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 아닌 '노동으로 인한 자유'를 갈구하게 된 21세기 노년 풍속도. 특히나 5060세대는 일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 아직 현역과 정년의 갈림길에 놓인 경우도 많을뿐더러 자신과 배우자를 부양하는 일도 게을리 할 수 없다. 설령 금전적으로 짊어져야 할 모든 부담에서 벗어났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팔팔한 젊은 몸에 이끼가 끼게 할 순 없다.
국가적 노동력 상실은 논외로 치더라도 우리의 5060세대는 이타적 성향을 갖고 있다. 전후 빈곤한 시기에 태어나 생계 꾸리기에 치중하던 이들이기에 정년 즈음에 맞게 된 여유는 사회공헌 등 건전한 방향으로의 에너지 전환을 유도한다. 또한 노동시장도 노련미를 앞세운 이들 세대를 원하고 있다.
이러한 5060세대의 상황은 사회·경제적 트렌드와 맞물려 정부 정책과는 다른 방식에서의 새로운 일자리를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보다 베이비부머 세대 문제를 먼저 겪은 일본과 미국의 대표적 노년 일자리 선행사례인 'NPO(Non-Profit Organization, 비영리민간단체)'와 '앙코르커리어'를 짚어 본다.
◆'사회공헌·이윤추구' 일거양득 노리는 노령전문가 보고 'NPO'
베이비부머 세대가 '재취업'과 '사회공헌'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대표적 방법 가운데 하나는 NPO단체 가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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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우 NPO 등에 기인한 노후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주식, 파생상품 등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노령층 여유자금이 늘고 있다. ⓒ 네이버 블로그 캡처 |
사회공헌을 최우선 가치로 삼으면서 고용창출과 이익확보도 가능한 NPO는 보건·의료부터 문화, 예술 등에 이르기까지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현재 NPO가 가장 활성화한 곳은 미국이며 일본은 급속도로 확산하는 추세다. 미래와금융 연구포럼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미국은 200만개, 일본은 5만개 정도의 NPO가 활동 중이다.
특히 우리나라보다 앞서 800만명에 달하는 1947~1949년 출생의 단카이(덩어리) 세대 은퇴를 경험한 일본은 1995년 고베 대지진 당시 NPO단체의 봉사활약을 계기로 NPO 관련 정책이 이어졌다. 1998년 만들어진 '특정 비영리 활동 촉진법(NPO촉진법)'이 대표적이다.
또한 최근 일본정책금융공고(日本政策金融公庫)가 실시한 NPO 법인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정부의 지속적 지원으로 4000개 조사 대상 법인 중 65% 이상이 흑자를 내고 있었으며 유급 직원을 고용할 정도의 자금을 보유한 법인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영광 재현, 앙코르커리어' 소액지출로 잡는 시니어 트렌드
미국의 사회공헌 트렌드는 '앙코르커리어(Encore Career)'로 압축할 수 있다. 일본의 NPO와 마찬가지로 사회에 봉사하면서 소액의 임금을 챙기는 앙코르커리어는 1990년대에 처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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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앙코르커리어 등 은퇴자 재취업시스템이 자리를 잡아가는 가운데 정보관리, 온라인 상담을 비롯한 재택근무가 특히 각광을 받고 있다. ⓒ 네이버 블로그 캡처 |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에서도 시니어 중 절반가량이 일에 대한 열망과 경제 및 건강상의 이유를 들며 △교육 △보건 △정부 △비영리 분야에 종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고용주들 역시 앙코르커리어 종사자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일이나 인생경험이 많아 판단력이 뛰어나고 증가추세인 시니어고객들과 소통도 원활한 뿐더러 젊은 동료를 가르치는 멘토역할까지 수행한다는 것.
이러한 앙코르커리어 종사자의 우수성이 전해지면서 미국 대학들도 이들의 능력 제고를 위한 교육을 마련하고 있다. 리더십 중점 교육 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도록 하는 '상급지도자과정'이 바로 그것이다.
◆노령 투자엔진 필요한 대한민국 "터 닦기가 중요"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부터 현역에서 물러난 전문가들이 NPO를 설립하거나 이미 설립된 단체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 현재 우리나라 각 지자체별로 일본, 미국 등 해외 선진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동시에 지원센터 설립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4월 시민사회단체 통합지원을 위한 'NPO지원센터' 설립의사를 밝힌 서울시는 오는 9월경 은평구 녹번동 옛 질병관리본부에 센터를 설치할 방침이다. 이 센터는 NPO는 물론 NGO(비정부기구) 등에 장소 제공과 교육 훈련, 인재육성 등 관련 단체 활성화를 지원하며 마을공동체지원센터·청년일자리허브·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같이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국내에 NPO단체가 활성화하려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강창희 미래과금융 연구포럼 대표는 "과거 일본도 재단 및 사단, 복지법인 설립 등 비영리 활동을 하기 위한 절차가 복잡했지만 정부 지원 후 활성화가 이뤄진 만큼 우리나라도 정부가 나서 비영리단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이기 편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보수인 단순 자원봉사와 달리 NPO는 교통비와 식대, 약간의 활동비 점심값 정도를 제공해 은퇴자가 장기간 활동할 수 있는 포석을 깔아줘 은퇴문제 해결에 효과적"이라며 "이들에게 NPO 활동은 생업이 아니라서 저비용으로 전문가를 배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익부빈익빈 현상, 사익목적 유령단체 설립 등 국내 기존 NPO 단체들의 행태와 관련한 따끔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 관계자는 "행정안전부 자료를 보면 국내 비영리단체는 등록되지 않은 곳까지 포함할 경우 2만개 이상"이라며 "대형단체 지원은 이어지고 소형단체는 고사 직전인 곳이 많아 국내 NPO활성화를 위해서는 먼저 부익부빈익빈을 척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법인 등록 후 활동 없이 지원금만 노리는 유령단체도 많아 지자체나 정부에서 관심을 가진 김에 확실한 검증작업을 실시해야 한다"며 "NPO 운영기법 전수나 처우개선에 앞서 터 닦기부터 단단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