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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내 보증금!" 빚더미 집 세 살다간 '큰 코'

인천지역 다세대 보증금 미수비율 82.9% '열에 여덟 떼여'

박지영 기자 기자  2013.06.21 15:3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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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깡통주택' 세입자 중 열에 일곱은 전세나 월세보증금을 떼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례로 가구 송대관씨 집 세입자들도 보증금 일부를 떼일 위기에 처했다. 이와 관련 경매주택 세입자들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21일 부동산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올해 경매장에 나와 낙찰된 수도권 소재 주택물건은 17일 기준 총 9642가구. 이 중 세입자가 있는 물건 수는 5669개로 절반을 훌쩍 넘는다.

역시나 문제는 세입자다. 멀쩡히 두 눈 뜨고 코 베일 위기에 놓인 까닭이다. 실제 이들 가구 중 온전히 보증금을 되돌려 받은 세입자는 1216명뿐이다. 즉, 열에 일곱 여덟은 보증금을 조금이라도 떼였단 얘기다.

최근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한 송대관씨 집 세입자들도 같은 처지다. 이 집에 세 들어 살고 있는 임차인은 총 4명. 법원임차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반전세로 보증금 3000만~3500만원에 월세 30만~50만원가량을 내고 있다.

   최근 법원경매에 넘어간 가수 송대관 씨 이태원 고급주택. 이곳에 살던 세입자 4명은 하루아침에 보증금 절반 이상을 떼이게 됐다. ⓒ부동산태인  
최근 법원경매에 넘어간 가수 송대관 씨 이태원 고급주택. 이곳에 살던 세입자 4명은 하루아침에 보증금 절반 이상을 떼이게 됐다. ⓒ 부동산태인
그나마 다행인 점은 세입자 모두 2012년 11월에서 12월 사이 이사해 점유와 동시에 전입신고를 마쳐 확정일자를 받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액임차인 우선변제액 1400만원은 건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1600만~2000만원 정도는 오롯이 송씨 몫이다. 경매로 넘겨진 부동산은 낙찰과 함께 기존에 설정돼 있던 등기상 권리들이 말소되기 때문이다. 보증금 채권도 마찬가지다. 등기부에는 기록되지 않지만 선후관계상 선순위가 아니면 낙찰과 동시에 말소된다. 
   
다만 말소기준권리 설정일보다 전입신고일이 빠른 세입자 경우 보증금 전액을 보존 받을 수 있지만 공교롭게도 송 씨 집 말소기준권리는 세입자 입주시기인 2012년 보다 8년이나 빠른 2004년 8월이다.

이 밖에 보증금 잔액에 대해 낙찰 후 배당도 기대할 수 있지만 송씨 집의 경우 세입자 전입 이전에 설정된 등기부상 채권액만 160억원을 넘어 배당을 받기 어렵다. 결국 세입자들은 보증금 절반 이상을 떼이게 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전월세 계약 후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만 받아두면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보증금 전액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잘못된 부동산 지식"이라며 "실제로는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금만 보전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는 세입자 대항력과 임차보증금 채권 위상을 강화해주는 용도일 뿐 보증금을 무조건 지켜줄 수 있는 안전장치는 아니다"라며 "반드시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채권 총액을 열람해본 뒤 계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천지역 세입자 보증금 많이 떼여 

임차보증금 미수 경매물건 비중은 용도와 지역을 불문하고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용도별로 살펴보면 다세대 물건 임차보증금 미수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올해 경매장에 나와 낙찰된 수도권 소재 다세대 물건은 총 3217개로 이중 임차보증금 미수 건이 1800개에 달했다.

다세대 물건에 이어 임차보증금 미수발생 비중이 높은 곳은 아파트였다. 경매에 나와 낙찰된 수도권 아파트는 5637개로 이중 세입자 2259명이 보증금 일부 또는 전액을 회수하지 못했다. 단독주택 및 다가구 물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곳 임차보증금 미수비율은 74.9%로 집계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법정. ⓒ프라임경제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법정. ⓒ 프라임경제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임차보증금 미수가 발생한 수도권 소재 경매물건 비율은 2010년 75%에서 2011년 75.6%, 2012년 76.3%로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의 경우 △2010년 76.3% △2011년 74.9% △2012년 75.3%였으며, 경기는 △2010년 73.21% △2011년 72.7% △2012년 73% 순이었다.

다만 인천은 △2010년 78.1% △2011년 82.5% △2012년 82.9%로 수도권 중에서도 임차보증금 미수 건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임차보증금 미수 비중이 늘고 있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도권 소재 주택시세가 급감한 탓이라고 내다봤다. 즉, 집값이 떨어지기 전에는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보증금까지 배당이 됐지만 집값이 하락하면서 선순위 채권을 변제하고 나면 보증금을 배당해줄 여윳돈이 없다는 얘기다.

정대홍 팀장은 "부동산 경기침체로 집값이 떨어지면서 낙찰가율도 동반 하락했다"며 "예전엔 부채규모가 집값의 70~80% 선이었지만 지금은 60%만 넘어도 보증금을 다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