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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키즈5060 ⑥] 일자리 로드맵·고용률 70%… 노인 일자리는?

'급조된 정책' 그림의 떡… MB정부 공약 실패 타산지석 삼아야

노병우 기자 기자  2013.06.13 17: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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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일자리 마련'이 국가의 주요 책무로 떠올랐다. 지난 2003년 이후 우리나라 고용률은 10년째 63~64%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경제 성장잠재력이 빠르게 줄어들며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 이처럼 일자리 문제 해결이 시급한 상황 속에서 최근 박근혜정부가 '일자리는 국민의 삶의 기반이자 행복의 전제조건'이라는 비전이 담긴 '고용률 70%(15~64세) 일자리 로드맵'을 내놨다.

정부가 발표한 '일자리 로드맵'은 △여성의 경력단절 △청년의 고학력화 △베이비부머의 이른 퇴직 등 취업애로요인이 구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간제 일자리 비중이 36.5%에 달하는 네덜란드 사례를 모델로 국내 실정에 맞게 기획한 계획이다. 이는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사회적 요구와 맞물려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일자리 질 저하를 초래할 것이란 비판에도 직면해 있다.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데에도 매년 12만개 정도의 일자리가 필요한 것은 물론, 고용률을 1% 끌어올리려면 36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올해부터 매년 평균 47만6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정부가 외형적인 양적인 일자리 개수 '70%'에 집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고용률 70%? 747공약처럼 불가능한 목표" 

'일자리 로드맵'은 오는 2017년까지 일자리 238만개를 창출, 2000시간이 넘는 연간 근로시간을 1900시간까지 줄이는 등 고용률 70%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여기에는 새롭게 창출되는 일자리의 38.7%(93만개)를 시간제 일자리로 채운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노인으로 보기 힘든 50대 중후반 퇴직자들이 괜찮은 시간제 일자리가 부족해 일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 만큼, 정부의 일자리 로드맵은 침체된 잠재성장률과 노후 빈곤문제 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6%, 내년에는 3.6%로 전망하고 있고, 현대경제연구원도 1.9%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상황이 녹록치 않은 터라 박근혜정부가 고용률 70%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와 관련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지난달 민주노총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한국의 고용율 70% 달성은 기존의 신자유주의 노동 유연화를 중심으로 한 고용정책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현재 사회적 추세와 조건으로는 이명박정부의 '747공약'처럼 달성이 거의 불가능한 목표"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관계 부처 합동으로 4일 발표한 '고용률 70%' 로드맵은 장시간 근로를 줄이고 여성과 청·장년의 노동 유연성을 확대함으로써 시간제 일자리를 확대하겠다는 게 골자다. ⓒ 프라임경제  
정부가 관계 부처 합동으로 4일 발표한 '고용률 70%' 로드맵은 장시간 근로를 줄이고 여성과 청·장년의 노동 유연성을 확대함으로써 시간제 일자리를 확대하겠다는 게 골자다. ⓒ 프라임경제
일자리 로드맵은 고용률은 거의 늘리지 못한 채 불안정한 고용을 대폭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장시간 근로가 고착화된 우리나라의 고용문화에서 시간제 일자리 활성화는 쉽지 않은 변화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자리 '품질' 문제도 있다. 고용률 70%를 임기 내 달성하려는 목적으로 시간제 일자리를 확대하면 '질 나쁜' 일자리부터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은 저임금, 고용불안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이번 로드맵에서는 이를 타개할 현실적인 대책이 전혀 없다며 이를 비판하고 있다.

김 원장은 "네덜란드형 시간제 일자리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외형만 따르는 것이지 그 내용을 보면 결국 무기계약직 양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근로 조건이 불안정한 우리나라에서 일자리 확대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결국 나쁜 일자리만을 양산하는 꼴이다"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질 좋은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4대 보험처럼 정규직에 준하는 근로 여건을 보장한다는 계획이지만, 정부가 모델로 삼은 네덜란드 역시 시간제 일자리가 전일제 일자리와 동등한 대우를 받는 데 10년이 넘게 걸렸기 때문에 제대로 된 성과를 보려면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 로드맵… 머릿수만 늘리는 '탁상정책'

장년고용과 관련, 정부는 장년일자리를 144만1000개 창출해 장년고용률을 63.1%에서 67.9%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근로시간 단축과 정년연장을 통해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고 귀농과 사회공헌, 사회적기업을 장려해 은퇴 후 일할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정년을 60세이상으로 늘려 일하는 시스템을 확충하고, 퇴직 이후 제 2인생 설계까지 가능하도록 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정년 60세이상'을 정착시키기 위해 정년연장 기업에 지원금을 제공하며, 고용보험과 국민연금을 활용해 퇴직을 65세까지 점진적으로 늦춘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은퇴에 직면한 베이비부머 세대는 주로 안정적인 재취업을 선호하고 있지만 한정된 자리로 인해 일부의 은퇴자만이 새로운 일자리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가 200만명이 넘는 현실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려면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차별해소가 선행돼야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계를 비롯한 사회 일각에서는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고용율 목표가 사실상 달성 불가능한 수치이며, 이를 억지로 달성하려고 무리할 경우 오히려 고용상황을 악화 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고용노동부  
노동계를 비롯한 사회 일각에서는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고용율 목표가 사실상 달성 불가능한 수치이며, 이를 억지로 달성하려고 무리할 경우 오히려 고용상황을 악화 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고용노동부
시간제 일자리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성공적으로 정착된 북유럽 국가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곱절 이상 많은 최저임금이 보장돼 있다. 비록 해외에서 검증된 좋은 정책이라 할지라도 국내 실정에 맞지 않는 것을 무리하게 들여오면 잡음이 생기게 마련. 지금의 정책 구상은 배경이 갖춰지지 않아 중소기업 입장에서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없다.

중소기업의 경우 높지 않은 수준의 기존 정규직 임금까지 깎아가면서 시간제 신규 직원의 임금을 보장해주지 않을 우려가 있다. 결국 이번 일자리 로드맵은 대기업, 소위 잘나가는 기업 등에서만 이뤄질 가능성이 높으며, 최저임금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 없이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만성적 인력난 해소 '절실'

이러한 유사 정책은 이미 이명박정부 시절 내 놓았던 '낙수효과' 정책의 아류 격처럼 보인다. 이는 대기업의 생산성이 살아나면 많은 수의 취업자리가 만들어 질 거라는 생각으로 추진된 정책이지만 실효성이 없었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이명박정부는 취임 당시 300만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재임 기간 목표치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125만개(41%)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당시 증가한 일자리는 시간제 아르바이트와 자영업자였기에, 양적인 면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 낙제라는 평가를 받았던 것이다.

조돈문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공약에는 공공부분에 정규직화를 시행하겠다고 하는데, 이제는 시간제 근로를 늘리겠다고 한다"며 "공약한 것처럼 상시적인 업무에는 정규직화가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정부가 '일자리 로드맵'이란 정책을 내놓은 만큼 MB정부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 현실에 대한 구체적인 파악을 통해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 정부의 이러한 노력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일자리 로드맵, 특히 노인고용확대는 성공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고용과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박근혜정부의 올바른 방향성이 단기 성과주의로 인해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에, 가까운 단기 목표치에 집착하기보다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 제대로 계획하고 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칫 노인 일자리 창출이 일자리 로드맵 전체 그림에서 가장 소외되거나 세대 간 갈등으로 비화된 여지를 해결할 필요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