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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신생기업 명함도 못내미는 조달청 입찰자격

김경태 기자 기자  2013.06.12 17: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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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조달청의 국가종합전자조달 시스템 '나라장터'는 입찰공고, 업체등록, 입찰 및 낙찰자 선정, 계약체결, 대금지급 등 조달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모든 수요기관의 입찰정보가 공고되고, 업체는 나라장터 1회 등록으로 어느 기관 입찰에나 참여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 금융기관, 관련협회 등 77개 기관 시스템과 연계한 서비스를 제공해 입찰·계약시 반복 제출하던 사업자등록증, 시·국세 완납증명서, 보증서, 자격심사서류 등의 제출을 생략할 수 있어 많은 업체들이 나라장터를 이용한다.

하지만 신생기업이 나라장터 입찰에 참여해 성과를 내기란 하늘의 별따기. 입찰이다 보니 대기업, 중소기업, 신생기업 구분 없이 어느 기업이나 참여하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입찰가격조건이 문제다.

신생기업 입장에서 '공기업 실적'이란 자격조건은 높아도 너무 높은 장벽이다. 사실상 '입찰 대상 제외'나 다름없다. "'어차피 낙찰 안 될 거니까 창업도 포기하라'는 무언의 압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는 어느 신생기업 대표의 하소연도 충분히 수긍할 만 하다.

공기업 실적도 그렇거니와, 가격경쟁 면에서도 신생기업은 대기업과 경쟁이 되질 않는다. 소기업이 대기업과 경쟁하느라 무리하게 가격을 후려쳐 낙찰을 받아냈다 하더라도, 소기업은 그 '구멍'을 메우기 위해 직원들의 복리후생 등의 예산을 줄이는 경우가 많고, 그러다 보면 생산품질이 떨어져 불량품을 공급하게 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콜센터 업계 관계자는 "기존 사업자에게 기득권을 주는 입찰자격 제한은 우리 같은 신생업체에게는 '못 올라갈 나무 쳐다보지도 말라'는 말과 같다"며 "신생업체들이 제대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공기업 수주 실적에 대한 자격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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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입찰에 대해서는 중·소기업만 입찰에 참가하도록 해 대기업의 중·소기업 죽이기를 없애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입찰자격의 제한을 무작정 풀어달라는 게 아니다. 다만 업체 평가시 과거 실적이나 회사의 외형만 보고 선택하지 말고, 블라인드 면접처럼 제대로 된 실질적 평가를 통해 신생기업과 소기업들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정부가 그토록 외치는 '상생 정신' 실천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