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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남양유업, 한 가족 둘로 쪼갤 필요 있었나?

조민경 기자 기자  2013.06.17 15:2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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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남양유업이 17일 남양유업전국대리점협의회(이하 전국대리점협의회)와 상생방안에 최종 합의하고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내달부터 협상안을 이행해 대리점과 상생해 나가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이날 남양유업과 전국대리점협의회는 △밀어내기 등 불공정거래 행위 원천차단 △상생위원회 설치로 지속적인 향후 협상제도 마련 △고충처리위원회 설치 △공정성 갖춘 대리점 발주시스템 구축 △전량 반송시스템 구축 △물품대금결제시스템 개선 △긴급생계자금 등 대리점 상생기금 조성을 통한 지원 등 7가지 항목을 담은 협의문에 서명했다.

김웅 남양유업 대표와 안희대 전국대리점협의회 회장은 "업계에 있어 가장 모범적인, 선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나가자"며 상생의지를 다짐했다.

이번 협상타결로 남양유업과 대리점간의 '갑을 논란'은 종지부를 찍는 듯 보이지만 이는 단편적인 시각이다. '반쪽짜리 협의'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은 현직 대리점주 모임인 전국대리점협의회 외에 전·현직 대리점주로 구성된 남양유업피해자대리점협의회(이하 피해자협의회)와도 협상을 진행해왔지만, 이번 협상 타결은 전국대리점협의회와 진행됐다.

즉, 전국대리점협의회, 그 중에서도 이번 협상에 찬성한 984개 대리점(남양유업 전체 대리점 1128개)에 국한해 적용된 셈으로, 협상에 반대한 대리점과 피해자협의회 소속 대리점주들은 이번 상생방안에서 배제됐다.

때문에 협상에 반대한 대리점이 찬성으로 의사를 변경하지 않거나 피해자협의회가 사측과 협상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이러한 상생방안 적용에 있어 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실 전국대리점협의회와 피해자협의회가 남양유업 측에 제시한 협상안(상생방안)은 대동소이하다. 그럼에도 남양유업은 전국대리점협의회와의 협상에는 적극 나서며 최종타결까지 이끌어낸데 반해 피해자협의회와의 협상에는 상대적으로 안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 측은 "두 협의회와 함께 협상하는 방안도 생각해 봤지만 전국대리점협의회가 현직 대리점주인 만큼 하루 빨리 협상타결을 요청해와 따로 협상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협상으로 대리점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대리점주들이 빠른 협상을 요구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모두 똑같은 자사 대리점주들임에도 어떤 대리점협의회와는 협상을 빨리 진행하고 또 다른 대리점협의회와는 느긋하게 협상을 진행하는 사측의 태도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이를 두고 대다수가 전직 대리점주로 구성된 피해자협의회보다는 현직 대리점주 1000여명으로 구성돼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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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력이 큰 전국대리점협의회와 최종협상 타결을 통해 일단 논란만 꺼뜨리는데 급급하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대리점이 회사의 동반자이자 한 가족이라는 사실을 가슴 깊이 명심하고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김웅 남양유업 대표의 발언처럼 대리점과의 상생 의지를 진정으로 보여주는 길은 모든 대리점주에게 동일한 상생방안을 내놓는 것임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