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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별 하나 추가?" 쓰리스타 제국의 내우외환

정금철 기자 기자  2013.06.21 14: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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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주말 신혼 초에 구입한 삼성 드럼세탁기에 이상이 생겼다. 8년쯤 사용하다보니 이런저런 고장이 잦아 주말 출장비 50% 할증을 감안하고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해가 질 무렵 비지땀을 흘리며 도착한 센터기사는 100kg에 육박하는 세탁기를 쉽사리 바닥에 뉘여 수리를 시작했고 20분도 지나지 않아 멀쩡한 상태로 돌려놨다.

바닥에 물을 뿌리던 세탁기를 정상상태로 고쳐준 것이 무척 고마워 음료수를 권했으나 기사가 갖춰야할 요소 중 하나가 대소변 조절을 잘해야 하는 것이라며 공손히 사양했고 5년 이상 경과한 세탁기는 잔고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정비와 관련한 이런저런 얘기를 들려줬다.

그러던 중 기사는 "받는 돈도 생각보다 적고 노동시간도 길어 여름엔 힘이 부치는 때가 많아 주 5일 근무가 절실하다" "삼성전자 콜센터, 서비스센터 이직률이 아마 업계에서 가장 높을 것"이라는 하소연을 쏟아냈다.

그리고 우습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삼성전자서비스 위법 논란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당시 기사는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삼성전자서비스 직원들은 1980년대와 같은 처우를 받으며 근무합니다. 저희는 삼성전자가 아닌 협력사 직원들인데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하다가 잘린 직원도 많습니다. 이 상태로 가면 삼성은 위태로운 상황까지 갈수도 있습니다."

기사의 예언대로인지 지금 삼성제국은 흔들리고 있다. 내우외환이 켜켜이 겹쳐 제국의 몰락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서비스 위장도급·불법파견 의혹과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협력업체 직원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으며 은수미·장하나 민주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전자서비스의 조직적 증거인멸과 부당 노동행위을 비판하며 고용노동부의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공개된 도급계약서와 각종 정황상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업체 직원들의 채용·임금지급 방식 등을 결정하는 등 경영전반에 끼어들어 영향력을 행사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서비스가 도급을 위장, 명목상 대표인 '바지사장' 협력업체를 내세워 서비스 기사를 고용 및 관리해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인정되면 협력업체 직원 고용주는 곧바로 삼성전자서비스로 인정돼 노동행위와 관련한 위법사항을 즉시 따질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삼성전자서비스가 이 같은 사례의 증거로 활용될 내부 문건, 게시물 등의 자료를 없애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비난의 강도는 시간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증시의 대장종목인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7일 6.18% 급락을 시작, 21일까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JP모건,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CLSA 등 일부 외국계 투자은행과 증권사는 삼성전자에 대한 평가를 내려잡으며 매물을 던지고 있다. 국내 금융투자업계 전문가 상당수는 최근 삼성전자 주가 하락세는 과도하다는 진단을 내놓으며 주가하락을 막으려하지만 역부족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기존 입지를 되살릴 방법은 하나뿐이다. 주가회복에 앞서 올려야 할 선순위를 먼저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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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한 삼성전자의 위신을 다시 세우려면 정부 차원의 중소기업살리기 논지는 둘째치더라도 기업발전 차원에서 상생의 의미를 곱씹어야 한다.  속되게 범죄를 저질러 전과가 생기는 것을 두고 '별을 단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비정상적으로 억압된 상태의 갑을관계 청산이 국가적 난제로 부각된 만큼 상생을 최우선 기치로 삼아 '삼성(三星)'이 아닌 '사성(四星)'이 되는 일은 피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