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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탐방 34] 자생적 사회적기업 롤모델 No.1, 레드스톤시스템

"매출 늘면 저절로 일자리창출, 사회적기업이라고 지원 받으면 생존력 저하"

김병호 기자 기자  2013.06.18 17:2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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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레드스톤시스템을 사회적기업으로 보지 마세요. 약간의 장애나 북한에서 온 동포들이 같이 일을 할 뿐, 공정한 품질과 기술로 성장하고 있는 탄탄한 중소기업입니다." 사회적기업의 가장 이상적인 롤모델을 꿈꾸고 있는 레드스톤시스템.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은 최상의 팀플레이를 통해 최고 품질을 생산해 내고 있다. 정부 지원 없이도 당당하게 공공시장 PC 납품 경쟁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IT산업계에서 중소기업이 생존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중소기업간 경쟁도 치열하지만, 어떤 경우엔 대기업과 맞장 뜰 일이 생기기도 한다. 높은 기술력과 경쟁력 탄탄한 제품생산시스템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 특히 인원이 소수인 기업이라면 공급-AS-기술개발, 이 세 가지를 충족시키기가 더욱 어렵다.

사회적기업 레드스톤시스템은 한계를 여러 차례 뛰어넘고 있다. 박리다매를 앞세우지 않고 기술력과 품질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는 이 기업을 찾아갔다.

공공시장 공략… 모니터·PC 생산

밖에서 본 레드스톤시스템은 PC 등을 생산하는 평범한 IT 중소기업이다. 정돈된 사무실에선 두 세 명의 직원이 업무에 열중하고 있었다. 사무실을 돌아나가니 PC와 모니터를 포장하고 검사하는 곳도 보였다.

   박치영 레드스톤시스템 대표는 사회적 기업이지만, 누구나가 다니고 싶어하는 회사를 목표로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불철주야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 = 최민지 기자  
박치영 레드스톤시스템 대표는 사회적 기업이지만, 누구나가 다니고 싶어하는 회사를 목표로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불철주야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 = 최민지 기자
본지는 사회적기업 탐방을 연간기획 시리즈로 진행하고 있어 기자는 이런 저런 사회적기업을 계속 방문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업 분위기는 타 사회적기업들과 사뭇 달랐다. 취약계층 근로자로 보이는 이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것이다.

공장 입구에선 중년의 남성이 바쁘게 움직였다. 찾아온 손님들에게 차도 권하고 여러 가지를 안내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그가 바로 레드스톤시스템의 박치영 대표란다. 밝게 웃는 모습과 친절한 행동에서 무게감이나 거리감 따윈 찾아볼 수가 없다.

박 대표는 "1996년부터 IT 분야에서 일을 시작해 공공시장을 목표로 창업을 하게 됐다"며 "2005년 창업, 2007년에 법인으로 전환했지만 2011년도 말에 사회적기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레드스톤시스템이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한 데엔 특별한 이유가 없습니다. 2007년에 우연히 장애인 채용을 하면서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가졌고, 2009년 공공시장에서 나오는 매출 1%를 홀트아동복지회에 기증하기로 협약을 맺은 것도 인연이 됐죠. 이를 계기로 2010년에 사회적기업 인증 절차를 밟기 시작해 2011년 말 인증을 받았습니다."

레드스톤시스템 직원 총 17명중에는 장애인 7명, 탈북자 2명이 포함돼 있다. 취약계층 근로자가 9명인 셈이다. 다른 사회적기업에 비해 취약계층 비율이 높은 편. 취약계층 근로자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은 그만큼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 규모도 크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지만, 레드스톤시스템은 아주 독특한 경영스타일을 구사한다.

박 대표는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에 대한 정부의 인건비 지원을 받지 않는다.

"회사는 먹을거리가 일정하게 나오면 생존능력이 떨어지는데, 이 때문에 인건비 지원제도를 시작부터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애로사항이 많았지만 지나고 보니 정신력이나 맷집이 강해진 것 같네요."

레드스톤시스템의 장애인 근로자들은 행정직에 3명, 생산직에 4명이 근무한다. IT 공장에서 장애인으로 일하기가 힘들지 않은지 궁금했다.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한 근로자는 "예전 빵을 만드는 식품생산에서 약간의 실수로 전체 상품성이 떨어져 문제가 되기도 했었다"며 "PC 생산은 정확한 조립 등 반복적인 일이 많아 쉽고,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다"고 말했다.

박 대표도 거들었다. "장애인이 생산했다는 것일 뿐이지 일반적인 제품과 하등의 차이가 없다"며 "선입견만 버리고 본다면 장애인들이 훨씬 일하기 편한 업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0% 이상의 취약 계층들로 구성된 직원들이 PC납품을 위해 작업에 한창이다. = 최민지 기자  
50% 이상의 취약 계층들로 구성된 직원들이 PC납품을 위해 작업에 한창이다. = 최민지 기자
박 대표는 매출이 상승하면 일자리 창출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기본철학을 갖고 있다. 사회적기업이라고 해서 '공공기업 제품우선구매 혜택'을 기대한다는 생각이 별로 없다. 그에 따르면, 레드스톤시스템은 기술‧품질력으로 관공서 분야 PC 공급 업계에서 이미 자리를 잡았다.

◆'오직 PC 하나' 한우물 공략

일반적인 중소기업들은 공공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공공시장은 제품 품질인증으로 평가를 실시하는데, 경우에 따라 사회적기업에 동정 어린 시선을 보내기도 하지만 품질인증 등 제품의 질에 대해선 타회사와 하등의 차이가 없다.

"레드스톤시스템이 사회적기업이라고 해서 동정어린 시선을 받는 걸 바라지 않습니다. 매출이 일어나면 수익을 가져가기보다 일자리 창출 방향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지난해 31억의 매출을 창출했고, 올해 전반기엔 이미 지난해 매출을 뛰어넘은 상태입니다. 직원들도 이와 비례해 늘어났죠. 저희는 이렇게 성장해 나갈 겁니다."

   레드스톤시스템의 작업현장. = 최민지 기자  
레드스톤시스템의 작업현장. = 최민지 기자
PC 생산현장에서 장애인 근로자들은 작업 속도 등의 효율 면에서 핸디캡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일단 공공시장의 높은 진입장벽만 넘어서고 나면 공공 납품 시스템이 든든한 보호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공공 입찰과정에서 사회적기업에게 일부 배점을 주는 등 정부가 핸디캡을 안아준다면 노동 강도를 세게 하지 않아도 되고, 시간적 여유도 있어 장애인 일자리 창출 면에서 PC생산·조립은 인기 직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레드스톤시스템은 관공서 매출이 95%를 차지한다. 사회적기업으로 인한 혜택이기보다 동일한 조건에서 제품에 대한 품질과 서비스에 대한 노력의 성과다. 우선구매제도가 의무구매제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엔 오히려 장애인들이 만든 제품이라는 편견으로 불합리한 대접을 받는 경우도 있다.

레드스톤시스템은 중소기업이지만 경쟁력을 위해 연구개발(R&D)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이익의 10%정도를 매년 투자한다. 연간 4000만원에서 5000만원을 웃도는 규모다.

"맨손으로 시작해 잃을 게 없다는 생각하나만으로 투자나 R&D 쪽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PC 분야) 공공시장이 4000억원 정도 되는데 (레드스톤시스템의 점유율은) 여기서 1%도 차지하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른 새 사업을 병행하기보다 '한 우물 판다'는 생각으로 경쟁력 있는 최고의 품질을 내놓는다는 생각입니다."

미래비전 또한 레드스톤시스템의 강점으로 꼽힌다. 현재 공공시장 PC 납품 시장에서 대기업 점유율은 약 75%를 차지하고 있지만, PC 제조가 중소기업 거래 물품으로 지정되면서 전망이 한층 밝아졌다. 올해 50%, 내년에는 70% 내후년에는 100%로 시장이 점점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