그런 자금을 전액 삭감한다고 해서 교내 모든 경제적 문제점과 수요가 해결되는 것으로 직결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국 특정한 자금의 수익을 특정 용도로 쓴다는 식의 100% 독립된 운영이 가능할 정도인 게 확실한 사정이 아니라면, 몰아주기 논란을 완전히 해소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 결과 일반 학생의 고통을 헤아리지 못하는 상태에서 진행되는 '학교 대표선수 키우기'는 재고의 필요가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