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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전철 비상개폐핸들엔 제아무리 모기라도…

최민지 기자 기자  2013.06.18 14: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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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늦은 오후 취재를 마친 후 지하철을 타고 사무실로 들어가는 길이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지하철 벽면에 몸을 기대 쪽잠을 청해보려던 순간, 엄청난 크기의 모기를 발견했습니다.

본격적인 여름이 성큼 찾아왔음을 말해주듯, 산에서나 봄 직한 자태의 커다란 모기가 지하철에 탑승해 있었습니다. 다행히 승객들은 아직 모기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한 모양입니다. 비상개폐핸들에 몸을 위장한 채 앉아있어 쉽게 발견하기 힘들었죠.

   모기 한 마리가 비상개폐핸들에 앉아있다. 이 비상개폐핸들은 '비상'시에만 사용하는 안전장치로, 정당한 이유 없이 조작하면 운행에 방해를 줄 수 있어 처벌을 받게 된다. = 최민지 기자  
모기 한 마리가 비상개폐핸들에 앉아있다. 이 비상개폐핸들은 '비상'시에만 사용하는 안전장치로, 정당한 이유 없이 조작하면 운행에 방해를 줄 수 있어 처벌을 받게 된다. = 최민지 기자
하지만 이 비상개폐핸들엔 제아무리 모기라도 함부로 앉으면 안 되는 안전장치입니다. 전동차가 고장 나거나 화재 등 비상시, 출입문을 수동으로 열고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긴요한 안전장비 중 하나거든요.

2007년 이후부터 기존 공기식 개폐 시스템을 전기식 출입문으로 개선, 현재 2호선 29개, 3호선 34개 전동차에서 전기식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전기식 출입문을 사용하는 전동차에 위치한 사진 속 비상개폐핸들. 신형이라 그런지 작동법도 쉽습니다. 우선, 지하철 내 광고문 옆 눈높이에 있어 접근이 편리합니다. 비상 시 커버를 열고 핸들을 '비상' 위치에 돌려놓으면 손으로 문을 개방할 수 있습니다. 

'치이이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는 기존 공기식 출입문을 사용하는 지하철인 경우, 어떻게 위기상황에서 대처해야 할까요?

출입문을 바라보고 오른쪽 하단 의자 밑을 보면 가로·세로 5cm의 커버가 있습니다. 커버 속에 손을 집어넣어 비상콕크를 앞쪽으로 당기면 공기가 '픽' 빠지면서 수동으로 출입문을 열 수 있다고 합니다. 

확실히 전기식이 더 쉽네요. 그래서일까요? 호기심에, 술김에 비상개폐핸들을 만지고 '비상'으로 돌려 운행을 방해하는 일들이 간혹 벌어지는데요. 

서울메트로 검수관리과에 따르면 학생, 취객 등 승객들이 호기심과 장난으로 '비상'으로 핸들을 조작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고 합니다. 이러한 행위는 전동차 운행중단 뿐만 아니라 달리고 있는 상태에서 비상정지를 하면 승객들이 넘어지고 다칠 수 있어 안전상 불편을 초래합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승무원들이 이를 원상복구 하느라 운행 지연되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애꿎은 승객들만 피해를 보게 됩니다. 실제로 지난해 6월30일 개통을 하루 앞두고 시범운행 중이던 의정부경전철에서 모든 구간 전동차가 멈춰 1000여명이 비상 탈출한 소동이 있었죠. 바로 승객 한 명이 비상핸들을 조작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만일 지하철에서 화재 등 긴박한 상황이 발생했다면 방송을 통해 승무원 지시를 따라 비상개폐장치 등 안전장치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합니다. 자의적으로 움직인다면 제2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거죠.

이제 정당한 사유 없이 운행 중 비상개폐핸들을 조작하면 철도안전법에 의거해 처벌을 받는다고 하니 더 이상 장난은 금물이겠습니다. 호기심에 돌려본 '비상' 장치가 무고한 승객의 안전을 '비상 상태'로 몰아갈 수 있다는 점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