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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차석호 언어연구소장 "외국어 마스터 6개월이면 충분"

해법은 '소리' 모든 언어는 갓난아기들이 익힐 만큼 단순

조국희 기자 기자  2013.06.14 18:2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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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문법은 완벽한데 스티븐만 만나면…." 외국어가 두려운 수험생뿐 아니라 고득점의 영어공인인증시험 점수를 받고도 외국인만 만나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사람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과연 외국어는 정말 어려운 것일까. 이들에게 한 수 도움을 주고 싶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건물의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문이 열리자 푸근한 인상의 아저씨가 기자를 반겼다.

멋을 아는 '언어의 달인'이라고 소개하면 적당할까. 하늘색 와이셔츠에 독특한 무늬의 넥타이를 매치한 차석호 언어연구소 소장이 모든 언어는 쉽다고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의하지 못할 것이다.

   차 소장(왼쪽)의 수제자 임현숙 차석호언어연구소 수석연구원(오른쪽)은 세계 모든 언어에 사용할 수 있는 '언어습득장치'에 대한 특허를 갖고 있다. = 조국희 기자  
차 소장(왼쪽)의 수제자 임현숙 차석호언어연구소 수석연구원(오른쪽)은 세계 모든 언어에 사용할 수 있는 '언어습득장치'에 대한 특허를 갖고 있다. = 조국희 기자

"영어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언어는 갓난아기들이 2~3년이면 익힐 수 있을 만큼 단순하기 때문에 그것을 백년, 천년씩 이어가는 거예요. 그래서 언어는 쉬울 수밖에 없어요."

스페인어, 독일어, 영어 등 소싯적 17개국어를 구사한 그가 언어가 쉽다고 말하면 단순히 '머리가 좋아서'라고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언어에는 몇 가지 규칙이 있다. 규칙만 이해하면 더 이상 단어외우기에 골머리 앓을 이유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소리가 나는 그대로 쓰는 규칙 있는 한글과 달리 영어는 그 규칙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단어를 외우곤 하는데 영어에도 규칙이 있어요. 실제 캐나다에서는 8학년까지 받아쓰기 시험을 봐요. 미국, 캐나다인들도 이 규칙을 잘 모르는데 규칙을 발견한 사람이 바로 저에요."

◆문제는 ESL, 동양인에 상극 '방언프로그램'

영어유치원, 토익학원, 편입영어학원 등 영어에 대한 관심이 지대함에도 우리나라는 왜 아직도 영어를 못하는 것일까. 차 소장은 우리나라의 영어교육 방식이 'ESL(English as Second Language)'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ESL이 대단한 교습법이나 문제는 한국에 맞지 않은 방언프로그램으로 서양인에게 제격이라고 분석했다. 즉, 경상도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전라도 말을 배우는데 적절한 방법이라는 것.

"독일어, 네덜란드어, 영어 등은 라틴어에서 갈라져 나왔기 때문에 소리에 큰 차이가 없어요. 우리는 ESL의 부족한 부분에 'EFL(English as Foreign Language)'을 접목시켜 소리에 대한 학습이 필요해요. 말나오고 글을 배웠지만 우린 거꾸로 하고 있는 게 현실이에요."

조선왕조실록 세종 14년(을사) 2월24일자로 기록된 내용을 살펴보면 사역원 도제조로 있던 신개가 세종께 주밀하게 중국어를 교육하는데도 능히 통하는 자가 드물고, 비록 통하는 자가 있더라도 그 음이 역시 순수하지 못하다고 아뢨다.

그러자 세종은 대개 말이라는 것은 굽고 꺾어진 부분에 의미가 있다고 답했다. 우리는 분명 조선시대부터 소리의 중요성을 깨달았지만 현재 문자학습의 폐해를 겪고 있다는 게 차 소장의 진단이다.

"당시 한자를 통해 시상과 유희를 나누던 사람들이 중국말을 못했던 것처럼 글로 언어를 익히는 것은 불가능해요. 소리로 5~6살 어린이만큼의 소리능력부터 익힌 뒤 문자를 공부해할 필요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어린이, 최고의 영어교사 '엄마'

17개국어 중 영어를 가장 못했다는 차 소장은 현재 사법연수원에서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언어연구소는 캐나다에서 어학원 부설로 운영되다 2006년 HYCEC 언어연구소로 설립, 올해 한국으로 이전했다.

이러한 그가 현재 영어 때문에 속앓이 중인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팁 몇 가지를 선물했다. 

"본래 언어는 엄마가 가르쳐 주는 것이에요. 엄마가 아이의 언어능력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해요. 3~4달만 공부하면 어른도 외국어로 자신의 의사표현 정도는 가능해요."

   차 소장은 현재 사법연수원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EBS 라디오 PD 강사로도 활동한 바 있다. = 조국희 기자  
차 소장은 현재 사법연수원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EBS 라디오 PD 강사로도 활동한 바 있다. = 조국희 기자

여기에 차 소장은 성인의 경우 사역원의 관리들처럼 문자우선 학습에 멍들어 있는 환자들이라며 다리를 다친 환자에게 의서 100권을 읽혀도 다리는 회복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언어는 수영처럼 몸으로 익히는 기능이에요. 암기로 영어소통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우리가 지금껏 제자리걸음을 할 이유가 없다. 소리를 통해 그 상황을 생각해 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죠. 6개월이면 충분해요."

차 소장의 최종 꿈은 '교사양성'이다. 영어를 못하는 국가는 자리 잡을 수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소리로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교육자가 부족해요. 최종 꿈은 사교육이 아닌 우리나라 초등학교에서 모국어 형식으로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그날이 오길 기대할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