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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팬택에 필요한 것 '스피드' 아닌 '타이밍'

최민지 기자 기자  2013.06.12 17: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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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치고 빠지기'를 잘해야 성공한다는 말이 있다. 적절한 타이밍을 지적하는 것으로, 이는 다양한 산업군에서 마케팅 전략의 하나로 통용되기도 한다. 스포츠를 예로 들면, 공수전환에 능해야 이길 확률도 그만큼 올라간다는 얘기다.

이러한 '타이밍'을 휴대폰 시장에 적용해보자니, 팬택 '베가 아이언'의 싸늘한 시장 반응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최근 스마트폰을 구입하고자 방문한 휴대폰 판매점. 점원이 추천한 제품에 베가 아이언은 없었다. 베가 아이언을 콕 집어 보여 달라고 하자, 그제야 꺼내놓는다. "진열만 해 놨지 한 대도 팔아본 적 없다"는 판매점원의 목소리에는 판매의욕마저 없어 보였다.

이 점원은 "옵티머스G프로 반응이 아직 좋은데다 갤럭시S4까지 출시되지 않았냐"고 되묻기까지 했다. 자칫 일반화의 오류에 빠져들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봤지만, 이후 들른 판매점의 비슷한 반응에 이러한 생각도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백아연'이란 애칭이 생길 정도로 디자인 호평을 받았던 제품에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이유야 여럿 있겠지만, 지나온 시간을 되짚어 보니, 팬택의 부진 이유를 '아쉬운 타이밍'에서 찾을 수 있었다. 출시한 신제품마다 경쟁사들 주력 제품 출시시기와 겹쳐 아쉬운 고배를 마셔야만 했던 것이다.

베가 넘버6는 옵티머스G프로와 지난 2월, 앞서 베가 R3는 갤럭시노트2, 옵티머스뷰2와 지난해 9월, 베가 레이서2는 지난해 5월에 갤럭시S3, 옵티머스LTE2와 비슷한 시기에 출시됐다. 반면, 지난 2011년 6월 경쟁사 주력제품 출시일과 겹치지 않은 베가 레이서만이 비교적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상황은 이렇지만 베가 아이언은 애석하게도 갤럭시S4 등 경쟁사 제품과 또다시 정면승부를 할 수밖에 없는 타이밍에 걸리고 말았다. 역작으로 평가되는 만큼 시장 반응은 끝까지 지켜봐야겠지만, 체감온도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현실은 걱정으로 이어진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은 지난 3월28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경쟁사들이 보조금 등 대규모 마케팅 비용을 투자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바꿔 말하면 팬택은 지금 정공법 보다 우회전략이 필요한 타이밍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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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규모 투자유치에 성공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팬택이 과거 영광을 되찾으려면 제품 개발과 마케팅 전략에 여러모로 적절한 타이밍이 가미돼야 할 것같다. 팬택의 반전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