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안천의 역사 돋보기] 박근혜정부 100일 그리고 김황식 前 총리

안천 서울교육대학교 교수 기자  2013.06.11 19:14:52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국가 최고 지도자에 대한 연구는 많아도, 제2인자에 대한 글은 별로 많지 않다. 권력은 양분될 수 없는 것이기에, 권력은 결코 제2인자를 쉽게 만들지 않는다.

회고하건대 역대 국무총리에 있어서 가장 힘 있던 국무총리는 김종필을 거론할 수 있다. 김종필은 박정희 시대와 김대중 시대에 걸쳐, 두 번이나 힘 있는 국무총리를 역임 했다. 사실상 대통령에 맞먹는 정치적 힘을 갖고 있던 인물이다.
 
김종필은 김대중과 함께 한국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은 DJP연합을 통해 대통령을 만들었지만 당시 내각제 개헌을 국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약속한 것을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넘어갔다.

그러니까 내각제 개헌은 현대정치사에서 최고의 약속이었고, 최고의 부도수표였다. 하지만 그렇게 김종필과 공동정권을 수립하듯 탄생한 대통령이었기에, 김종필을 최고의 힘 있는 국무총리가 되게 해 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김종필은 결코 제2인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김종필은 현대정치사의 풍운아로 박정희의 1등공신 이었을 뿐만 아니라, 김대중 등극의 제일 최고 공로자였지만 그것이 운명이었다.
 
통상 국제사회에 있어서 가장 뛰어났던 제2인자는 중국의 주은래를 꼽는다. 주은래는 기나긴 시간에 걸쳐서 가장 힘 있는 제2인자였다. 주은래는 권력의 생리를  아는 동물적 감각이 뛰어난, 확실히 성공한 제2인자였다.

모택동의 성공은 주은래라는 탁월한 조연자가 있었기에 가능했고, 그의 경쟁자였던 장개석은 주은래 같은 사람이 없어 패퇴하며 타이완으로 밀려났다고도 생각된다.
 
현대 한국정치사에 있어서 가장 유능하고 성공한 국무총리를 말할 때에, 주은래에 견주어 말하며 한국에는 주은래와 같은 인물이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김황식은 결코 한국정치사의 주은래라고 말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할 수 없게 멋있는 조연자 였다. 하지만 김황식은 주은래와 비견되는 것이 옳지 않다. 무시무시한 중국공산당 철벽독재 체제의 제2인자와 김황식을 수평 비교할 수는 없다.
 
생각하면 김황식은 이명박 대통령 시대에 있어서, 아무리 찾아도 적절한 국무총리 후보자가 없을 막다른 골목에서 궁여지책으로 선택된 차선의 인물이다.
더구나 최초의 ‘전라남도 출신 총리’라는 어불성설 명분으로 선택됐다. 당시 감사원장에 재직하고 있었기에 나름대로 검증된 인물이었고, 대법관을 역임한 만큼 능력이 있다고 보았지만 의외의 선택을 받고 제2인자가 됐다.

국무총리는 우리 몸의 맹장과 같은 존재이다. 꼭 필요한 데 없어져도 큰 지장이 없는 맹장과 같은 위상을 갖는다. 그러나 현대 의학에서 맹장의 중요성이 새로이 인식되듯이, 국무총리도 유능한 인물을 만나면 더욱 빛이 나는 것이다.
 
미국의 정치체제에서 국무장관은 서열상 대통령, 부통령을 보좌하는 자리이다. 그런데 닉슨 대통령이 탄핵을 받는 사상 초유의 정국에서, 헨리 키신저라는 걸출한 국무장관이 탄생한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떼어내 버려도 좋다는 맹장 보다 더 한심한 상태에서 핀치 히터 국무총리로 어설프게 기용됐으나,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는 국무총리가 됐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이명박 대통령 시대가 너무나 존재감이 없는 정치력 부재상태에 좌초해 있었기 때문이다. 

‘한강의 빚더미 국가’가 만들어진 나라를 유산으로 받은 속에서, 표류하는 정치현실을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수습에 한계가 있었기에 나온 현상이다.
쇠고기 파동 같은 상상 밖의 자충수 국난 이후, 경악할 천안함 폭침, 참담하기 짝이 없는 연평도 피폭이 이어지며 온 나라는 사실상 표류하는 난파선과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이명박 시대의 마무리를 빛나게 한 국무총리가 김황식 이었다. 
   
생각하면 이명박은 엄청난 빚더미, 북한의 전쟁위협, 극도의 국론분열 정치판에 직면한 불운한 대통령이었다. 사실상 6.25 전쟁 이후의 최악의 난국에서 임기 내내 헤어나질 못했다. 정치력 부재의 권력빈곤 상황에 추락해 한 치 앞을 헤쳐 나가기 어려웠고, 주변에는 거의 적대 세력뿐이었다.

김황식은 그 최악의 먹구름 정치판을 뚫고 혜성같이 나타났다. 그 암울한 난국에 떠오른 상쾌한 무지개를 보듯, 그가 보여주는 ‘성실한 공직자’로서의 확고부동한 진정성을 보여줬다.
 
김황식의 성공은 교과서 그대로의 진정한 ‘공무원의 표상, 정치인의 정석’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조선 시대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황희, 맹사성, 이항복과 같은 이미지가 연출된 것이다.

김황식 총리를 전라남도 출신 운운하는 것은 정말로 상상도 못할 모독이다. 사실상 김황식을 비방하는 욕일 수 있다.

역사는 정사보다 야사가 더 재미있다. 김황식 총리의 잊을 수 없는 일화가 있다. 2011년 11월 23일에 있었던 연평도 피폭 전사자 1주기 추모식장에는 초겨울의 차가운 비가 억수 같이 내렸다. 싸늘한 장대비가 내리는 속에서 경호팀장이 건네는 우산을 마다하고, 김총리는 무려 40분간이나 혼자서만 유일하게 고스란히 비를 흠뻑 맞은 일을 연일 언론에서 다뤘다.

일각에서는 천안함 폭침이 조작되었다는 발언까지 난무하고, 입으로만 나라를 사랑한다는 위선자들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저런 진실이 살아 있음을 보여줬다.

김황식의 감동은 진심에 목마른 국민에게 내린 가뭄 속 단비와 같은 것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 있는 속에서, 유일하게 홀로 비를 맞는 김총리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애국자였다.
 
누구를 위해서 천안함 해군용사와 연평도 해병용사가 죽었는가? 너무도 해괴한 행태를 보이는 일각의 사람들의 위선을 준엄하게 꾸짖는 성실성, 진실성, 정직성에 숙연해지는 모습이었다.
 
최고의 제2인자의 탄생은 사소한 일에서부터 씨가 뿌려지고 자라서 열매가 맺어지는 자연의 섭리 그대로였다. 특히 김황식의 성공은 이명박 대통령의 존재감이 상실된 절대 진공상태에서 국민통합의 새로운 구심체가 되었다는 점이다. 흡사 권력공황 상태의 허수아비 대통령을 지킨 확고한 국무총리로서의 무게감이었다.
 
일제침략으로 민족 구심점인 임금님이 사라진 상태에서, 대통령이 무력하면 사실상 국가공백 상태가 된다. 김황식은 국무총리가 대통령을 보완하면서 아주 중요한 정치적 기능이 있음을 증명한 한국 현대정치사의 주요 연구과제가 분명하다.
 
새로 출발된 박근혜정부에도 온 몸을 던져 구국의 용광로에 자신을 깨끗이 바치는 유능한 공직자가 얼마나 있는가?

  이미지  
 
그것이 박근혜정부의 출발 100일을 맞이 한 상황에서 앞으로의 성공을 말해줄 최고의 가늠자이다. 한강의 빚더미를 극복하고,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 보증수표 이다.  

황희, 맹사성 등이 줄지어 있어서 세종대왕도 탄생되었음을 언제라도 잊을 수 없다. 나라가 잘되려면 훌륭한 조연자가 항상 긴요하다.

실패한 지도자 곁에는 간신 모리배가 인의 장막을 치고 있고, 성공한 지도자 곁에는 절대 숫자의 위대한 조연자가 줄지어 있다.
 
세종대왕 태평성대가 바로 위대한 조연자들이 줄 서 있던 때였다. 성공한 정치는 위대한 주연자와 위대한 조연자가 함께 엮어내는 영웅 교향곡이다.
 
안천(서울교육대학교 한국학교육연구원장)