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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때만 되면 '모피아' 잡음… 이번엔?

이정하 기자 기자  2013.06.12 17: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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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모피아가 돌아왔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관치금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불거져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권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새롭게 선출된 금융지주 회장에 관료 출신이 대거 내정되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KB금융지주 회장에는 행정고시 20회 출신의 임영록 KB금융 사장이, NH농협금융 회장에 내정된 임종룡 전 국무총리실장은 행시 24회 출신으로 모두 재무부에서 관료로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모피아 출신이 잇따라 주요 금융기관 요직을 차지하게 되면서 관치금융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금융공기업을 넘어서 민간기업 최고경영자(CEO) 자리까지 모피아 출신으로 대거 채워지면서 이를 둘러싼 잡음이 새어져 나온 것이죠. 이와 더해 여의도에는 재무부 출신의 관료가 수장을 내내 맡아 눈길을 끄는 금융기관이 있는데요. 바로 한국증권금융입니다.

증권금융은 사기업임에도 불구, 매번 낙하산 인사들로 채워지다 보니 자리를 위해 존재하고 있다는 말까지 오가기도 하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1955년 설립 이후 반세기 넘게 내부출신 사장은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이쯤 되면 내부적 반발도 있기 마련인데요. 그러나 증권금융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하기만 했습니다. 지난해 신임사장 선임에 앞서 노조는 무늬만 공모인 사장추천위원회 해체와 함께 △관치금융 철폐 △낙하산 인사 저지 등을 골자로 하는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으나 모피아 출신 사장 임명에도 시위 한번 없이 조용히 넘어갔습니다.

현 증권금융의 박재식 사장은 행시 26기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국제기구과장, 보험제도과장, 기획재정부 국고국장을 역임한 전형적 모피아 출신인데도 말이죠. 직전에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이전 김영과 전 증권금융 사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행시 22회 김 전 사장은 재정경제부 종합정책과장, 경제부총리 비서실장, 경제협력국장을 역임했으며 박 사장과 마찬가지로 증권금융에 오기 직전에 금융위의 FIU 원장을 맡았었고요.

이 두 사장의 걸어온 길이 비슷하다 못해 거의 흡사하다는 생각까지 드는데요. 이뿐만 아니라 이두형 전 증권금융 사장은 행시 22회 재무부 출신이었고 맹정주 전 사장도 행시 10회의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경제기획원 출신이었습니다.

설립 이래 민 출신의 사장은 2004년 선임된 홍석주 사장이 유일했습니다. 홍 전 사장은 조흥은행 입사해 리스크관리실장, 기획재무본부장 등 거쳐 49세라는 젊은 나이에 조흥은행 행장으로 발탁돼 화제가 됐던 인물이기도 했죠. 그러나 홍 전 사장은 2006년 임기를 9개월 앞두고 갑작스레 물러나기도 했습니다. 

증권금융이 금융위의 인가로 증권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며 예탁금 관리, 금융기관 대출 등 독점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기업으로 남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든든한 수장을 뒀기 때문이라는 뒷말까지 무성한데요. 재경부 출신의 전문성을 갖춘 수장이 장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를 둘러싼 잡음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