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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의 독서노트] 우리가 우리를 제대로 알아야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기자  2013.06.12 13: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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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KBS제작팀의 '한국의 유산'. 있다고는 하나 본 적 없고, 제대로 봤다는 사람도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도깨비 불'이다.

   ⓒ 상상너머  
ⓒ 상상너머
'있었다'는 기록은 도처에 있으나 봤다는 사람이 없는, 수많은 것들 중에 하나가 춘사 나운규 감독이 1926년에 제작했다는 영화 '아리랑'이다. 영화 관계자들은 팔도 어디엔가 잠들어 있을지도 모를 '아리랑' 필름을 찾으려 수색에 여념이 없다.

그래서 유럽의 지성 움베르토 에코는 그의 최근 저서 '책의 우주'에서 종이로 인쇄된 책이 더 이상의 기능을 가진 다른 발명품으로 대체될 수 없는 수저나 바퀴와도 같은 완전발명품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1900년대 초반의 수많은 영화와 TV방송의 콘텐츠들이 지금 다 어디에 있냐고 되묻는다. 메모리 완벽한 컴퓨터의 저장매체들도 전기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의미 있는 책 한 권이 나왔다. '있었다'는 전설로만 남을지 모를 위대한 우리의 문화유산을 'KBS 한국의 유산' 제작팀이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마흔다섯 가지 힘'을 부제로 '한국의 유산'을 출판했다. 이렇게 대단한 우리 문화유산이 있다는 것을 미처 몰랐던 게 머쓱해지기까지 한다.

우리는 하얼빈 역에서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안중근 의사에 대해 많이, 심지어는 다 안다고 생각한다. 학생시절 교과서에서 귀에 닳도록 들었기 때문이다. 거기까지다. 효자 뒤에 효자 부모 있듯이 안중근 의사 뒤에는 그의 모친, 조마리아 여사가 있었다. 그녀는 사형을 선고 받은 31세의 맏아들 안중근 의사에게 손수 지은 수의와 함께 편지를 보냈다.

‘먼저 가는 것을 불효라 한다면 이 어미는 조소거리가 된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진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것이니 살려 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고 의연히 목숨을 버려라.’

이렇게 의연하고 당당한 정신이 바로 오늘날 선진 대한민국의 혼이 된 것이다. 지난 1999년 말 라이프(Life)지는 새천년을 앞두고 지난 1000년간 인류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발명으로 1450년경 쿠텐베르크 금속활자를 선정했다. 대량 지식의 신속 전파로 인해 인류 문명의 비약적 발전이 가능했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한 유럽인들의 입에 꿀을 먹인 책이 있다. '있었다'는 소문만 듣고 프랑스 국립박물관을 평생을 받쳐 뒤졌던 故 박병선 박사가 마침내 찾아낸 1372년 '직지심체요절' 세계는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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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하늘은 중국과 다르다'고 생각했던 태조 이성계의 명으로 제작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천문도, 하늘을 향한 우리의 웅장한 기상 '천상열차분야지도'를 처음 들어본다면 만원권 지폐 뒷면에 수수께끼처럼 새겨진 별자리 지도를 보면 알게 된다.

'한국의 유산'은 1부 기록유산, 2부 인물유산, 3부 문화유산을 얼개로 총 45개의 유산이 엄선됐다. 우수한 문화유산 1분 방송 때문에 일주일을 뛰어다니는 KBS 제작팀을 격려하기 위해서라도 이 책 한 권 구매해서 봐주는 것이 그다지 손해 보는 일은 아닐 것 같다. 도서출판 상상너머에서 펴냈다.

프라임경제 칼럼니스트 최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