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박상인 교수 "은행업, 獨 이중적 이사회 도입 검토할만"

금융회사 지배구조 토론회, 학계와 실무계 시각차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6.17 16:21:36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금융회사 특히 은행권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여러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독일식 이중적 이사회 구조 도입을 검토할 만 하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17일 한국금융연구원이 주최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 공개토론회'에서는 현재 노정된 여러 문제점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이 자리에서는 학계와 금융권 실무자들의 의견에서 색깔차가 표출됐다. 학계에서는 주로 지배구조의 현재 문제점을 개선할 제도적 틀 손질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민간금융회사 고위인사들은 이 같은 지배구조 개선 논의가 지나친 CEO 권한 제약과 이로 인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했다.

발표에 나선 구본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지배구조 세부과제 중 역할과 책임 재정립에 관련해 △이사회 책임 명문화 △CEO 후보 추천 내실화 △CEO 선임 절차 투명성 제고 △(CEO가 권한을 행사할 때 견제 및 의논을 할) 집행위원회 설치 권고 등을 언급했다.

이어 진행된 토론회는 박경서 지배구조 선진화 TF 위원장이 사회를 맡았다.
   구본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 공개토론회에서 제도 개편 TF 논의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구본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 공개토론회에서 제도 개편 TF 논의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토론자로 참석한 방영민 삼성증권 부사장은 (은행과 비은행 등) 금융권별로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지배구조 개선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한편 방 부사장은 차기 CEO 후보 과정을 투명화해 미리 밝혀놓자는 이야기에 대해 "학교에서는 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이런 명단을 미리 회사에서 발표해 놓는다는 것은 후보군에 들지 못하는 임원들의 동기부여에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방 부사장은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해서도 신중론을 피력했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대표 역시 토론 시간에 "현재 금융지주에서는 은행 등이 100% 완전자회사로 돼 있다"면서 "이런 경우까지 CEO 후보 추천 등을 개별회사에서 추천위원회를 두고 다 한다면, 지주회사 체제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은행은 규제산업이면서 주인이 없다"고 지적하고 "그래서 나타나는 전형적 문제가 관치"라고 비판했다.

현재 일부 보험사나 증권사 등이 재벌 소유로 돼 있는 경우 외에는 주요금융그룹은 금융지주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고, 주요 지주들은 은행업 비중이 크므로 이런 지적은 금융지주 전반에 대한 아이디어로도 읽을 수 있다.

박 교수는 "결국은 이사회 구성 문제에서 사외이사 뽑는 과정 자체가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할 때 (원하는 사외이사들로) 임명, 재생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에 따라 "(사외이사 구조 자체를 이야기할 때) 은행처럼 소액주주 비중이 높고 정부 영향력이 크다면 이중적 이사회 구조로 가는 게 낫다"고 말했다. 독일식 이중적 이사회는 감독이사회와 경영이사회로 구성된다.

한편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외이사를 매년 평가하자는 제도는 생각은 좋으나, 실제로는 소수의견을 내는 사외이사에 대한 압살 도구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차라리 사외이사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도록 보장하려면 (사외이사) 연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지금의 2+2+1 연임 제도 대신 (소신을 갖고 한 차례 일하고 물러나는) 단임으로 가자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아니면 연임을 해도 예를 들어, 지주 이사를 하고 은행 이사를 하러 가는 식의 교차 제도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