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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좋은 줄서기, 나쁜 줄서기

김경태 기자 기자  2013.06.19 17:3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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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요즘엔 출근길 아침부터 카페에 줄을 서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리얼딸기' '오초라떼' 등 다소 생소한 이름입니다만 생과일로 만든 신생 메뉴의 주스들이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라고 합니다.  

보통 유명 맛집 앞에선 사람들이 줄 지어 서 있곤 하는데, 특별히 누가 시키지 않아도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립니다. 먹을 게 있다고 우왕좌왕 거지 떼처럼 달려드는 모습보다 단정하게 줄 서 있는 모습이 좋아 보입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리얼딸기'라는 생소한 이름의 주스를 마시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 김경태 기자  
출근 길 아침, '리얼딸기' 등 생소한 이름의 주스를 판매하고 있는 한 매장에 손님들이 줄지어 서 있다. = 김경태 기자
우리나라엔 언제부터 줄서기가 등장했을까요? 예전 사극 드라마에서 등장한 '줄을 서시오'라는 명대사(?)를 떠올리면 조선시대에도 줄서기가 더러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줄서기는 동양문화권인 유교 국가의 대표적인 관습으로, 왕조시절 관직 품계에 의한 줄서기를 시작으로 삼강오륜이라는 대표적인 질서유지체제 하에서 만들어졌다고 하죠. 이런 전통과 더불어 일제 강점기 황국신민이라는 통치 형태에 길들여진 문화라는 관점도 있습니다.

해방 후 군사정권 시절을 맞으며 우리나라 사회 곳곳에는 군국주의적 요소가 강하게 자리 잡았는데요, 직장이건 학교건 여타 단체건 간에 서열이나 줄서기 문화가 없는 곳이 없었죠. 

우리 사회에선 '줄서기'가 다른 의미로 통하기도 합니다. 권력이 있는 사람이나 기관 등에 붙어서 친분을 맺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것이죠. 코미디언들이 이를 희화화해 이경규의 '규라인', 유재석의 '유라인', 강호동의 '강라인' 등의 표현을 쓰면서 '라인 타기'가 이른바 출세의 지름길처럼 묘사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줄서기는 주로 직장사회에서 횡행해온 걸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직장을 무대로 한 드라마에서 직장인들이 어느 라인에 붙을 지 고민하는 모습이라던가, '착한 라인'과 '나쁜 라인'의 대결구도로 극을 이끌어가는 장면도 자주 등장했죠.

이런 줄서기를 나쁜 쪽으로만 볼 수는 없겠지만, 힘 있는 쪽에 붙어 오로지 '아부 스타일'로 귀한 시간을 보내는 건 좀 안쓰러워 보이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