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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키즈5060 ⑦] 다른 나라 은퇴자들, 어떻게 돈 벌까?

해외 선진 각국, 노령자 노동시장 편입 위해 실질적 고용촉진정책 전개

최민지 기자 기자  2013.06.14 11: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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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격동의 대한민국 현대사를 정면으로 맞으며 국가 경제를 반석에 올려놓은 이들이 젊음의 뒤안길로 물러서고 있다. 경제성장 원동력이었던 베이비부머 세대, 그들이 은퇴 행렬에 빠르게 흡수되며 '노령'의 문턱에 발을 올린 것. 은퇴 후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겪는 난제 중 하나다. 그렇다면 이들 국가는 은퇴자들은 어떻게 배려하고 있을까? 우리나라보다 앞서 정년폐지, 일자리창출, 복지 등을 통해 문제해결에 앞장선 각국 사례를 살펴봤다.

구태여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영화제목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은퇴 후 삶이 장밋빛만은 아니라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아는 사실이다. 정년을 맞더라도 직장에서 퇴직하는 것일 뿐 다시 보편적 삶의 영위를 위해 경제활동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후대비, 생계유지, 부모‧자녀 부양 등 이유는 다양하지만 결국 기본생활 유지는 '돈'으로 귀결된다.

◆고령자 부담이 없는 나라 '영국'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50~64세 취업률은 △1997년 64.9%(508만9000명) △2003년 70.4%(612만4000명) △2009년 71.8%(644만3000명)로 해마다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65세 이상 취업률은 1997년 8%(79만4000명)에서 2009년 12%(134만5000명)까지 늘었다.

이러한 성과는 영국 고용촉진 정책과 맞닿아있다. 영국은 1998년부터 '복지에서 일자리로(welfare to work)'라는 기치 아래 새로운 뉴딜정책을 수립했다. 이 중 2000년 본격적으로 시행한 '뉴딜 50플러스'는 50세 이상 대상의 고용서비스다.

이 프로그램으로 고령취업자 세대는 뉴딜 고용전문상담가에게 일대일 맞춤상담서비스를 받게 됐다. 이력서 작성부터 재취업과 관련한 각종 정보를 제공받는 것은 물론 재교육, 직업훈련 비용, 취업 후 교육비, 급여에 따른 세금공제까지 지원혜택을 누렸다.

이와 함께 2009년 기존 뉴딜50 플러스 대신 '탄력적 뉴딜 프로그램'이 소개됐다. 최초 16주간은 구직에 필요한 기본정보 제공와 서비스 맞춤상담을, 이후 13주 동안은 직업체험과 직업훈련, 인턴십을 경험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고용정책과 더불어 2011년 10월 고용평등법을 개정하면서 65세 정년퇴직을 폐지하고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퇴직시기를 결정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 결과 고용 촉진과 정년 폐지가 이뤄져 고령자들은 정부와 기업에게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또 하나의 청년층으로 재탄생했다.

◆독일·스웨덴도 노동시장 중심축에 고령자 내세워

이러한 분위기는 비단 영국뿐만 아니다. 독일은 2000년부터 2009년 10년 사이 고령자 고용률이 20%나 늘어 2009년에는 56.2%에 달했다. 독일 역시 2007년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이니셔티브 50플러스'를 내세우며 고용촉진정책을 추진했다.

이 정책에서 주목할 점은 '결합임금'이다. '결합임금'은 50세 이상 퇴직·실업자가 이전 직장보다 낮은 임금의 일자리에 취업했을 때 차액 일부를 보조하는 제도다. 차액이 50유로 이상일 경우 첫 해에는 차액의 50%, 다음 해에는 30%를 지원하며 채용보조금, 직업 재교육도 취업기회를 향상시키는 모멘텀이 됐다.

스웨덴 역시 노동시장청과 공공고용서비스청 등 정부가 나서 직업훈련교육을 지원, 퇴직·실업자 재취업을 활성화하고 있다. 최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내놓은 'fact book 2013'을 보면 55~64세 고용률은 72.5%로, 스웨덴 직업교육이 취업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자 일자리 제공' 정부 움직임에 기업참여 활발

이처럼 각국 정부가 퇴직자들이 다시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과 대안을 내놓자 기업도 힘을 보태고 있다.

'핀란드 신화'로 불리며 전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노키아는 최근 경영악화로 대대적 구조조정을 시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도 노키아는 2011년부터 퇴직대상자 전원(15개국 약 7500명)을 대상으로 창업·재취업 지원 프로그램인 '노키아 브릿지'를 전개했다.

  노키아는 경영상태 악화에도 '노키아 브릿지' 프로그램을 통해 퇴직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 ⓒ 블로그 캡쳐  
노키아는 경영상태 악화에도 '노키아 브릿지' 프로그램을 통해 퇴직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 ⓒ 해외블로그 캡처
'노키아 브릿지'는 재작년 구조조정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행으로 △노키아 내 새 일자리, 외부 관련 직종 발생 때 취업기회 제공 △창업 희망직원에게 재정지원 및 교육진행 △재취업용 이력서 작성법 및 기술교육 △대학 연계 강의 및 교육이수 등을 담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으로 퇴직자는 개인당 2만5000유로, 팀당 10만유로까지 지원받고 성과 분석 후 유망아이디어는 5만유로를 추가로 받는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보고서는 이에 대해 "실제 15개국 약 1만5000명이 프로그램에 참가했다"며 단말기 제조업체 Jolla, IT컨설팅 회사 DSTill 등 퇴직자 창업사례 및 간호사와 운수회사로의 재취업 사례를 소개했다.

고령자 천국인 일본기업들도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남은 회사생활과 퇴직준비를 돕는 생애설계교육과 재취업 지원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도쿄가스의 경우 50세와 55세 두 차례 라이프디자인 세미나를 실시, 퇴직 후 사회보장 활용·생활자금 준비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또한 세컨드라이프 지원제도를 통해 50대 후반 근로자가 △도쿄가스 재고용 △도쿄가스 업무위탁 프리계약 코스 △정년퇴직 △은퇴 전 주 4일 단축근무 △조기 퇴직 △파견 재취업 총 6개 코스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고 국내 한 경제매체에서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캐논의 사례도 빼놓을 수 없다. 캐논은 55세와 59세, 2회의 세미나를 열고 퇴직에 대한 인식 전환과 함께 건강·재테크·자녀교육 관리·재취업, 창업방법을 다뤄 이직에 실질적 도움을 주고 있다.

◆갈길 먼 대한민국 "노력도 노력 나름"

우리나라 정부도 경제인구 확보와 국민 불안감소를 위해 각종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 4월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년 60세 연장법'은 오는 2016년 1월1일부터 공공기관, 지방공사, 지방공단, 30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며 2017년부터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된다.

또 고용노동부는 50세 이상을 인턴으로 채용하는 중소기업에 1인당 최대 710만원을 지급하는 '중견인력 재취업 지원프로그램'에 241억원의 예산을 편성, 8000여명이 혜택을 받도록 추진할 예정이며 각 지자체, 기관 등도 취업알선, 상담·교육프로그램으로 은퇴자 재취업을 도모한다.

그러나 정부와 단체들의 노력에도 현실은 여전히 단순노무, 저임금 일자리에 치중해있다. 중소기업 역시 중견인력이 가진 업무역량을 인정하면서도 나이 부담으로 채용을 꺼려한다. 각종 재취업 지원프로그램에도 30% 이상 취업률을 기록한 곳은 보기 힘들다.

이에 대해 전체 노동시장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으면, 은퇴자 재취업 문제도 해결되기 힘들다며 근본적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후소득 보장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나이를 정년이라 부르는데, 타 국가와 달리 연금만으로 생활하기 힘들어 할 수 없이 일하는 분위기"라며 "정년연장이 돼도 공기업 위주로 진행될 뿐 일반기업에서 리스크를 감수하고 진행할지, 효과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이분화해 평균 54세 생애주요직장에서 퇴직 후 69세까지 불안하고 질 낮은 일자리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년연장과 더불어 좋은 기업에서 근로자가 오래 근로하도록 정부가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유연한 노동시장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